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콘텐츠의 여러 분야 중 향후 가장 높은 성장 가능성을 가진 곳은 무선인터넷 분야다. 기존 CDMA 기반의 무선인터넷 뿐만 아니라 와이브로, WCDMA/HSDPA 등 초고속 무선네트워크 서비스가 속속 도입되면서 모바일 콘텐츠 및 서비스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는 추세다. 다행히 무선인터넷 분야는 우리 기술력이 해외 선진업체에 비해 뒤지지 않는 분야다. 버추얼머신(VM), 왑(WAP) 브라우저, 벡터, 사용자인터페이스, 대기화면 솔루션 등 핵심 기술의 상당수를 우리 업체가 이끌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미래의 MS를 꿈꾸는 기업도 많다. 모바일 플랫폼 분야는 소프트웨어 강국을 꿈꾸는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SW강국의 새 희망 모바일 솔루션=최근 인트로모바일은 캐나다 최대 CDMA 이동통신사업자인 벨모빌리티와 차세대 유무선 컨버전스의 핵심 솔루션인 다이내믹콘텐츠딜리버리(DCD) 플랫폼 ‘인트로패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미 지난해 미국 T모바일USA에 기술료만 500만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인트로패드’를 공급한 인트로모바일은 이번 계약으로 북미의 모바일 분야 차세대 기술인 DCD 표준을 사실상 주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임베디드 브라우저업체인 인프라웨어도 지난해 LG전자와 공동으로 중국 차이나유니콤에 무선인터넷 브라우저인 ‘임바이더’를 처음 공급한 데 이어 최근 교세라 미국법인인 교세라와이어리스와 브라우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벤처의 활약은 우리나라가 무선인터넷 강국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 좋은 사례다. 휴대폰의 핵심 칩에서부터 이를 운용하기 위한 솔루션까지 해외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점을 고려할 때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수출 상품이 통신장비 등을 제외한 순수 소프트웨어 기술이라는 점, 상당수가 무선인터넷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핵심 원천기술이거나 차세대 기술이라는 점에서 향후 모바일 솔루션 시장의 미래를 밝혀주는 소식이라는 평가다. 이창석 인트로모바일 사장은 “모바일 솔루션 분야는 우리 업체들이 해외 선진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기술 발전을 주도하는 분야”라며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세계 시장을 주도해 나가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기술 분야 선점=모바일 솔루션 강국의 희망이 단순한 기대만이 아니라는 증거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엑스씨이는 중국 3G 독자 표준인 ‘TD-SCDMA’ 특허를 보유한 현지기업 다탕모바일에 모바일 플랫폼 ‘XVM’을 공급하며 중국의 차세대 이동통신 솔루션 및 콘텐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아로마소프트도 미국 가상이동망사업자(MVNO)인 디즈니모바일에 멀티태스킹을 지원하는 자바 플랫폼 ‘mTea’을 공급하며 기존 스프린트, 버진 모바일, 싱귤러에 이어 MVNO 시장까지 무대를 넓혔다. 이밖에 지오텔은 MS의 모바일 협력사로 선정, 일본 NTT도코모와 KDDI에 모바일MSN 메신저를 공급하기도 했으며 네오엠텔은 우리나라로부터 수조원의 로열티를 걷어 간 퀄컴에 그래픽 솔루션을 공급, 역으로 로열티를 받는 성과도 거뒀다. ◇기술 선도형 비즈니스 전환=흔히 우리나라를 IT강국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산업분야에서 기술을 리드했던 사례는 드물다. 우리가 서슴없이 강국이라고 표현하는 통신 분야도 마찬가지다. 휴대폰의 핵심 칩에서부터 이를 운영하기 위한 솔루션까지 해외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이로 인해 지출하는 로열티도 해마도 수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이런 모순의 해결 실마리를 제공하는 분야가 모바일 솔루션 분야다. 무선인터넷 솔루션, 양방향 데이터방송,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이 세계 시장의 기술을 주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원천기술의 확보는 산업의 패러다임을 선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단순히 해외로 빠져나가는 로열티를 줄이는 것 뿐 아니라 한 산업군의 세계 시장 기술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진형 비즈니스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김윤수 네오엠텔 사장은 “향후 기업의 생존은 한발 빠른 기술 개발 노력을 통해 각 분야의 기술 리더십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렸다”면서 “특히 모바일솔루션 분야는 디지털컨버전스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각종 응용기술을 확보해 선진형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
