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방송 설비 산업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지난 수년간 침체돼온 네트워크 및 방송 설비 시장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 이제 막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 네트워크 시장이 올해는 단순 회생의 수준을 넘어 ‘제2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5년여 만이다. 와이브로·WCDMA 등 차세대 인프라 투자와 인터넷전화(VoIP)·광전송장비(FTTH)·디지털 무선통신망(TRS) 등 국내 통신·방송산업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을 유망 시장을 분야별로 점검해 본다.
지난 2000년, 당시 국내 시스템통합(SI)업계를 주도하던 쌍용정보통신의 네트워크 부문 매출이 주력인 컴퓨터 SI 매출을 초과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쌍용이 86년 네트워크 사업에 진출한 이래 처음 있는 일로 당시,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과 케이블모뎀 등 초고속가입자망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일어난 사건이다. 이 같은 네트워크 사업 호조로 쌍용은 2000년 회사 매출 목표를 30% 이상 늘려 잡기도 했다. 그러나 2001년까지 진행된 통신 인프라에 대한 과잉 투자는 곧바로 역풍을 몰고 왔다. 한번 침체기에 접어든 시장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고 IT경기침체까지 맞물리면서 대부분의 통신장비업체들이 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문을 닫아야 했다. 여기에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까지 악화되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오랜 침체기를 겪으며 네트워크 장비 업체 중 상당수가 ‘네트워크’라는 이름표를 떼고 ‘IT솔루션·IT서비스업체’로 문패를 바꿔 달았다. 쌍용정보통신·다산네트웍스·콤텍시스템·유베이스 등 업체들도 전성기였던 2000∼2001년 이후 네트워크 시장 거품이 한순간에 꺼지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텔레콤, 방송, 네트워크통합(NI) 등 전략적 목표시장에 대한 끈은 결코 놓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해부터 통신·방송 융합 추세와 함께 IPTV·DMB·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와이브로·텔레매틱스 등 새로운 수요가 살아나면서 네트워크 시장 분위기는 반전되기 시작했다. 통신장비 시장이 침체기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임에도 지난해 다산네트웍스·콤텍시스템·유베이스 등 3사는 네트워크 장비 업계에서 ‘마의 벽’으로 인식돼온 연간 매출 1000억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쌍용도 통신·방송사를 대상으로 한 컨버전스사업 부문 매출이 일찌감치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네트워크연구조합도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통신설비시장이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판단 아래 산·학·연 전문가를 중심으로 별도 자문단을 구성하고 통신사업자와 네트워크 장비업체를 서로 연결해 국산 장비 공급 확대를 유도하는 등 네트워크 시장 활성화에 적극 나섰다. 네트워크 설비시장의 이 같은 회생 조짐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PwC와 톰슨벤처이코노믹스 등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벤처 캐피털의 네트워크 및 통신 분야 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가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다른 해외 보고서들도 인터넷전화(VoIP), 등 이른비 컨버전스 기술에 투자가 급증하면서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지역을 중심으로 통신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쌍용정보통신 김길태 컨버전스사업부문 이사는 “최근 디지털방송 전환과 함께 IPTV·DMB·TPS·와이브로·VoIP 등 새로운 통·방 컨버전스 시장의 빠른 성장에 힘입어 과거보다 질적인 측면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제2의 통신·방송 르네상스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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