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은 최근 고민을 하나 해결했다. 팹(일괄생산공정)의 직원들이 특수의상과 장갑, 모자 등의 착용으로 팹의 컴퓨팅의 접근에 제한을 받아 생산성이 떨어졌다.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웨이퍼는 아주 미세한 오염에도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팹 직원들은 메모를 위한 특수 종이만을 사용했다. 팹 직원들은 PC 터미널의 데이터 입력 또는 정보 찾기를 위해 팹을 가로질러 걸어가야 했고, 때로는 작업복을 모두 벗고 클린룸을 나가서 컴퓨터를 이용해야 했다.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시간 낭비도 심했고 직원들은 되도록 컴퓨팅 자원을 활용하지 않으려 했다. 인텔은 무선랜을 해법으로 찾았다. 팹에 무선랜 접속점을 설치하고 직원들에 개인휴대단말기(PDA)를 보급, 작업에 필요한 정보를 즉시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무선랜 설치 이후 생산성이 20% 이상 높아졌기 때문이다. 서울시 교통카드 시스템도 무선인프라를 도입해 효율성을 극대화한 사례다. 스마트카드로 결제된 교통요금은 데이터 형태로 저장된다. 결제 단말기에 쌓인 데이터를 차고지에서 다운로드할 때 무선랜 인프라가 활용된다. 차고지에서 버스에 설치된 단말기와 버스 회사의 시스템을 유선으로 연결하지 않고도 손쉽게 무선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해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유선으로 각 시스템을 연결하려 했다면 불편할 뿐더러 시간 낭비도 적지 않은 일이다. 이밖에도 캠퍼스에서 동과 동사이의 연결을 유선보다 무선 브리지를 활용하는 등 특수성을 극대화한 무선 인프라 도입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무선랜이 모빌리티 확산의 인프라로 각광받고 있다. 무선랜은 무선접속장치(AP)가 설치된 곳을 중심으로 일정 거리 이내에서 PDA나 노트북 컴퓨터를 통해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 최근 통신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하면서 기업 모빌리티 인프라 핵심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무선랜을 활용한 기업 모빌리티 구축이 한창이다. 한국이 통신 강국인데다 대부분이 수도권에 밀집돼 있기 때문에 무선랜을 통한 기업 모빌리티 구현이 다른 국가에 비해 유리한 편이다. 통신서비스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무선랜 접속이 가능한 핫스폿 지역은 1만4000여개에 달한다. 전세계 핫스폿이 3만2000여개임을 감안하면 세계 40% 가량이 우리나라에 몰려 있는 셈이다. 롯데리아,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점과 패밀리레스토랑, 백화점, 대학, 지하철역, 편의점(패밀리마트)을 중심으로 KT의 네스팟 존이 설치돼 있다. 서울 강남역, 대학로, 명동, 대구 동성로, 대전 은행동 등은 아예 거리 자체를 핫스폿으로 꾸민 네스팟 스트리트를 개통했다. 다음달부터는 비행기안에서도 무선랜을 이용할 수 있다. 미국 보잉사의 인터넷 서비스 사업부문인 CBB(Connexion by Boeing)은 70개의 비행기와 100개 이상의 항공로에서 시내 무선랜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국내에서도 하나로텔레콤이 미국 보잉과 국경간 초고속인터넷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대한항공, 아시아나 등의 최신 기종에 서비스를 제공키로 해 국내 이용자들도 기내 인터넷을 조만간 접할 수 있게 됐다. 통신회사들은 공중인터넷과 사내 무선인프라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높인 서비스를 크게 늘렸다. 모바일 오피스 도입에 더해 공공 장소에서의 무선랜 접속을 덤으로 확보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KT는 조직개편이 잦거나 외근직원이 많은 기업을 대상으로 한 네스팟 비즈를 통해 사무실과 공공장소 인프라 확장을 제공한다. 전세계 24개 주요통신사업자와 함께 결성한 무선초고속인터넷 연맹을 통해 해외로까지 인프라를 확대해 제공한다. 하나포스윙 무선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나로텔레콤도 350곳의 핫스폿과 SKT 240곳의 핫스폿 공용화를 통해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하나로는 롯데리아, 버거킹 등의 장소에 310곳의 핫스폿을 설치한 데 이어 SKT를 통해 한양대, 건국대, 단국대 등 36개 대학 캠퍼스와 스타벅스 65개 지점, 제주도 140여 지역을 핫스폿으로 확보했다. 데이콤도 에어랜을 통해 기업대상 마케팅을 벌이고 있으며 지하철 역사를 중심으로 핫스폿을 점차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은 KT SI기획팀 사업전략부장은 “기업들이 비즈니스의 레벨이나 새로운 기회 포착을 위해 무선랜 인프라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며 “영업사원 등이 외부에서 활동하는 직원들이 무선랜을 통해 사무실내의 전산시스템과 정보를 그대로 활용,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들의 무선랜 활용을 통한 모빌리티도 확대 추세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 10곳 중 3.5개사가 무선랜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서 무선랜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아시아 국가 중 대만에 이어 두번째 높은 수치다. 한국은 통신 강국인데다 수도권에 기업들이 밀집돼 무선랜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모빌리티 확산을 위한 인프라와 여건은 갖춰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보안에 대한 불안감만 해소된다면 국내 기업들이 무선랜을 통한 모빌리티 구현이 앞당겨 질 것으로 예상했다. 천재윤 LGCNS 네트워크사업팀장은 “기업들이 무선인프라를 도입하면서 보안에 대한 걱정이 많다”며 “하지만 기술적으로 보안은 거의 완벽에 가깝게 보장할 수 있기 때문에 염려하지 않아도 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무선인프라 기술 진화 어디까지 기술진화로 무선인프라의 한계가 극복되고 있다. 11Mbps급 무선랜(802.11b)이 54Mbps급(802.11a, g)으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AP당 가용 대역폭과 이용자수를 늘려잡을 수 있다. 또 기존 인프라에서 활용이 어려웠던 애플리케이션도 점차 도입되는 추세다. 와이브로, WCDMA(HSDPA)와 같이 새로운 무선접속 기술이 내년 이후 등장하면서 모빌리티 컴퓨팅의 이동성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KT 관계자는 “인텔 등과의 협력을 통해 IEEE802.11기반의 무선랜과 802.16e 기반의 와이브로를 유기적으로 연계, 인프라의 이동성과 연계성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 이후 와이브로가 상용화되면 기업의 무선인프라 확장효과는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와이브로는 이동성이 떨어지는 무선랜과 달리 시속 60km이하 속도로 이동하면서도 도심지역에서 10Mbps급의 인터넷 접속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와이브로는 KT와 SK텔레콤이 각각 사업자로 선정돼 오는 6월 이후 대도시 중심의 상용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며 단말기는 노트북, PDA는 물론 향후 스마트폰 형태까지 등장할 전망이다. KT는 기존 무선랜 등과 연계한 와이브로를 주력상품으로 내놓을 계획이어서 무선 접속 인프라 확장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은 KT SI기획팀 사업전략부장은 “기업들이 무선망을 구축할 때 비용효율성을 따지지만 외부의 핫스폿 이용을 통한 효과와 EVDO망, 향후 휴대인터넷망을 활용하면서 생겨나는 생산성 유발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며 “모빌리티 컴퓨팅의 편리함과 비용효과가 점차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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