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1동과 203동을 만나게 하라.’ 최근 부천로봇산업클러스터의 지상과제다. 부천 약대동에 위치한 테크노파크. 401동엔 로봇관련 연구기관·업체가, 바로 옆의 203동엔 모터·센서 등 자동화의 주요부품 연구기관·업체가 둥지를 틀고 있다. 로봇 완성품과 관련 부품산업간의 시너지를 만들겠다는 게 연구단지를 관할하는 부천산업진흥재단의 목표. 하지만 둘은 아직 공감대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아직 로봇쪽이 규모있는 산업의 형태를 띄지 못했기 때문에 부품업체들이 관심있게 접근하지 않고 있습니다.” 재단 이동훈 사업본부장의 말이다. 이같은 연계고리 형성은 공간적 한계에 부딪힌 부천로봇산업의 돌파구다. 로봇업체들이 마음놓고 공장을 세울 수는 없지만 지역내 금형, 부품업체들과의 네트워크를 하나의 공동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부천시는 부천로봇산업클러스터 추진사업단을 만들어 해결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사업단내 전문기술위원회를 △콘텐츠디자인 △네트워크기술 △시스템통합(SI) 기술 △알고리즘 기술 △액튜에이터 기술 △센서기술 △메카니즘 기술로 나눠 각 분야 부품업체들이 로봇업체와 의견을 조율, 시장을 창출하도록 한다는 게 핵심이다. 스타산업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지역내 연구기관과 기업체, 부천시의 역량을 결집할 계획이다. “6월쯤에 사업단 런칭행사를 가지려 하고 있습니다. 부천에는 오토닉스, 그린센서와 같은 훌륭한 자동화 관련 부품회사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로봇분야에는 손을 안대고 있죠. 정서적인 거리감도 적지 않습니다. 이들을 만나도록 하는게 부천로봇클러스터의 출발점입니다.(이동훈 본부장)” 다른 지자체와의 경쟁도 새로운 도전으로 등장했다. 지자체들이 로봇산업 육성에 잇따라 나서면서 업체 유치전이 물밑에서 전개되기 시작한 것. 지역산업의 이렇다할 테마가 없는 상황에서의 쏠림현상이거나 중앙정부의 로봇클러스터 예산을 노린 경쟁이기도 하다. 부천은 지난 해 한 해에만 7억여원의 자체 예산을 투입해 관내 9개 업체·연구기관이 기술개발 과제를 시행하도록 하고, 공동생산장비와 같은 각종 인프라를 보강하는 등 입지를 다지는데 힘을 쏟고 있다. 개장 3개월만에 3만 5000여명의 관람객을 넘긴 로보파크의 성공도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 로보파크는 올해 스마트홈 전시관을 새롭게 구성, 유비쿼터스 환경에서의 로봇 활용을 보다 실감나게 보여주고 학생, 실무자를 대상으로한 로봇교육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또 산자부가 추진중인 로봇사업의 테스트베드로 로보파크를 적극 활용토록 제안키로 했다. 러시아와의 국제협력도 모색한다. 부천은 지난 해 러시아 바우만공대, 톰스크 폴리테크와 국제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러시아 소형모터, 센서, 계측기기, 로봇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한 세미나도 가졌다. 러시아와의 다양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는 지역내 업체를 통해 국제협력 시너지를 인프라로 흡수하려는 시도다. 부천은 이를 통해 정부가 지정하는 로봇산업 클러스터로 올라서려 하고 있다. 로봇부품연구개발사업의 중심지 역할도 노린다. 이를 통해 5년뒤 로봇분야에서 매출을 500억원 이상 올리는 스타기업을 3곳 이상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인천, 안산, 대전, 광주 등 다른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서로의 약점을 보강하고 산업을 위한 공동기반을 구축하려는 노력은 아직 부족하다. 부천은 지자체중 가장 많은 로봇기업을 유치하고 있지만 대기업이나 대규모 연구소가 없고 공간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연대를 통한 해결방안 모색이 가능하지만 아직 실현에 옮길 생각은 없다. 부천시 이경섭 경제문화국장은 “부천은 전체 로봇기업의 절반이상이 모여있는 탄탄한 산업기반을 갖췄다”며 “다른 지역은 아직 협력할만한 형태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은 협력할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부천 로봇산업을 누가 이끄나 부천은 일찌감치 클러스터 구축에 나서 주요 로봇업체를 여럿 유치하고 있다. 전문업체중 대표격인 유진로봇, 다사테크, 로보테크, 마이크로로보트가 둥지를 틀고 있다. 유진로봇은 신경철 사장이 로보틱스연구조합 이사장, 지능형로봇산업협회 부회장을 맡으면서 업계의 리더 역할을 해내고 있다. 