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와 케이블사업자는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는 데서 동일하다. 이런 공통점은 차세대 통신네트워크라고 지칭되는 광대역통합망(BcN)을 바라보는 시각도 유사하게 만든다. 하나는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통신서비스를, 다른 하나는 방송중심서비스라고 강조하지만 실제 소비자에게 구현되는 서비스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디지털 컨버전스’라는 현상은 이들의 태생적 한계를 제거시켰다. 통신서비스사업자가 케이블사업자보다 규모 면에서 크다는 점과 케이블사업자가 통신사업자보다 훨씬 지역밀착형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마저도 차세대 네트워크에서는 사라질 공산이 크다. 인수합병과 제휴라는 해결책이 있기 때문이다. ◇사업자, 네트워크 집중=통신사업자와 케이블사업자는 당분간 네트워크 구조 변화에 전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현재의 통신망 구조로 향후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구현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업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당분간 수조원에 이르는 네트워크 고도화 작업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한결같이 디지털홈은 물론이고 향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수익처를 다변화하기 위해서는 고도로 진화된 네트워크 보유를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표준 및 사업자 간 이해득실이 오고가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래 수익을 통신네트워크 진화를 통해 보장받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예산은 당연히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에 쏠릴 수밖에 없다. 이들 회사에서 BcN을 담당하는 대부분의 조직은 홈네트워크 추진팀과 동일하거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는 BcN을 디지털홈 서비스와 동일한 관점에서, 혹은 BcN을 디지털홈 서비스를 위한 기반 네트워크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예산배정이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에 쏠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원 배치도 치중될 수밖에 없다. 사업자들이 주도적인 디지털 홈 사업주체로서 서비스를 확대하기보다는 네트워크 고도화에 치중하며 가전업체와 콘텐츠업체, 각종 홈네트워크 주도업체가 나서서 시장을 확대하는 데 동조하는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는 분석은 여기서 나온다. 사업자마다 다소 규모 차이는 있겠지만 올해부터 2010년까지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기반 투자에 매진할 전망이다. 통신사업자나 케이블사업자의 차세대 네트워크는 All IP망에 기반을 둔다. 비디오, IP멀티미디어, 디지털 광고 등 디지털홈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타 네트워크와의 연동, 각종 서비스 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영역확장에 나서러면 이 사항은 필수다. 통신사업자와 케이블사업자의 망고도화 작업은 △대용량 데이터 및 영상 등을 전달할 수 있는 네트워크 한계 직면 △고품질 멀티미디어서비스 제공을 위한 광대역·초고속 네트워크 필요 △음성중심 서비스 기반 약화 및 고비용 서비스 생성 환경 △망 형태에 따른 서비스 진화 한계 △통·방 융합 및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 제공을 위한 All IP 기반 개방형 구조 네트워크 필요 △사업 영역파괴 △단말 및 접속방식에 상관없는 서비스 이용 기회 확대 등이라는 목적을 띠고 진행된다. 각각의 입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신과 방송의 융합, 다양한 단말 간 서비스 확대, 새로운 수익 기반 생성, 미래 환경변화 대비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들이 앞세운 서비스는 통·방 융합, 유무선 통합 등 각종 음성·영상·데이터 서비스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디지털 홈의 그것과 동일하다. 표 참조 ◇통신과 케이블 사업자 고민=통신사업자와 케이블 사업자의 고민은 디지털홈이 구성될 경우 현재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수익이 잠식될 수 있다는 점이다. 홈네트워크 시범사업자인 KT와 SKT가 홈네트워크 서비스 이용요금과 가입자 수요예측에 치중해온 것도 이러한 내부 고민을 반영한다. 가입자 기반이 갖춰져야만 컨버전스 시장에서 생존이 가능하고, 다양한 사업 주체가 경쟁을 하더라도 현재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인식하고 있는 홈네트워크의 장애요인은 생각보다 많다. 홈네트워크 유용성이라는 원초적 문제에서 시작해서 가전기기 확산, 구축 주체, 가격·콘텐츠 확보, 사업자 간 대립 등 갖가지 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러나 이 문제 핵심 역시 디지털홈이라는 시장에서 통신사업자와 케이블사업자의 수익이 보장될 수 있는지에 있다.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이용하게 만들고,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지에 있다. 이게 담보되지 않는 한 쉽사리 움직일 수 없다. 문제는 컨버전스는 그 기술 발전 과정에서 통신사업자에게 수익을 보장해줄 수 있는 해답을 명쾌하게 던져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남중수 KT 사장(한국홈네트워크산업협회장)이 최근 발언한 ‘긴호흡 경영’은 눈여겨볼 만하다. 긴호흡 경영은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통신업계 맏형 KT의 고민과 그에 대한 해법이 담겨 있다. 결국 디지털홈 시장이 고통스러워도 가야 할 길임을 암묵적으로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남 사장은 최근 장기적 성장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올해 경영목표를 매출 11조7000억원과 영업이익 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낮춰 잡았다. 수익을 낮추지만 와이브로·IP미디어 등 미래 전략사업 1조원 등 총 3조원을 투자해 미래 수익을 보장받겠다는 뜻이다. 특히 유선시장 포화와 무선 시장, 케이블 시장과의 경쟁에서 수년째 멈춘 성장동력을 IP미디어(IPTV 또는 TV포털)에서 찾겠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와이브로 부문이 5000억원으로 가장 크지만 차세대 네트워크 3100억원, 콘텐츠 1400억원, IP미디어 500억원 등 디지털 홈을 겨냥한 신규사업에만 1조원이 넘는 금액을 쏟아붓는다. KT의 ‘긴호흡 경영’은 컨버전스로 인해 현재의 기존 통신가입자 기반에서 안주할 경우 생존하지 못한다는 절박함이 배어 있다. 이 점이 지난해에 비해 두드러지게 달라진 올해 통신·케이블업계의 변화다. 100여년간을 지탱해온 통신 가입자 기반이, 멀티미디어 컨버전스 기반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 더 이상 안주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대부’ KT 내부에 세워졌다.
