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부 김미란씨는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냉장고로 달려간다. 냉장고에 달린 인터넷TV를 켜고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요리를 시작한다. 냉장고 LCD판에는 ‘계란 유효기간 3일 남았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떠 있다. 그는 곧바로 버튼을 눌러 채소칸의 야채를 확인하고 냉장고와 연결된 인터넷으로 할인마트에 채소를 주문한다. 몇 년 후 실현될 어느 가정의 풍속도다. 유비쿼터스 시대에 냉장고는 정보기기 역할을 병행한다. 날씨와 교통정보 등도 냉장고를 통해 알 수 있다. 에어컨과 오디오도 인터넷과 통신망에 연결돼 새로운 정보기기로 탈바꿈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여전히 ‘꿈의 기술’로 남을 공산이 크다. 정보가전의 디지털 컨버전스(융합)가 급진전하면서 임베디드SW가 핵심 경쟁력으로 급부상한 것은 컨버전스에 따른 내부 시스템의 복잡성으로, 이를 구동하는 SW에 따라 전체 제품의 성능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송상엽 MDS테크놀로지 임베디드솔루션사업부 팀장은 “냉장고·MP3플레이어 등 정보가전 분야는 제품 겉모습만 보고 선도기업과 후발기업을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하드웨어(HW)의 격차가 줄어들었다”면서 “정보가전의 다양한 기능을 구동하는 임베디드SW가 제품의 우열을 판가름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보가전 임베디드SW 시장 전망은 밝다. 시장조사업체인 VDC에 따르면 정보가전 임베디드SW 시장은 지난 2004년 4억5230만달러 규모를 형성한 후 오는 2008년(8억3180만달러)까지 연 평균 22.6%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VDC는 “전체 산업 중 가전 분야의 임베디드SW 성장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보가전의 네트워크화, 디지털 콘텐츠, 보안 등이 임베디드SW 수요를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정보가전 분야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기록중인 디지털TV부터 전통적인 백색가전에 이르기까지 국내 가전업체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임베디드SW업체들은 성장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국내 가전업체는 대부분의 임베디드SW를 자체 개발에 의존하고 있다. 휴대폰과 달리 가전 분야 임베디드SW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가 없어 국내 가전업체들은 상당 기간 자체 개발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육현규 삼성전자 SW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코덱이나 알고리듬 등 작은 부분은 아웃소싱에 의존하지만, 대부분은 자체 개발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아웃소싱보다는 컴포넌트 개발 방법론이나 공통 플랫폼 등 개발 효율화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정보가전 업체 간 공통 플랫폼 개발 노력은 임베디드SW업체의 입지를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삼성전자·소니·필립스 등 세계 주요 50여개 정보가전업체가 리눅스 플랫폼 공통 사용을 위해 결성한 가전리눅스포럼(CELF)은 명실상부한 최고의 표준기구로 발전했다. 현재 CELF는 저전력 등 6개의 임베디드 리눅스 구현 기능과 구성을 위한 프로파일 등의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활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임베디드SW 전문기업들은 정보가전 관련 솔루션 라인업을 확충해 가전업체들이 원하는 SW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면 가전업체와 임베디드SW가 윈윈 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분석한다. 전문업체 간 공동 개발 컨소시엄이나 공동 기술 지원체계 구성같은 업계의 자구 노력도 요구된다. 김기철 임베디드SW산업협회 국장은 “정보가전 기기들이 디지털화하고 네트워크에 연결되면 정보가전업체들은 임베디드SW 자체 개발의 한계에 봉착, 필연적으로 전문 SW업체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가전업체와 임베디드SW업체 간 공동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을 하루빨리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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