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서비스와 소프트웨어(SW) 분야는 상반기에 비교적 호조를 보여 하반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IT서비스는 시장경기 회복과 공공 및 금융부문 투자활기로 전년대비 향상된 성적표를 냈다. SW 분야 역시 정부가 SW강국을 지향하고 나선 것에 힘입어 시장 규모나 기술적으로 진일보할 수 있었다. 국산 SW의 해외진출도 두드러졌다. 보안 전문기업들이 사업다각화에 나서며 정보보호 사업 비중을 축소한 것은 옥의 티. 스토리지, 노트북PC 등의 하드웨어 부문은 양적으로 성장한 반면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수익성면에선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그래픽카드, 디빅스플레이어, DMB수신기 등 멀티미디어 기기의 수요는 마니아들의 관심증대로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IT서비스 연초 IT서비스 시장이 내수 활성화, 투자경기 회복에 힘입어 작년 대비 6%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처럼 상반기 흐름은 비교적 양호했다. 공공 SI부문은 인천시 도시철도기획단이 발주한 인천 1호선 송도연장 신호설비 프로젝트, 행자부 시·군·구 공통 기반 하드웨어 구축, 인천공항 2단계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인천공항 통합경비보안시스템 구축, 서울시 UTIS 사업, 소방방재청 긴급구조 표준시스템 구축 등 굵직한 프로젝트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시장 분위기를 밝게 했다. 이에 힘입어 상당수의 IT서비스업체는 1분기 들어 작년 동기 대비 향상된 매출실적 및 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추이는 2분기에도 재현될 전망이다. 국방 정보화 시장은 지난해와 달리 활기를 띠었다. 연초 군사정보통합관리체계(MIMS) 2단계 사업을 시발점으로 지상전술지휘통제(C4I)체계 전력화사업·GOP경계 과학화사업·군수장비정비정보화사업 등이 발주됐다. 또 국방부와 정보통신부가 △USN 기반 무인감시체계 △견마형 로봇 △RFID 기반 물류자산관리 통합시스템 △텔레매틱스 기반 원격의료시스템 등 24개 분야의 IT-국방 분야 협력과제를 선정·발표, 국방 정보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지리정보체계·공군 중앙방공관제센터(MCRC)·군전술종합정보통신체계(TICN)·국방재정정보화 등 굵직한 사업들이 하반기 발주될 예정이어서 그 열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의료정보화 시장은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전자의무기록(EMR) 도입이 활발해지면서 영동 세브란스병원·경찰대병원·가톨릭중앙의료원 등이 시스템 구축에 착수, 이 분야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이와 함께 원격진료 시스템 분야가 중소 의료정보화 전문업체를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됐다. 금융IT서비스 시장은 은행권의 차세대 프로젝트에 이어 보험·증권 등 그동안 잠복했던 제2 금융권의 차세대 프로젝트가 가시화되면서 호조를 이어갔다. 국내 최대 다운사이징 프로젝트로 관심을 모았던 농협 차세대 사업이 발주돼 최근 코어뱅킹 솔루션 선정작업이 마무리됐고, 내달 SI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어서 삼성SDS·LG CNS·SK C&C·한국IBM 등의 사활을 건 경쟁이 예상된다. 이에 앞서 진행된 농협 업무프로세스재설계(BPR) 프로젝트는 삼성SDS가 거머쥐었다. 보험부문은 교보생명의 대형 IT아웃소싱 사업을 한국IBM이 수주했고 대한생명의 전사자원관리(ERP) 사업자로 LG CNS가 선정됐다. 또 삼성생명의 기간계 리호스팅 작업도 프로젝트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웹 기반 기간계 시스템 구축을 골자로 한 서울보증보험의 차세대 사업은 SK C&C가 따내 기염을 토했고 현대해상화재보험이 차세대 시스템과 ERP 구축에 나서 현재 사업자 선정작업을 진행중이다. 증권 부문은 대우증권이 최근 차세대 시스템 프로젝트를 발주, 증권IT 시장의 개화를 알렸다. 하반기에는 신한은행의 차세대 시스템 개통과 함께 하나은행의 차세대 사업도 가시화될 전망이며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대비한 중대형 증권사 중심의 차세대 프로젝트와 증권선물거래소(KRX)의 차세대 사업도 수면으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드웨어 ‘1분기 맑음, 2분기 먹구름’ 올 상반기 PC·서버·스토리지 등 하드웨어 시장은 출발은 산뜻했지만 갈수록 속도가 주춤한 형국이었다. 먼저 서버는 1분기 5대 메이저 업체 실적이 전분기 대비 10∼30% 이상 늘어났다. 역시 질(수익)보다 양(판매량)이었다. 하이엔드 서버의 경우 매출이 28% 늘어나는 동안 판매 대수는 67%까지 늘어났다. x86서버는 대수기준으로 40% 증가했지만 매출은 3% 증가에 불과했다. 2분기는 가집계 상황이지만 대부분 업체가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선거영향으로 공공 시장 프로젝트가 ‘올 스톱’돼 서버 시장의 반등 기세는 주춤해지고 있다. 농협· KRX·대우증권 등 금융권 매출을 확대하지 않으면 지난해 수준의 실적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기술 면에서는 x86서버 시장을 둘러싼 인텔과 AMD의 멀티코어 경쟁이 불붙었다. 인텔은 듀얼코어인 뎀시와 멀티코어 프로세서 출시시기를 당초 목표보다 1∼2분기 이상 앞당겼다. 스토리지는 입출력 환경이 초당 4기가바이트 시대로 접어들었다. 한국IBM· 한국EMC가 4 최초 출시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였다. 또 산업자원부가 올해 안에 전자문서 보관소 개소를 예고하면서 컴플라이언스 스토리지 시장은 탄력을 받았다. 한국후지쯔의 세계 최고 용량 1365테라바이트(TB), 네트워크어플라이언스의 1000개 이상 디스크 장착 스토리지도 눈길을 끌었고, HDS코리아는 가상화 분야 10여개 사이트를 확보하는 우위를 보였다. 기술 혁신은 여전하지만 업체 수가 워낙 많아 가격 경쟁은 전년보다 더 심해졌다. 이 때문에 외장형 스토리지 시장 규모는 지난 해 보다 소폭 성장한 35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PC시장은 성장과 숙제를 동시에 안겨 주었다. 