◆기업탐방-파도시스템 파도시스템(대표 이정수 www.padosystem.co.kr)이 홈네트워크 시장에 뛰어든 것은 불과 1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2005년도에 광주·전주·울산·경기도 화성 동탄 등 총 4500여 가구에 이르는 홈 네트워크 시스템 공급 계약을 하는 등 제법 쏠쏠한 성과를 거뒀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홈 네트워크 샘플하우스를 운영하는 등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해둔 상태다. 국내 홈네트워크 시장 상황을 감안한다면 사업 초기에 이런 성과를 거둔 점은 이례적이다. 파도시스템은 1999년 7월 설립된 회사로 인터넷·모바일·데이터 베이스 기반 기술과 응용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 정보 공유 및 원격 제어 솔루션 개발을 주력으로 하다가 여기에서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홈네트워크 사업에 뛰어들었다. ‘유무선 통합 Peer to Peer(P2P)를 위한 미들웨어’를 통해 산업·유통·사무자동화 부문 사업을 해본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이 회사는 최근 LG전자 등 건설·통신·가전업체와 다양한 협력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 개발한 홈 서버는 국내 유력 건설사뿐 아니라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주와 유럽에 이르기까지 많은 바이어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파도시스템이 홈네트워크 시장에서 사업 첫해부터 돌풍을 일으킨 이유는 아파트 공동단지 서버에서부터 가정의 홈 서버에 이르기까지 모든 솔루션을 자체 개발해 보유했다는 점이다. 이 점은 추가 킬러애플리이션 개발은 물론이고 기술 및 가격, AS 부문 등에서 강한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파도시스템은 현재 하반기 제품 출시를 위해 차기 홈네트워크 시스템 기본설계와 디자인 컨셉트를 완료한 상태다. 특히 주목하는 부문은 올해 기획중인 콘텐츠 서비스다. 단순한 홈서버 판매업체가 아닌 디지털 홈 구현에 필요한 여러 부문의 콘텐츠 서비스를 구현, 새로운 디지털 홈 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 서비스는 2007년 하반기 시범 서비스를 거쳐 2008년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뷰-이정수 사장 -디자인이 우수한 편인데. ▲아파트는 일반 소비자가 선택하는 제품 중 가장 고가의 제품이다. 소비자 구매행태 또한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제품의 품질은 기본전제일 수밖에 없다. 더 차별화된 제품의 경쟁력을 파도시스템은 디자인에서 찾았으며 현재까지 이 전략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 홈네트워크 사업전략은. ▲우리에게는 도약의 계기다. 이미 연 매출 100억원에 이르는 안정적인 수주잔고를 확보해 놓은 상태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회사는 단일화된 제품군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홈 서버의 핵심장비뿐 아니라 주변장치에 이르기까지 제품군 다양화를 통해 매출구조의 다양화를 도모하려 한다. -미래 수익 모델을 어디서 찾나. ▲파도시스템은 단순 장비제조업체로서 홈네트워크 시장에 남기를 원하지 않는다. 현재의 홈네트워크 핵심장비인 홈 서버는 다양한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제품 가격도 점차 하락할 것이며 회사의 채산성이 악화될 것은 불문가지다. 회사의 존속과 성장을 보장해 주는 것은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새롭고 감성적인 서비스와 콘텐츠다. 이것이 파도시스템의 미래 수익구조와 성장엔진이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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