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교체(리플레이스)’ 수요가 열리고 있다. 지난 1999년 ‘밀레니엄 버그(Y2K)’ 이후 미뤄왔던 시스템 투자가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IT 교체 수요는 예상대로라면 2000년 정점 이후 2003∼2004년 경부터는 일어나야 했다. 실제 이미 미국·유럽 등 선진국은 지난 2003년을 기점으로 수요로 몰리면서 IT업계가 아연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내수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IT 수요에 ‘빨간 불’이 켜진 상태였다. 주요 기업이 제일 먼저 정보시스템 예산을 절감하면서 수요는 ‘게걸음’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면서 가격은 연일 폭락해 ‘수요 침체->출혈 경쟁->투자 부진’의 악순환이 반복된 것. 다행히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IT 투자 싸이클도 다시 선순환 구조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이미 곳곳에서 ‘봄바람’이 불고 있다. 제일 먼저 꽃 소식을 전하는 쪽은 증권과 공공기관. 증시 불황으로 시스템 투자 연기를 거듭해 온 주요 증권사는 투자 대기 물량까지 겹치면서 잇따라 ‘빅 프로젝트’를 내놓고 있다. 서버 업계에서는 Y2K 문제가 불거졌던 2000년 이후 최대 교체 수요를 예상하면서 컨설팅과 각종 애플리케이션 개발, 시스템 통합 프로젝트까지 합하면 1500억원 이상의 투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차세대 시스템 바젤Ⅱ 등 금융권 프로젝트와 공인 전자문서보관소, 행자부 지자체 정보화 기반시스템 프로젝트 등이 줄줄이 예정된 상황이다. 김태영 한국IBM 전무는 “2∼3년째 예산 부족을 들어 교체하지 못한 각 기업의 기존 인프라 교체 증설 작업이 이뤄져 큰 폭의 수요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특히 서버 쪽은 올해 x86 서버가 듀얼코어, 64비트 등 개선된 성능을 내세워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서버분야 수요를, 스토리지는 가상테이프라이브러리(VTL), 콘텐츠 아카이빙용 스토리지인 CAS 등 특정 수요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블레이드 서버도 공간 효율성·집약도·통합성 등을 강점으로 성공적으로 시장에 연착륙해 올해를 사실상 수요 원년으로 낙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SW) 분야도 ‘청신호’가 켜졌다. 기술 측면에서 SW 업그레이드 수요 기반이 탄탄하고, 경기 회복에 따른 IT투자 심리가 호전되고 있는 것이 주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하드웨어 인프라 시장은 어느 정도 포화 상태에 이르렀지만 SW는 이제부터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다. 시장 조사업체 IDC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SW시장은 9∼10%의 성장을 낙관하고 있다. 한국IDC 측은 “경기회복 속도가 점차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올해 두자릿수 성장세도 예상하고 있다”며 “앞으로 5년 동안 8.9%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이며 2009년에는 3조2000억원이 넘는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시장을 낙관하는 데는 ‘마이그레이션’ 수요도 한 몫 했다. 마이그레이션은 메인프레임을 유닉스로 바꾸거나, 유닉스 시스템을 리눅스·닷넷 기반으로 바꾸는 것처럼 기존 시스템을 새로운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작업으로 리다큐멘트·리페이스·리호스팅·리아키텍쳐 등 다양한 방식을 포함한다. 주요 기업이 새로운 방식의 플랫폼으로 정보 시스템을 바꾸는 시도가 활발하고 특히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 바람이 불면서 분위기는 이미 무르익은 상태다. 가장 관심이 높은 분야는 그룹웨어와 지식관리. 컴퓨터월드가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그룹웨어와 지식관리 분야에 투자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이어 보안(34%), 전사자원관리, 네트워크 인프라 강화, 데이터웨어, 백업과 재해 복구, 고객과 공급망 관리 순으로 나타났다. 일반 PC 분야도 교체 수요를 견인할 테마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인텔은 디지털 홈 비전을 겨냥한 ‘바이브’ 플랫폼을 올 초 선보였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도 본격적인 64비트 PC 운용체계(OS) ‘윈도 비스타’를 하반기에 내놓는다. 비스타는 PC의 세대교체를 주도할 전망이다. 특히 윈도 비스타는 사무용 소프트웨어의 차기작 ‘오피스 12’와 함께 강력한 멀티태스킹 성능을 제공해 IT시장 전반에 새로운 성장 활력을 불어넣는다. 오덕환 한국IDC 사장은 “IT인프라에서는 64비트 윈도, 애플리케이션으로는 가상화가 교체 수요를 견인할 것”이라며 “특히 보안이 ‘톱 3’ IT인프라 투자 영역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IT·네트워크의 컨버전스와 맞물리면서 올해 IT 업그레이드 시장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
◆올해의 예상 IT수요 교체 수요를 포함한 올해 국내 주요 기업의 IT투자 예산은 평균 158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시장 조사업체 KRG에 따르면, 매출 규모 2000억원 이상 국내 152개 기업의 2006년도 IT예산을 분석한 결과 기업당 평균 IT예산이 2005년 대비 16.4% 증가한 158억원으로 나타났다. KRG는 기업이 연초에 편성한 예산이 실제로 집행되는 액수보다 많은 게 관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IT투자 증가율은 7∼8%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KRG는 올해 IT수요의 견인차로 노후화한 시스템 교체와 기존 시스템 효율화, ERP 보완과 개선과 같은 이슈 외에 IT 운영과 서비스 관리체계 구축, 실시간 비즈니스체계 구현, BPM, 전자태그(RFID) 도입 등을 꼽았다. 업종 별로는 먼저 제조에서는 그룹웨어와 SCM·ERP 프로젝트가 가장 많았으며, 금융은 하드웨어 인프라 개선과 차세대 시스템 구축, 백업·재해 복구 프로젝트의 비중이 높았다. 서비스 업종에서는 CRM과 같은 고객 측면 프로젝트와 그룹웨어, SCM 프로젝트 계획이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서버와 PC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KRG는 예측했다. 개인용 컴퓨터(PC)가 92%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서버 80.1%, 네트워크 장비 56.7%, 스토리지 42.7% 순이었다. 하드웨어 투자는 대체로 매출 규모에 비례했고 업종별로는 금융이 다른 업종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애플케이션과 관련해서는 그룹웨어/KM·ERP·정보보호 등이 여전히 수요를 주도하면서 CRM 신규 도입이 꾸준히 늘고 신규 투자에서 아직 ERP가 CRM을 앞서지만 2007∼2008년 경에는 CRM 신규 도입이 ERP를 앞설 것으로 예측했다. RFID는 정보보호에 이어 두번째로 관심이 컸고, BPM도 ‘포스트 ERP’ 시장의 핵심 화두로 주목받으며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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