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은 국내 경제의 한계와 희망을 동시에 보여준 한 해였다. 상반기 내수경기 부진으로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4% 아래로 추락했으나 하반기 들어 내수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수출증가세도 확대되면서 성장률 4%를 회복했다. 지난 상반기 뒷걸음질쳤던 기업 실적도 2분기를 바닥으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3∼4분기에는 다시 상승곡선을 이어나갔다.
◆e비즈 ‘외형 커져도 실속은 글쎄’ 올해 e비즈니스 산업은 외형적으로는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기업의 e비즈 활용도나 산업 균형 성장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선두 e비즈 그룹들이 매출 확대로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확보한 반면 후발 그룹과 중소 e마켓은 여전히 생존 자체가 힘겨운 ‘빈익빈 부익부’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올해 e비즈니스 시장은 전년 대비 12% 가량 증가한 351조원으로 외형 성장에는 성공했다. 또 전체 기업 가운데 전자상거래를 활용하는 비율도 지난해 17.7%에서 올해 26.1%로 증가, 4곳중 1개 기업은 전자상거래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시장 성장률은 예년의 30∼40%에 비해 크게 낮아졌으며 우리나라 산업 총거래 규모에서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21.0%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기업들의 e비즈 활용 지수를 나타내는 e비즈니스 인덱스에서도 제자리 걸음만 걸었다. 산자부가 15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5 e비즈니스 인덱스 결과는 100점 만점에 47.3으로 절반 수준에도 못미쳤다. 금융업과 자동차 업종은 55∼66점을 득점하며 높은 활용도를 보여주었으나 부동산 임대업과 가구업 등은 업종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20점대 낮은 활용도에 머물러 업종간 괴리가 심화됐다. 올해 e비즈니스 업계의 가장 큰 성과는 선두 그룹들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 확보다. 아이마켓코리아, 서브원, 엔투비 등 MRO e마켓플레이스를 비롯해 철강 B2B인 이상네트웍스, IT B2B 컴에이지, 의료 B2B 이지메디컴 등은 B2B 업종의 성공 모델을 보여줬다. 아이마켓코리아와 서브원은 탄탄한 계열사 MRO 수요를 기반으로 8000억∼1조원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으며 거래 규모 1000억원이 넘는 e마켓들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이상네트웍스는 e마켓 업체 가운데 올해 처음으로 코스닥에 입성해 B2B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올해 성장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글로벌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어서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그러나 선두그룹들의 이같은 성공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부분의 e마켓들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0∼2001년 우후죽순 생겨났던 지나치게 협소한 내수시장의 한계로 인해 투자금도 제대로 못건지고 상당수 사업을 철회했다. 내년에도 소규모, 후발 e마켓들의 사업 구조조정이나 e마켓간 M&A는 지속적으로 일어날 전망이다. 올해는 u비즈니스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전자거래진흥원, 전자거래협회 등 e비즈 기관들이 RFID와 트레이서빌리티(이력추적) 사업을 전개하면서 u비즈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한·일간 RFID 정보교류회가 올해 안으로 구성되는 등 국제 협력사업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밖에 우리나라 전자무역 인프라가 카자흐스탄에 수출되고 국가 e트레이드 플랫폼 2단계 사업이 시작되는 등 올해 전자무역 분야에서는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성과가 있었다.
