형사법정보의 표준화 및 전자화를 통해 유관기관의 정보 공동활용체계 구축을 목적으로 추진돼온 ‘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 구축 프로젝트’가 2차 연도 사업을 지나며 때 아닌 설계 변경 논란에 빠졌다. 특히 이번 상황이 이해 당사자 중 하나인 경찰청이 애초 법무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가 합의한 시스템 구축 방식을 뒤늦게 반대하면서 불거진 것으로 알려져 그간 사법부 내 갈등이 전자정부 사업에서도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20일 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추진단을 비롯한 관계기관에 따르면 내년도 연속 프로젝트 중 하나인 ‘소년보호, 가정보호·성매매관련시스템’ 구축에 소요되는 303억원의 예산 승인을 앞두고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일부 국회의원이 시스템 설계 방식을 문제삼으면서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남석 행자부 전자정부본부장은 “행자위로부터 현 시스템 통합 방식의 시스템 설계는 개인정보 보호를 침해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시스템 설계를 통한 개선 방안과 그에 따른 프로세스 보완점 그리고 추가 소요 예산 및 확보 방안 등의 안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 통합에서 연계방식으로 선회=행자위의 이런 지적은 경찰청의 견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2004년 구상 당시 애초 발생하는 모든 DB를 하나로 통합하는(일명 형사사법통합DB) 방식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통합DB가 갖고 있는 위험요인 때문에 한국정보사회진흥원의 감리를 거쳐 다시 시스템 통합 사업으로 변경됐다. 즉, 기존 기관별로 구축돼 있던 DB를 서비스 관점으로 분리, 구축(파티셔닝)해 시스템을 통합하는 정보 프로세스를 구축하자는 견해였다. 그러나 경찰청은 지난 3월 1단계 2차 연도 사업 착수를 앞두고, 설계 방식 변경을 요구하면서 계약을 거부했다. 이번 통합시스템의 핵심인 ‘사건수사시스템(개발 완료)’과 연동하는 ‘수사결정시스템’ 프로젝트 착수에 앞서 애초 시스템 통합 방식에서 경찰 쪽의 DB시스템과 스토리지를 분리, 구축을 요구한 것. 행자부에 따르면 경찰청은 시스템 통합보다 시스템 연계 방식이 개인정보보호에 유리한 것은 물론이고 경찰청 내 형사사건만 분리함으로써 다른 업무 시스템 간 유기적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유로 설계 변경을 요구했다. 경찰청의 요구는 8월쯤 청와대 법무비서관 및 혁신관리비서관 보고 등을 거쳐 관계기관 협의와 조정을 통해 겨우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내년도 예산 확보를 앞두고 행자위를 통해 공론화된 셈이다. ◇최대 180억원 예산 확보 및 중복 투자 논란 예상=이번 프로젝트는 중복 사업에 대한 조정을 거쳐 법무부·법원행정처·대검찰청·경찰청 등 이해 당사자 수장은 물론이고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국정과제회의를 거쳐 대통령까지 보고된 안이다. 이번 행자위의 지적이나 경찰청의 주장에 대해 관계기관에서는 말을 아끼고 있으나 이미 1차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제기된 설계 변경 논란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한 관계자는 “4개 기관장 합의 아래 추진단이 발족하고 BRP 및 ISP를 거쳐 진행된 사업”이라며 “경찰청의 주장대로 통합 방식이 문제가 됐다면 이는 프로젝트 착수 초기에 결정됐어야 할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이미 132억원이 집행돼 1차 사업으로 구축된 시스템마저 시스템 설계 변경을 둘러싼 논란 때문에 시험가동에도 못 들어가고 있어 갑갑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자들은 공식적으로는 애써 문제를 봉합하고 가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검·경의 갈등 논란은 물론이고 자칫 잘못해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에서다. 박준모 형사사법통합정보체계추진단장은 “실무를 맡고 있는 집행기관에서 뭐라 말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며 “어쨌든 프로젝트가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방침을 밝혔다. 현재 최대 180억원의 추가 비용 투자가 거론되고 있으나 행자부는 경찰청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존 시스템 재사용 등으로 비용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계획에 없던 예산이 추가로 집행돼야 하는 부담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행자부는 설계 변경에 따라 애초 목표로 한 ‘사법 관련 정보의 단일한 흐름’을 퇴색시키지 않는 방안도 함께 준비 중이다. 정부 최초로 수사에 관련된 정보 및 프로세스를 전자화·단일화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프로젝트.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완료 후에도 관련 기관의 정보 공유 과정에서도 분란의 소지가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불씨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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