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스톤 시내에서 서쪽으로 고속도로를 타고 한시간 가량 달리면 홉킨톤이라는 데가 나온다. 이곳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글로벌 컴퓨팅 기업이 본사를 두고 있다. 바로 EMC다. 지난 5월 이곳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1분기 실적 마감결과 11분기 연속 두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한 것. 기자를 만난 조 투치 EMC 회장은 “이런 속도라면 월가가 관심있게 주시하고 있는 연간 매출 120억달러를 내년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98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반색했다. 스토리지 분야 간판업체인 EMC가 이처럼 고속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이 한몫했다. 투치는 앞으로도 M&A 행보를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분야 기업을 노리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의 M&A는 성공적이었다. 우리가 인수한 곳 모두가 성장했으며, 인수를 통해 유능한 임직원들을 많이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수년전 EMC는 데이터 생성부터 소멸까지의 전 과정을 관리하는 소위 ‘정보수명주기관리( ILM’)란 개념을 처음 제시, 업계 보편용어로 만들었는데 이에 대해 투치는 “ILM이 현재 3단계에 와있다”며 “향후 3년 안에 모든 하드웨어가 가상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1월 회장까지 맡게된 그는 세계 IT시장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예상했다. “세계경제 자체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 테러같은 사회 시스템적인 쇼크가 없을 것으로 보이며, 벤처캐피털의 투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여기에 중견중소(SMB) 시장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올해 세계 IT시장은 5%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컴퓨팅 업계 화두인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유틸리티 컴퓨팅이 스토리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투치는 캘리포니아 대학이 펴낸 보고서를 인용하며 “정보 저장능력이 매년 50%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EMC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경쟁사 이야기가 나오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어떤 경쟁사를 제일 주시하나”고 묻자 “제품에 따라 다르다. 하이엔드 스토리지는 히타치와 IBM, 미드레인지는 IBM과 HP, 네트워크 부착 스토리지는 넷앱, 콘텐츠관리는 IBM과 MS 등이다. 어떤 분야는 경쟁사가 너무 많고 어떤 분야는 하나도 없다. 하나의 경쟁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 모두가 심각한 경쟁사다. 하지만 IBM과 가장 많이 경쟁하고 있으며 제일 어려운 상대”라고 털어놓았다. “IBM과 비교해 경쟁우위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핵심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는 매출의 11%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지만 IBM은 5% 밖에 안된다. 그 5%도 여러 제품에 분산돼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정보인프라만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올해는 12억달러를 연구개발에 쏟아 부을 예정이다. 당연히 우리가 (경쟁에서) 이길 수 밖에 없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현재 스토리지 업체들은 가상화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IBM과 히타치가 EMC보다 한발 앞서 이 기술을 소개했다. 이에 대해 투치는 “그들의 방향은 틀렸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IBM은 서버에 (가상화 기술을) 집어 넣고 있다. 우리는 레이어를 추가하지 않는다. 레이어는 추가할 때 마다 비용과 복잡성이 늘어난다. 하지만 이 방법은 접근이 쉽다. 그래서 IBM이 제일 먼저 가상화 기술을 접한 것이다. 우리는 어렵지만 올바른 방법, 즉 네트워크에 가상화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이것이 진정한 가상화다”고 주장하며 IBM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소프트웨어 시장 화두인 오픈소스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으며, 사용하고 있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투치는 백악관 민간자문위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정부도 회사도 혁신이 중요하다”면서 “민간위원들은 첨단기술을 활용해 헬스케어, 교육, 신약 개발 등 세계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자문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MC 기업문화 `TCE` EMC는 글로벌 IT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다각적 고객만족으로 번역되는 ‘TCE(Total Customer Experience)’라는 프로그램을 시행, 주목 받고 있다. 이는 포괄적 개념의 고객만족 전략으로 제품과 기술지원 서비스 뿐 아니라,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는 모든 단계에서 최상의 만족도를 제공하기 위한 이 회사의 전사적 노력이다. 지난해 처음 도입돼 올해부터 본격 가동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업계 최고의 고객만족도를 제공하기 위해 제품 개발, 생산, 서비스의 전반적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고객과 지속적인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고객만족 향상을 위한 투자 활동과 자원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연구개발에서부터 생산, 판매, 구축,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EMC 사업 분야의 프로세스 개선과 혁신을 통해 고객의 비즈니스 만족도와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기업 혁신 프로그램인 셈이다. 