회사도 지난해 청소로봇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지니월드 인수를 통해 코스닥에 진출하며 올해 도약을 노리고 있다. 다사테크는 제조용 로봇분야의 탄탄한 매출기반을 다진데 더해 애완견 로봇 등으로 엔터테인먼트 로봇 분야 시장을 노크한다. 로보테크는 디스플레이, 반도체 생산장비에 들어가는 제조용 로봇 전문 업체. 규모는 작지만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로보티즈와 파스텍 등도 주요 업체로 꼽힌다. 로보티즈는 달리는 휴머노이드를 개발해 눈길을 끌었고 파스텍은 국산화 취약 분야인 모터드라이버를 국산화해냈다. 하늘아이는 교육용 로봇을 국내외 학교에 공급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제조용, 가정용, 엔터테인먼트 로봇 분야 총 17개가 유일하게 산업군을 형성한 클러스터가 바로 부천. 연구기관의 공동연구시설도 구축됐다. 로봇공동연구센터내의 로보틱스연구조합은 퍼스널로봇기반기술개발, 자율로봇종합평가기술개발 등의 연구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정중기 단장이 이끄는 부품연구원 지능메카트로닉스 연구센터(센터장 성하경)도 부천에 마련돼 총 25명의 연구인력이 정밀구동과 지능로봇분야의 연구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센터는 로봇 전장부품의 설계 제작 기반 구축사업을 진행중이다. 또 디지털콘텐츠텔링 로봇기술을 개발해 부천시의 문화산업과 부합된 문화도우미 로봇을 탄생시킬 계획이다. 부천대는 종합기술지원센터를 만들어 임베디드시스템, 자동계측기스템 등 전문기술교육과 공동연구장비를 제공하고 있다. 생산기술연구원도 연구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밖에 최영길 단장이 이끄는 지역거점대학 로봇공동사업단 등이 부천의 로봇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인터뷰-이경섭 부천시 경제문화국장 “공간적인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얼마나 관련산업간 시너지를 만들어 나가느냐가 관건입니다.” 부천시 이경섭 경제문화국장(55)은 부천 로봇산업의 미래를 이렇게 자가진단했다. 부천은 지난 2004년 일찌감치 로봇산업 육성을 추진했다. 그는 “로봇산업이 차세대 유망한 산업이라는 관내 기술기업과 연구기관의 공감대에 귀를 기울인 덕에 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 가까운 입지 덕에 기업들의 호응도 좋았다. 하지만 좋은 입지는 이점인 동시에 약점으로 작용했다. 아파트형 공장 임대료가 치솟는 것은 물론 절대적인 공간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 규제도 한 몫을 한다. 여러 로봇업체가 이전을 희망하고 공간확대를 요구하지만 모두 받아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국장은 “로봇업체들에 임대료 혜택과 공동연구센터 등 인프라를 제공해 협력과 시너지의 장을 만든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배후생산기지를 원하는 업체들이 만족할 만한 토지자원이 부족한 현실에서 공간적인 한계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근생시설로 지정된 공간에서 일부분 생산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추가로 조성되는 오정산업단지 8만8000평이나 테크노파크 등에 최대한 기존 관내 기업과 연계되는 회사를 유치해 시너지효과가 나도록 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산업단지가 모두 시의 재산이 아닌데다 분양가도 평당 500만원대로 훌쩍 뛰어올라 쉽지만은 않은 일이지만 기존의 부품소재, 문화산업, 금형 등과의 연계고리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부천의 강점인 문화콘텐츠 산업이나 금형, 부품산업이 아직은 로봇산업과 연계를 만들지 못하고 있지만 계속 접목시키면 서로 기능이 엮이게 될 것”이라는 기대다. 그는 “로보파크의 호응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지역주민의 호응도는 무척좋다”고 전했다. 부천을 로봇스포츠의 메카로 떠오르게 할 수 있는 부천로봇대회의 연중 개최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이 국장은 경제와 문화를 함께 다루도록 돼 있는 직제의 장점을 십분 살릴 생각이다. 그는 “문화와 산업을 연계하고 관내 기업이 문화행사속에서 제품과 회사를 알리고 실적에 도움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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