◆이통사 해외 진출로 새 전기 마련 최근 잇따라 해외 공략에 나선 SK텔레콤의 행보는 솔루션업체들의 해외 진출 활로를 새롭게 열었다는 측면에서 주목받는 사건이다. 모바일 솔루션 분야의 단일 벤처기업들의 해외 진출 보다 파급효과 측면에서 10배 이상의 큰 효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미국에서 첫 선을 보인 ‘힐리오’는 필링크·엔텔스 등 서버군을 비롯해 인프라웨어·알트젠·미디어코러스·이노에이스·엑스씨이 등 23개 관련 솔루션업체의 동반 진출을 이끌어냈다. 상당수 솔루션업체들에게 첫번째 해외진출 사례를 제공하기도 했다. 안종오 인프라웨어 부사장은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어온 여러 중소·벤처 솔루션 업체에 국산 솔루션을 다수 채택하고 있는 힐리오의 서비스 개시는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며 “공급 규모보다는 해외 시장 진출 경험이 부족한 국내 솔루션업체들이 해외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가치를 지난다”고 평가했다. SK텔레콤은 미국에 이어 하반기부터 베트남 S폰을 통해서도 EVDO 기반의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으로 관련 단말 및 솔루션업체들의 추가 진출이 기대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난 2003년부터 SK텔레콤과 해외에 동반 진출한 50여개사의 수출액이 8800만달러에 이른다”며 “올해 말까지 1억달러 이상의 누계 수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 용역 중심 구도 탈피가 최우선 과제 모바일 벤처기업들이 거둔 기대 이상의 성과로 모바일 소프트웨어 강국의 꿈이 영글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의 현실은 아직도 암울하다. 일본이나 미국, 유럽 시장에서는 벌써 수조원의 기업가치를 가진 모바일 소프트웨어 기업이 속속 등장했다. 반면 이들 보다 앞서 기술을 개발한 국내 벤처들의 기업가치는 5년째 제자리다. 코스닥에 상장한 인프라웨어만이 겨우 1000억원 규모를 넘어선 수준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투지 만으로 우리기업들이 살아남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벤처들이 성장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대기업들이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를 인정하지 않는 고질적 병폐에서 출발한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어도비, 엑세스, 픽셀 등 해외 소프트웨어 기업에는 비싼 로열티를 기꺼이 지불하면서도 국내 기업에는 좀처럼 라이선스를 인정하지 않는다. 대부분 용역으로 발주, 벤처기업들이 기술 발전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이통사들도 마찬가지다. 솔루션 도입의 댓가로 기술료를 제공하는 사례를 찾아 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개발비조차 제공하지 않는 사례가 허다하다. 솔루션 기반으로 모바일 콘텐츠가 개발되고 이를 통해 매출이 발생하면 그때서야 일정 수익을 나눠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솔루션업체들은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2∼3년 동안 라면으로 끼니를 연명해야 하는 상황이며 그마저도 실패하면 투자비조차 보전하지 못한다. 모든 위험을 소프트웨어업체가 떠 안는 형국이다. 게다가 기술보호를 명분으로 특정 대기업과 거래한 기업에는 문호를 내주지 않는 관행도 문제다. 경쟁 관계의 이통사 뿐만 아니라 휴대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에 기술을 공급해도 SK텔레콤과의 거래가 끊기는 실정이다. 가뜩이나 좁은 시장을 더 좁게 만드는 병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관행이 국내 대기업들에게 역풍으로 돌아올 것을 경고한다. 용역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기술경쟁력을 잃고나면 향후 비싼 로열티를 감수하고라도 외산 소프트웨어를 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모바일 솔루션업계의 관계자는 “모바일 소프트웨어 시장을 바라보면 최근 유행하는 대·중소기업 간 생생이 얼마나 허울 뿐인 구호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이통사·제조사·솔루션업체가 함께 성장하지 못하면 무선인터넷 분야도 PC 시장 처럼 외산 기업에 비싼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암울한 현실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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