투치 CEO는 “TCE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의 정보 관리 요구를 만족시키는 한편, IT 선도업체로서의 기업 위상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조 투치는 누구 올 1월부터 회장직도 겸하고 있는 조 투치(Joe Tucci)는 지난 2001년 EMC의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CEO 취임 이후 과감한 변화를 추진, EMC가 과거 스토리지 하드웨어업체에서 현재의 정보생명주기관리(ILM:Information Lifecycle Management) 업체로 성공적으로 거듭나게 한 주인공이다. 지난 2000년 1월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EMC에 합류한 그는 하이엔드 스토리지 중심이었던 EMC의 사업모델을 포괄적인 생명주기관리 솔루션과 서비스로 확장하는데 주력했다. 이 때문에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는 현재 EMC 전체 매출에서 비중이 50%가 넘는다. EMC 창립 이래 가장 활발한 신제품 출시를 이끌고 있는 투치는 ‘시메트릭스 다이렉트 매트릭스’와 같은 혁신적인 스토리지 아키텍처를 선보여 EMC가 하이엔드 스토리지 리더로 탄탄한 입지를 갖게 함은 물론, 고성능의 ‘클라릭스 CX 시리즈’로 중형 스토리지 분야서도 EMC가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원래 RCA사에서 시스템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유니시스, 왕글로벌 같은 회사를 거쳐 EMC 맨이 됐다. 왕글로벌에서는 6년간 CEO로 있었다. 맨하탄 칼리지를 졸업한 뒤 컬럼비아 대학에서 MBA를 받은 그는 2005년 1월 비즈니스위크가 발표한 최우수 경영인(Best Manager)에 선정되기도 했다. 올 3월부터는 미 대통령과학기술자문위원회(PCAST:President’s Council of Advisors on science and Technology)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MC 경쟁력 어디서 나오나 지난 79년 컴퓨터 주기판과 주변기기 생산을 시작으로 정보산업에 첫발을 내디딘 EMC가 오늘날의 글로벌 컴퓨팅 기업으로 성장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투치 CEO는 세가지를 들었다. “2만7000명에 달하는 전세계 직원들의 열정이 대단합니다. 이들은 모두 고객을 최우선시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으며, 일에 대한 수행능력과 의무감도 뛰어납니다”. 선택과 집중도 빼놓지 않았다. “또 EMC의 확고부동한 ‘정보 인프라스트럭처(information infrastructure)’ 집중 전략이성공했다”면서 “우리는 이미 업계서 가장 다양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및 솔루션 제품군을 제공하고 있으며, 고객들은 EMC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안전하고 유연한 정보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 관리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든 경쟁력은 연구개발이다. “올해 우리는 역대 최대의 연구개발 비용을 투자해 경쟁사들보다 혁신적이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등 늘 한발 앞서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MC가 한때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날의 글로벌 기업이 된 데는 성공적인 인수합병(M&A)도 빼놓을 수 없다. 이 회사는 98년 이후 최근까지 약 45억 달러를 투자, 20개 이상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회사를 인수했는데 특히 레가토·다큐멘텀·VM웨어·단츠·스마츠 같은 소프트웨어업체들은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EMC는 이같은 ‘인수 행진’ 때문에 소프트웨어 매출이 매년 20∼30% 증가하는 업적을 달성했다. 소프트웨어 뿐 아니라 서비스 매출도 같이 늘고 있는데 지난해 EMC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매출액 비중은 각각 46: 37: 17을 기록, EMC가 하드웨어 업체가 아닌 솔루션업체 임을 여실히 증명했다. “EMC의 오늘은 지난 90년대와 비교하면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한 투치는 “오늘날 EMC는 하드웨어 매출이 전체의 46%에 불과하고 반면 절반 이상의 매출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EMC는 이제 더 이상 스토리지 시스템 업체가 아닌 ILM 전문 업체라고 말했다. 지난해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CEO들을 대상으로 투자 우선순위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이 결과 △소프트웨어(SW) △네트워크 보안 △SAN △스토리지 하드웨어(HW), 문서 관리 순으로 나타났다. 투치는 “이같은 결과는 EMC가 지향하는 ILM 전략, 즉 고객의 핵심 IT 과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6C’ 전략과 정확히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6C는 정보 분류(Classification)와 통합(Consolidation), 무중단 업무(Continuity), 백업 복구 및 아카이빙(Comprehensive BuRA), 규정 준수(Compliance), 콘텐츠 관리(Content management) 등이다. 10년 후에도 EMC가 현재와 같은 ‘강자 EMC’로 남아 있을 수 있을 까. 투치는 “EMC는 고객을 최우선으로 삼고, 고객의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최고의 품질과 완벽한 결과를 창출해내는 독창적인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EMC 문화는 지난 25년 이상 EMC 성장을 이끌어 왔으며, 미래에도 리더십을 지켜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자신했다. *EMC 회장 일문일답 =경영철학 : 타의 모범이 되자 =좌우명 :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우하자 =최근 읽은 책 : 세계는 평평하다 =가족 사항 : 부인과 두명의 자녀 =힘들 때 위로가 되는 말 : 좋을 때도 나쁠 때도 너무 기뻐하거나 위축되지 말자는 것 =좋아하는 음악 : 롤링스톤스 =존경하는 인물 : 너무 많아 얼른 안 떠오른다. =다른 직업을 가졌다면 : 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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