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쇠한 수탉’이지만 세계를 호령했다. 이번 2006독일월드컵에서 프랑스는 연륜과 실력이 같은 의미임을 유감없이 입증해 보였다. 전세계 게임산업에 있어 일본이 그렇다. 일본은 게임기 만으로도 전세계 시장을 휘어잡고 있고, 특히 콘솔게임 부문에선 그 어느 국가도 넘어서지 못할 창작력과 아이디어로 20년 이상 세계 게임시장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전체 게임시장 규모는 13조9900억원으로 우리나라의 1조9900억원(PC방 제외) 보다 7배 가량 큰 시장 규모를 나타냈다.<표참조> 언젠가 외신을 통해 회자됐지만, “전세계가 일본을 두려워하는데, 유독 한국만 일본을 얕본다”고 꼬집은 것처럼 무섭게 큰 일본 게임산업의 덩치를 유독 한국만 평가절해왔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고 있다. 일본 게임시장의 크기와 잠재력에 한국 업체들이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매력을 넘어 직접 진출해 실질적으로 시장을 선도해가는 저력까지 발휘하고 있다. 미국·유럽시장과 동조 현상을 보이듯, 온라인게임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한국 게임업체들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는 더욱 넓어지고 있다. 지난 2004년 1500만명을 넘어선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수는 현재 2500만명을 훌쩍 넘기고, 3000만명 시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전체 가구의 50% 선이 초고속인터넷 이용자로 바뀐 상황이다. 노무라연구소의 추산에 따르면 오는 2010년 일본 초고속인터넷 시장만 2000억엔을 웃돌 전망이다. 그만큼 온라인게임을 주력으로하는 한국 게임기업에게 무대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대만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속도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높다. 현재 2700만명 가량으로 추산되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중 온라인게임 아바타, 유료 아이템 등을 구매해본 경험을 가진 층이 2000만명으로 70% 이상을 차지한다. 그래서 요즘 일본 게임시장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 역시 ‘한류’다. 온라인게임을 선도하는 기업도 한국 기업이고, 그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하는 기업도 한국기업인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 기업중 가장 돋보이는 행보와 실적을 보이고 있는 곳은 넥슨재팬과 NHN재팬이다. 넥슨재팬은 지난 2003년에 4억엔에 불과했던 매출이 올해 55억엔을 내다볼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등 주력작이 일본에서 큰 선풍을 일으키면서 급증하고 있는 초고속인터넷 이용자층을 흡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인터넷기업의 일본 토착화 및 성공 모델은 NHN이 제시했다. NHN은 지난 2000년 이미 일본시장에 진출, 무수한 시련을 견뎌내고 일본 최대 게임포털로 우뚝 섰다. NHN재팬은 올해 매출 목표가 86억엔으로 지난해 54억엔에 비해 60% 가량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NHN재팬은 지금까지 순수한 온라인게임 서비스 보다는 무료 웹보드게임과 아바타 판매 등으로 수익을 올려왔다. 올해부터 실질적인 게임 서비스를 준비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는 셈이다. 엔씨소프트는 소프트뱅크와 합작 설립한 현지법인 엔씨재팬을 통해 ‘리니지’, ‘리니지2’와 ‘길드워’ 등을 서비스해 진정한 한국적 온라인게임의 일본시장 안착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엔씨재팬이 위치한 도쿄에 이어 오사카에 개발 법인인 엔씨소프트재팬을 설립해, 현지시장 공략의 갈래를 넓혔다. 이 개발 법인은 자체적인 개발 업무도 진행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엔씨소프트가 전세계적으로 구축할 글로벌 게임퍼블리싱 플랫폼에 있어 일본시장에 맞는 게임을 소싱하고 창작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요즘 한국시장은 물론이고 일본에서도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기업은 네오위즈다. 지난 2002년 세이클럽재팬으로 일본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네오위즈는 요즘 본사와 마찬가지로 게임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워 승부를 걸고 나섰다. 창업주이자 1대 주주인 나성균 사장이 직접 일본 사업을 총괄할 정도로 총력이 기울여지고 있다. 한국에서 시장 1위에 오른 게임포털 ‘피망’의 핵심 개발자 및 운영인력이 모두 일본에서 뛰고 있을 정도로 ‘올인’에 가까운 공을 들이고 있다. 도쿄=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일본시장 기회, 위협 공존 한국 게임기업이 일본 온라인게임시장을 일찍 바라보고, 시장을 선점한 효과는 상당히 크다. 패키지(PC·콘솔)게임에선 그토록 견고한 아성을 구축하고 있는 일본으로서도 ‘허’를 찔린 셈이다. 물론 지난해 일본 온라인게임시장은 콘솔게임시장 규모(4조4900억엔)에 비해 14분의 1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온라인게임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고, 앞으로 그 확산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기업들이 실제 시장 인지도나 게임브랜드에 있어 현지 대형업체를 멀찍이 따돌리고 있다는 점은 커다란 경쟁력 요인으로 꼽힌다. 온라인게임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것도 한국산 게임이고, 게임포털 1위를 달리고 있는 것도 한국 게임포털이다. 문제는 이제 갖 온라인게임에 주목하기 시작한 일본 초대형 게임기업과의 승부에 어떻게 대처하고 살아남느냐이다. 세가, 코나미, 스퀘어에닉스 등 어마어마한 덩치를 가진 일본 기업들이 게임포털을 열거나, 자체 패키지게임의 PC온라인 버전을 내놓는 등 공세를 펼치고 있다. ‘브랜드’와 ‘실탄’에 약한 한국업체로서는 커다른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이미 한국산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로 자스닥에 상장한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팡야’로 상장한 게임팟 등 퍼블리싱 전문업체들 마저 한국의 잠재적 경쟁자로 힘을 키운 상태다. 무엇보다 한국 업체들의 경쟁력은 서비스와 아이디어에 있다. 온라인게임을 이제 막 시도하려는 일본업체가 전체 100의 거리에서 10정도의 위치에 있다면 한국업체는 이미 서비스와 노하우에 있어서 만큼은 70∼80선에 서있는 것이다. 유료화 및 과금 모델에 있어서는 한국이 3년 이상 앞서 있다. 일본 게임시장은 이용자 성향상 한국에 비해 4∼5배 높은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보이고 있다. 만들어진 기회를 따라올 수 없는 차이로 벌여놓는 것이 한국업체들에게 주어진 미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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