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매틱스 관련 제품이 법 따로 현실 따로 놀고 있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데 교통 관련 법규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새로 등장하는 관련 제품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보니 경찰의 잣대마저 불법과 합법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산업계는 물론이고 사용자 모두 경찰의 눈치만 살펴야 하는 처지다. 산업 발전과 운전자 안전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대안은 없는지 긴급 점검한다.
상:손발 안 맞는 정부 중:덫에 걸린 산업계와 사용자 하:두 마리 토끼 어떻게 잡을 것인가
지난 5월, 운전중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시청하는 행위에 대해 경찰이 단속할 방침이라는 내용이 보도되자 큰 혼란이 일어났다. 경찰은 DMB폰이 운전중 사용을 금지한 도로교통법 48조의 휴대폰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그러자 ‘DMB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주장과 ‘안전 운전 문제로 단속은 당연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하지만 논란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보도와 달리 경찰청은 “공식적인 방침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실제 단속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치되는 법과 현실의 괴리=이 해프닝은 현재 GPS 수신기, 내비게이션, 텔레매틱스 단말기 등 국내 텔레매틱스 관련 산업과 사용자들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3년에도 경찰은 GPS 수신기가 단속 카메라를 무력화하자 도로교통법 48조를 들어 ‘불법 제품’임을 분명히 했다. 경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용자는 단속하지 않고 당시 GPS 수신기 제조 업체를 전파법 위반으로 뒤늦게 단속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정보통신부가 기술 요건을 갖춘 제조 업체에 전파법 인증을 내주기 시작하면서 제조 업체를 대상으로 한 경찰의 단속 근거가 사라졌다. GPS 수신기 제조 및 판매는 합법, 사용은 불법이라는 게 오늘의 현주소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데 텔레매틱스 단말기 합법 여부에 대한 정부의 ‘갈지자’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내비게이션, 텔레매틱스 단말기는 복합 장치라 불법여부를 단정할 수 없으며 아직 GPS 수신기 외엔 어떤 방침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GPS 수신기는 단속 카메라 위치 정보만 알려줄 뿐 안전 운전과 무관하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못박았다. ◇텔레매틱스 산업이 불안하다=GPS 수신기 누적 판매량, 내비게이션 판매량 등을 추산하면 2004년 현재 텔레매틱스로 인한 잠재적 범법자는 150만명에 달한다. 텔레매틱스 주관부처인 정통부는 텔레매틱스가 오는 2010년 22조8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장밋빛 청사진만 그리고 있다. 하지만 경찰청은 여전히 현행법에 따라 텔레매틱스 사용자를 단속 대상으로 여길지 말지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제조 업체는 물론이고 사용자의 불안은 커져가고 있다. GPS 수신기·DMB폰처럼 언제, 어떻게 단속 대상이 될지 모르는 게 현실이다. 배효수 텔레매틱스산업협회 국장은 “업계는 클리어한 룰을 원하고 있다. 운전에 위험하다면 그 근거를 토대로 합법과 불법을 가늠할 수 있는 구체적인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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