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세계적인 전장 업체인 독일 하먼베커가 현대오토넷을 찾았다. 현대오토넷 보급형 내비게이터 ‘폰터스’를 유럽 시장에 가져가기 위해서였다. 하먼베커는 유럽 최고급 완성차에 순정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이지만 보급형 내비게이터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을 보고 전략을 수정했다. 현대오토넷 관계자는 “유럽 내 보급형 내비게이터 시장은 2002년 1000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10만대로 성장하고 2007년에는 10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먼베커는 이 시장을 보고 우리 제품에 유럽 지도 소프트웨어를 얹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먼베커는 작년 4분기부터 현대오토넷의 내비게이터를 공급받아 2개월 동안 5만대를 판매했다. 하먼베커는 오는 3월까지 내비게이터 8만대를 추가 주문했다. 현대오토넷은 불과 5개월 만에 13만대의 내비게이터를 유럽에 판매한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경험한 내비게이터 업체의 질주가 이제 세계로 향하고 있다. IT 기술로 무장한 우수한 품질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신흥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유럽, 북미는 물론 내비게이터 본고장인 일본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현대오토넷 관계자는 “일본 내비게이터 시장은 10만∼20만엔대 이상 고가 제품이 주를 이루고 제품별로는 DVD 타입이 71%, HDD 타입이 26%지만 비싼 가격으로 인한 구입 장벽이 존재해 국산 제품과 같은 5만엔 대의 저가형 제품이 초기 진입제품(엔트리 프로덕트)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내비게이터가 연간 350만대 이상 판매되고 있지만 자동차 등록 대수가 7000만대임을 감안하면 성장 여력도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국내 업체들은 먼저 북미와 유럽 시장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2004년 67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500억원으로 뛰어오른 카포인트는 프랑스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질주하는 등 매출 절반 이상을 수출로 달성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프랑스·이탈리아·독일·미국 4개국에서 올해 중국·중동·러시아 시장으로 확대해 매출의 70%를 수출로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이나비’ 브랜드로 유명한 팅크웨어는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다. 현재 서유럽지역의 지도 개발을 완료했으며 올해 안에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파인디지털은 지난해 가능성을 엿본 미국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미 전역 유통망을 갖춘 스테이플스 공급에 힘입어 미국 QVC, HSN, 숍앳홈(Shop at Home) 등 홈쇼핑에서 내비게이터 판매를 시작해 본격적인 미국 시장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오토넷은 5만엔 대의 저가형 제품으로 일본 시장에서 올해 5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파인디지털 미국 법인장 이규승 사장은 “현재는 대만 미오, 영국 톰톰(TomTom), 미국 가민(Garmin) 등이 주요 업체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컨버전스 기술과 완성도 높은 품질을 갖춘 한국 내비게이터가 인정을 받고 있다”며 “올해는 국내 업체들의 수출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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