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에 휘몰아치는 ‘메이드 인 IT코리아’ 열풍은 여전히 거세다. 최근 일부 지역과 품목의 수출 증가세가 다소 주춤하기는 했지만 우리 기업들의 대외 IT품목 수출력은 아직도 막강하다. 올 상반기 전체 IT품목 수출 총금액은 494억1232만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7.9%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지난해 1년간 IT수출 성장률인 6.4%를 뛰어넘는 기록이다. IT수출 물량이 가장 많았던 대상 국가는 단연 중국. 올 상반기 대중국 총 IT수출액은 111억5000만달러로 두 번째로 수출액인 큰 대미국 IT수출액(57억265만달러)에 비해서도 2배에 가깝다. 특히 올 상반기 대중국 IT수출액은 지난해 1년간 수출액과 70억달러 차이밖에 없어 올 하반기가 지나면 총 수출액은 손쉽게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수출 성장률이 가장 높은 나라들은 폴란드(238%)와 터키(103%) 등으로 구주 시장에서 눈부신 성과를 올렸다. 대륙별로 비교해도 구주 지역에서 작년 대비 성장률이 296%로 가장 높았다. 성장세가 높은 대륙은 북·중남미와 아시아로 각각 124.5%, 115% 등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에 중동·아프리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89% 하락하는 기현상이 나타나, 국내 IT기업들의 분발이 필요한 지역으로 꼽힌다. 해외 각국과 시장에 진출한 기업수도 다른 선진국이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에 도달했다. 코트라가 이달 초 조사한 ‘주요국의 IT산업 동향 및 진출방안’ 자료에 따르면 세계 주요 국가에 진출, 현지에서 정식 등록된 국내 IT기업 수는 총 230여개에 달한다. 해가 지지 않는 수출 전선에서 IT전령사로 힘차게 뛰고 있다. 지역별로는 남아시아 지역이 72개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은 47개로 그 뒤를 이었는데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수치다. 매머드급으로 성장한 중국 시장의 규모를 대변하고 있다. 미국은 28개, 구주는 36개로 지역과 국가별로 고루 분포돼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국내 IT기업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중동·아프리카, 중남미 시장에는 각각 17개 IT기업이 진출, 현지에서 새로운 텃밭 가꾸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는 것이 주목할 부문이다. 기업별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단연 돋보인다. 이 두 기업은 현지 시장 확보를 위해 세계 각국 구석구석까지 포스트를 마련해 놨다. 아시아 지역에서 KT·SK텔레콤·KTF·하나로텔레콤·데이콤 등 통신기업들이 맹위를 펼치고 있는 것도 시장 수요에 맞는 적합한 진출 전략으로 분석된다. 구주 시장은 국내 IT기업들의 고루 포진돼 있으며 중동지역은 삼성전자·LG전자·대우일렉 등 전자업체를 비롯한 인프라 수요가 높은 아랍에미리트에 LS전선이 진출, 모래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남미 시장은 대형 가전업체들이 영역 확장에 힘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에는 뉴욕·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워싱턴 등 상업활동이 활발한 대도시에 주로 포진돼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중국도 같다. 베이징·상하이·광둥성·장쑤성·톈진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맹활약중이다. 큰 시장 공략을 위한 국내 IT기업들의 진출 전략을 들여다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
◆미국 SK텔레콤은 올해 국내 통신산업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 시장에서 서비스업을 시도, ‘통신서비스업의 해외 진출’에 닻을 올렸다. SK텔레콤은 지난 5월 이동통신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가상이동사설망사업자(MVNO)인 ‘힐리오’를 통해 현지 이동통신서비스를 상용화했다. 힐리오가 내세운 가장 큰 경쟁력은 차별화된 무선인터넷 서비스. 우리나라가 가장 앞섰다고 평가받는 무선인터넷 사업의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력을 활용, 현지 시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무선인터넷 기반의 블로그·대기화면·멀티미디어콘텐츠·한국어지원 등 다채로운 데이터 서비스다. ◇TV로 월 매출 3억달러 돌파=가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삼성전자가 TV로 사상 첫 월 매출 3억달러를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4년 9월 월 매출이 처음으로 1억달러 고지를 넘어섰고, 지난해 10월에는 2억달러를 돌파했다. 이번 3억달러 돌파는 2억달러 고지를 넘은 지 10개월 만에 달성한 신기록이다. 상반기 보르도 LCD TV 돌풍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6월에 출시된 프리미엄 LCD TV ‘모젤’, PDP TV ‘데이라이트 플러스’의 가세로 매출이 급증했다.