◆거시경제 ◇하반기 경제회복=현재 주요 경제연구기관이 내놓은 2005년 경제성장률 자료에 따르면 올해 연간 성장률은 3% 후반을 기록할 전망이지만 하반기 기준으로는 4% 중반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연간 성장률을 3.9%로 예상했으며 대표적인 민간연구기관인 삼성경제연구소는 3.8%로 내다봤다. 이는 4.6%에 달했던 지난 2004년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든 수준으로 민간소비 부진에 따른 내수경기 회복이 지연된 탓이 컸다. 하지만 국내 경제성장률은 3분기부터 다시 4% 수준을 회복하면서 오름세로 전환됐다. 한국은행과 삼성경제연 모두 4분기 성장률이 4.8%를 기록할 것으로 점쳤다. 소득·고용개선과 주가 상승 등에 힘입어 민간소비가 회복되고 있고 수출증가세와 설비투자도 양호한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 경제연구기관들은 내년에도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연간 성장률이 4% 후반에서 5%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T기업 실적 회복세=IT기업 역시 ‘상반기 부진, 하반기 회복’ 흐름을 따라갔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IT기업의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환율하락·유가급등 등으로 인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며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그러나 3분기 들어 환율·유가 변동폭이 완화되면서 IT기업도 회복 가능성을 높여갔다. IT 상장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지난해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올 2분기에 비해서는 30% 이상 늘어나 바닥권 탈출을 시사했다. IT기업은 4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되며 내년에도 월드컵 특수와 IT제품 가격 안정 등을 호재로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긍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됐다. ◇증시, 사상 최고 호황=국내 경기가 다소 불안정한 모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시장은 올 한해 사상 최고 수준의 호황을 누렸다. 올해 주식시장은 지난 연말 발표된 정부의 코스닥활성화 대책에 힘입어 코스닥이 먼저 상승곡선을 그렸고 이후 환율·유가 악재의 영향력이 완화되면서 코스피지수도 강세를 보였다. 특히 코스닥에서는 지난 90년대말 이후 5년여만에 ‘거품논란’이 다시 불거질 정도로 급등종목이 속출했다. 코스피지수는 890선에서 한 해를 시작한 뒤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15일 현재 1300선을 훌쩍 넘어서 역대 최고치에 올랐으며 코스닥지수 역시 올 초 390선에 머물렀으나 이후 폭발적인 상승세 속에 700선을 넘어섰다.
◆벤처 ‘제2의 벤처 붐 가능성을 보았다.’ 2005년은 한국 벤처산업에 있어 의미 있는 한해였다. 지난 2001년 이후 나락으로만 떨어졌던 한국 벤처산업이 모처럼 재도약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비록 지난 2000년 전후 벤처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처럼 벤처업계가 직접적인 자금수혜를 느끼지는 못했지만 벤처산업 전반에 생태계가 개선된 한해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조현정 벤처기업협회장은 “벤처 산업계의 신뢰 회복과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으로 벤처가 다시 신산업 발전의 견인차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밝혔다. 벤처산업의 이같은 변화에는 정부의 ‘벤처 활성화대책’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부총리의 ‘(한국 벤처산업은) 불쏘시개로 될 것이 아니라 석유를 붓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말로 시작된 벤처 활성화대책은 제2의 벤처 붐 조성에 확고한 기틀을 마련했다. 지난해 12월 말 벤처활성화 대책을 필두로 올 6월 벤처활성화 추가 대책 그리고 10월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의 벤처활성화 대책 추진상황 점검 등 정부는 1년 내내 벤처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비록 벤처패자부활 프로그램 등 일부 성과가 미진한 부분도 있지만 1조원 모태펀드를 비롯해 코스닥 시장 개편, 벤처캐피털업계 규제 완화 등은 벤처업계가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했다. 고정석 벤처캐피탈협회장은 “그동안 업계가 요구한 것 대부분을 정부가 들어줬다고 할 수 있다”며 “이제는 우리가 제대로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올 한해 벤처산업의 특징으로는 벤처펀드 조성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특히 이는 정부의 벤처활성화 대책이 가시화된 하반기에 집중됐다. 지난 8월 이후 현재까지 결성이 확정된 벤처펀드만 해도 정부의 1조원 모태펀드(한국벤처투자)로 부터 결성된 9개 펀드(총 2735억원, 2005년 상반기분)를 비롯해 국민연금관리공단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IF)의 각 6개 펀드(2150억원과 1315억원) 등 총 62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모태펀드를 바탕으로 내달 확정 예정으로 현재 평가중인 8개 펀드(약 1200억원, 2005년 하반기분)를 포함하면, 올해만 무려 7400억원 규모의 펀드가 결성되는 것. 이는 △2002년(5222억원) △2003년(4550억원) △2004년(5274억원) 등 최근 3년간 조성된 벤처펀드 규모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그러나 올 한해 벤처산업에 ‘햇살’만 비췄던 것은 아니다. 장흥순 전 터보테크 대표와 김형순 로커스 대표의 700억원대와 560억원대의 분식회계 사건이 터진 것. 특히 이들은 대표적인 1세대 성공 벤처인으로서 업계에는 상당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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