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있어야 일을 하든 말든 하죠." 지난 11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자치정보화 혁신경진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지방자치단체 정보화 담당 공무원들이 당시 현장에서 쏟아낸 푸념이다. 공무원은 예산과 법령에 의해 업무를 집행한다. 그런데 정보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관련 사업을 추진하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각급 지자체의 내년도 정보화 예산은 전년 대비 감소 또는 소폭 증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신규 정보화사업 계획을 아예 잡지 못하거나 축소하는 지자체가 많아 ‘풀뿌리 정보화’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황=24일 본지가 입수한 ‘자치단체 2006년 주요정보화사업 소요예산’에 따르면 부산·대구·인천·강원 등 주요 자치단체의 내년도 정보화 예산이 올해 대비 20∼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경기 등 풀뿌리 정보화를 선도해야 할 대형 지자체 역시 한 자릿수대의 낮은 증가율에 머물고 있다. 특히 중앙정부가 각 지자체의 정보화사업을 위해 내려보내는 국고 지원비는 올해보다 15.4%나 증가했는데도 이들 지자체가 관내 정보화예산에 반영하는 ‘자체 지방비’는 올해보다 총 25억9800만원이 감소, 지방정부의 정보화 마인드에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길자 인천광역시청 정보통신담당관은 “신규사업의 축소가 불가피한 형편”이라며 “특히 관내 일부 기초단체는 기존 시스템의 유지·보수만 겨우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원인=내년 5·31 지방선거가 가장 큰 이유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선거를 앞둔 단체장에게는 ‘실탄(예산) 확보’가 절대적”이라며 “따라서 정보화 사업은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고 말했다. 도로 확장, 보도블록 교체 등 선심성 사업에 들어갈 예산이 최우선시 되면서 표심의 향배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는 정보화 사업에 대한 예산 배정은 홀대될 수밖에 없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지난 6월 국회 정개특위에서 지방선거 비용의 자부담과 기초의원의 유급화 등을 골자로 한 ‘지방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총 1조300억원으로 추산되는 내년도 지방선거 비용을 각 지자체가 떠안아야 한다.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자립도의 지방정부로서는 정보화 예산과 같은 비교적 시급성이 떨어지는 사업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있는 추세다. ◇대책=지방자치제의 시행으로 예산 편성은 단체장의 의지에 좌우된다. 따라서 단체장의 정보화 마인드를 개선하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상욱 충북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톱다운 방식의 통합예산제도하에서는 아무리 국비를 많이 내려줘도 정보화사업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지방정보화에 대한 평가를 강화해 그 결과를 언론 등에 공표, 단체장 간 정보화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정보화 예산 삭감의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내년도 정보화 예산이 전년 대비 83.8%나 증가한 전북도의 전용준 정보통신담당관은 “정보화 사업에 대한 현 도지사의 마인드 전환이 가장 큰 증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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