수요는 노트북PC 판매증가에 힘입어 외형 성장을 이뤘다. 상반기 PC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0% 이상 상승했다. 특히 노트북PC는 지난 1분기 처음으로 판매량에서 30만대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분기 30만대는 작년도 전체 노트북PC 판매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 이런 추세라면 국내 수요 100만대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PC시장 비중이 40%까지 높아진 노트북PC는 저가와 고가 시장으로 급속히 양분됐다. 고사양·다기능 위주의 ‘프리미엄’ 제품 쪽으로 수요가 쏠리거나 아예 기본 기능만 지원하는 ‘보급형’ 제품만 인기를 끌었다. 수익성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과제였다. PC 1대를 팔아도 3만 원을 남기기 힘든 상황이 지속됐다. 개화하기 시작한 노트북PC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울트라모바일PC·블루레이 장착 데스크톱PC 등 PC업계의 제품 차별화 노력도 나타났다. 주변기기 시장은 더욱 어려웠다. 완제품 가격 하락으로 주변기기를 별도 구매하는 고객이 줄어든 것. 또 CPU가격 하락에 따라 주변기기 가격도 등락하는 취약한 모습도 나타났다. 하지만 그래픽카드· 파워서플라이 등 전통적인 PC주변기기 이 외 TV수신카드· 디빅스플레이어·DMB수신기 등 멀티미디어 주변기기는 급성장했다. PC모니터는 19인치 가격 하락으로 이 제품이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17인치를 제치고 주류 상품으로 부상해 눈길을 끌었다.
◆솔루션 상반기 소프트웨어(SW) 시장은 SW 강국을 향한 국내 업체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굿소프트웨어(GS) 인증사들을 중심으로 품질 혁신을 주도한 국내 업체들은 공공시장을 중심으로 외산 제품과 경쟁하며 국산 SW의 메인스트림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GS인증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정부의 GS인증우선구매제도를 활용해 공공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결과다. 정부의 노력도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대통령까지 나서 ‘IT강국에서 SW강국으로’를 선언하며 본격화한 SW 육성 전략은 지난 3월 ‘소프트웨어(SW) 공공구매 혁신 방안’을 통해 산업육성의 구체적인 의지를 표현했다. 지난달에는 정보통신부가 ‘SW 제값받기’를 골자로 한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마련, 입법 예고해 SW업계가 기대에 가득했다. 강태헌 큐브리드 사장은 “업계의 자구 노력과 정부의 정책 지원이 맞물리며 국산 SW 산업 육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고 평가했다. 국내 SW업체들의 해외 시장 선전도 두드러졌다. 특히 10년 불황에서 탈출한 일본 시장에 진출한 업체들이 혁혁한 성과를 올리며 두각을 나타냈다.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는 일본 콘텐츠관리시스템(CMS) 시장에서 세계적인 SW업체들과 경쟁에서 승리하며 시장점유율 수위를 달리고 있고, 투비소프트는 일본 X인터넷 시장을 열며 일본 열도를 국산 SW 바람을 날리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큰 진전이 있었다.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가 SW 시장의 화두로 떠올랐고 IT거버넌스도 태동했다. SW의 공유와 재사용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SOA는 한국IBM·한국HP·한국오라클·SAP코리아·BEA시스템즈코리아 등 다국적 컴퓨팅 기업뿐 아니라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 업체인 티맥스소프트까지 시장의 열기가 뜨겁다. 기업의 컴퓨팅 자원을 통제해 회사의 인력은 물론이고 조직까지 총괄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IT거버넌스도 솔루션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형 SW업체들은 운영체계에서 애플리케이션에 이르기까지 모든 SW 제품군을 갖춘 스택 전략으로 전문 SW업체들을 압박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포인트 솔루션에만 치중하는 국내 SW업체들을 크게 위협할 공산이 커 업계 차원의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SW의 살아있는 전설 빌 게이츠의 은퇴 선언과 SAP의 인수합병(M&A)설도 국경을 넘어 국내 SW 시장에 충격을 줬다. 또 인터넷업체인 구글이 SW 서비스 시장을 치고 나가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기존 SW업체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국내 업체들의 대응 전략 부재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한편 정보보호 시장은 국내를 대표했던 보안 기업들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기존 사업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 진출하면서 시장이 위축됐다. 이 같은 현상은 사이버 국가 안보를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기업을 운영했던 창업자들이 기업을 줄줄이 떠나면서 나타나 무력한 보안업계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했다. 올해 퓨쳐시스템·소프트포럼·시큐어소프트 등이 정보보호 사업 비중을 낮췄다. 특히 이들 기업은 코스닥에 등록돼 각각 가상사설망(VPN)과 암호솔루션, 방화벽 등의 분야를 선도했지만 보안사업 분야에서 장기적인 성장 계획을 짤 수 없다며 타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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