◆아시아 게임 제국 건설 온라인게임업체 넥슨은 사실상 아시아제국을 건설했다고 할 정도의 해외시장 성공을 일궈냈다. 넥슨은 이미 ‘비엔비’ ‘카트라이더’ 등의 게임으로 중국시장을 비롯해 대만·태국·필리핀 등 아시아지역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여세를 몰아 넥슨은 지난 2003년 일본에 현지법인 넥슨재팬을 만들어 거대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NHN도 지난 2000년 일본에 NHN재팬을 설립, 역시 일본 자스닥 진출을 통한 IPO를 앞두고 있다. 현재 기업가치로만 2조원 이상을 평가받고 있다. 완벽한 현지화와 일본 문화에 맞는 서비스 체계 구축을 통해 가장 성공적인 한국 포털기업의 일본 상륙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NHN은 중국 게임포털사업 ‘롄종’이 탄력을 받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게임포털 오픈을 앞두고 있다.
◆유럽 첨단 이동통신 기술의 경연장인 서유럽 시장을 향한 삼성전자의 발걸음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초부터 Z560 등 3세대 이동통신(HSDPA) 단말기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 마케팅을 벌인 데 이어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및 유럽 휴대이동방송 방식규격인 DVB-H 단말기 공급도 늘리고 있다. 특히 한국 독자규격으로 개발한 DMB폰의 대중화를 위해 데비텔 등 유럽 사업자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중이다. 이미 이탈리아 허치슨과 독일 데비텔이 각각 삼성전자의 DVB-H폰, 지상파DMB폰을 앞세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 이동통신 사업자 데비텔, 지상파DMB 사업자인 MFD, 지상파DMB 망사업자인 T시스템스 등 3사는 지난 5월부터 유럽에서 삼성 단말기를 이용해 지상파DMB 상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3사는 올해 말까지 전국의 주요 도시로 지상파DMB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PDP TV 선두 달성=LG전자는 구주에서 PDP TV 시장 1위 달성을 통해 디스플레이 선두 기업으로 자리매김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북미 시장에 주력해 온 타임머신 TV를 지난 2분기에 유럽시장에 본격 출시, 시장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축구에 열광적인 구주시장에서 ‘타임머신’ 기능을 부각한 마케팅을 추진중이다. 전 세계 DTV 시장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유럽시장에서 올해 PDP TV 1위에 이어 2007년 LCD TV 1위 달성 목표를 세웠다. 내년에는 LG전자 므와바 DTV공장에서 생산된 ‘폴란드 산’ DTV로 구주 시장을 휩쓸겠다는 각오다.
◆기고-IT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에 대비해야 : 현오석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 소장 oshyun@kita.net 2000년 이후 한국 수출을 주도해 온 정보기술(IT) 제품이 최근에도 안정적인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두 자릿수 수출증가를 뒷받침하고 있으며 무역수지 흑자유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상반기의 월드컵 특수와 세계 IT 경기의 완만한 회복에 힘입어 올해 1∼8월 중 IT제품 수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11.1%의 양호한 증가율을 유지했고, 해당 제품에서만도 336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하는 등 호조세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IT산업 수출 호조는 패널제품의 대일 및 대중 수출 확대에 따른 것이며, IT 제품 수출을 견인해 온 주요 품목들이 미국과 유럽시장으로부터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품목별로는 디스플레이 패널 등 IT부품 수출은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정보통신제품 수출을 주도해온 통신기기와 디지털가전제품 수출은 2∼4% 증가에 그쳤고, 정보기기는 지난해에 이어 두 자릿수 감소세가 지속했다. 지역으로 보면 현재 IT제품 수출 증가세는 일본과 중국에 대한 수출증가에 기인한다. 대일 수출 증가는 국내업체와 일본업체 간 장기 공급계약에 따른 디스플레이 패널 수출이 증가함에 힘입은 것이다. 대중 수출이 증가한 것도 중국이 디지털가전제품과 모니터 생산을 확대하면서 디스플레이 패널 수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면에 미국에 대한 IT 제품 수출은 지난해에 이어 두 자릿수 감소세가 이어졌고, EU에 대한 수출도 3.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결국, 향후 IT 제품 수출증가세의 지속 여부는 이러한 중국효과와 일본효과의 향배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은 우리나라 IT 제품 수출의 35%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IT산업의 변화다. 그동안 세계 최대 IT 부품 수요국가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이점을 잘 활용하여 왔다. 그러나 호조세를 유지하고 있는 IT 산업의 대중 수출 증가율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둔화되고 있는 추세다. 원인은 중국 IT산업의 기술수준이 향상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다국적기업들이 중국에 생산기지와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고, 중국정부도 90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를 이용해 해외 기술기업 매집에 나서면서 기술력 향상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는 IT 분야에서 그동안 우리가 누려왔던 중국효과가 지속되기 어려워질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중국기업과 중국시장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협력과 견제’의 원칙 아래 새로운 대중 협력 패러다임을 정립해야 할 때다. 우선 ‘중국효과’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핵심부품 산업 및 원천기술의 개발을 통해 양국 간 보완적 산업구조를 유지해야 한다. 또, 정보통신분야에서 한·중 공동 기술개발을 통해 세계적인 표준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중국으로의 급격한 기술유출도 최대한 방지돼야 한다. 세계경제의 둔화, 고유가 지속 등으로 수출환경이 악화돼, 경상수지 흑자 기조마저 흔들리는 상황에서 수출성장의 견인차로서 IT산업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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