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선진 통상국가’ 21개국 정상이 모이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지인 부산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APEC은 아시아·태평양 연안지역 국가들의 공동체라는 지역적인 성격을 띠고 있지만 이들 국가의 GDP가 전세계의 57%에 이르고 교역량도 46%에 달하는 등 경제분야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1989년 우리나라는 호주와 함께 APEC을 창설했고 91년 서울 각료회의에 이어 14년 만에 정상회의를 열게 된 점에서 이번 APEC정상회의가 갖는 의미는 크다. 특히, 서울 각료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하나의 중국’ 입장을 강력히 주장해 온 중국을 설득, 중국과 대만·홍콩을 3개 중국경제체로 가입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APEC 회원국들은 우리나라를 아주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고 부산 정상회의는 지난 94년 보고르 선언의 중간 지점에서 우리가 의장국으로써 지금까지의 APEC 성취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 점에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 보고르 목표는 지난 94년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APEC 정상들이 설정한 역내 무역·투자 자유화 목표로 선진국은 2010년, 개발도상국은 2020년까지 무역투자 자유화를 달성시키기로 한 것이 주요내용이다. 그만큼 올해는 목표 달성의 중요한 시점이 되는 해로 보고르 목표에 대한 중간점검 보고서격인 ‘부산 로드맵’을 도출하기로 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여기에 올해 주제인 ‘하나의 공동체를 향한 도전과 변화’논의과정에서 의장국으로서의 우리의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정상회의는 기존의 APEC정신에 입각해 크게는 경제·통상과 정무라는 투 트랙으로 나뉘어 각료급에서부터 정상에 이르기까지 심도있는 논의를 거치게 된다. 첫날인 18일 개최되는 제 1차 정상회의 의제는 ‘무역자유화의 진전’으로 경제·통상과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에 대한 APEC 차원의 기여방안과 지역무역협정(RTA) 및 자유무역협정(FTA)의 확산, 경제기술협력 및 경제양극화 해소방안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에는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 정상들이 모두 참석하는 만큼 한국의 최대 통상현안으로서 이들 국가와 추진되고 있는 FTA 협상과 관련한 진전된 합의나 실마리를 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현재 우리나라는 칠레·싱가포르·유럽자유무역연합(EFTA)·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등과는 FTA협상이 타결됐거나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상태지만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과는 첨예한 이해관계로 인해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와 함께 12월 홍콩에서 개최되는 제 6차 WTO 각료회의를 앞두고 WTO DDA 협상이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APEC 차원에서 기여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협의될 것으로 보인다. 2001년 카타르 도하에서 출발한 다자간 무역협상인 DDA는 당초 지난해까지 각국이 관세인하와 관련된 세부원칙을 정해 시장개방 협상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지만 시한이 내년 말로 2년 연장된 상태다. 19일 열리는 제2차 정상회의에서는 ‘안전하고 투명한 아·태지역’이란 의제로 인간안보·반부패 분야에 대해 논의하게 된다. △대테러조치 △조류독감 등 이동성 전염병에 대한 공동대응 △에너지 안보 △반부패 협력 등이 주요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또 공식일정에 앞서 15일과 16일 양일간은 외교통상 합동각료회의가 열려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주요 주요의제와 관련된 세부사항을 조율하고 점검하게 된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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