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기기의 세대교체를 주도하는 일등 공신은 단연 ‘컬러’다. 흑백 일색이던 복사물이 점차 천연색으로 바뀌는 추세다. 프린터에서 복사기·복합기까지 출력을 기반한 대부분의 사무기기는 이미 컬러기기로 주력 라인업이 넘어가고 있다. 문서 인쇄는 레이저, 컬러 인쇄는 잉크젯이 유리하다는 상식도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흑백·컬러·복합기를 모두 합친 레이저 프린터 시장은 지난해보다 7만대 정도 늘어난 55만7000대 수준. 이 가운데 흑백 제품은 2003년 42만대와 비슷한 43만대로 현상 유지에 그쳤다. 컬러 제품은 2003년 1만7000대에서 지난해 3만400대로 2배 가까이 성장한 것. 시장전망도 장밋빛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컬러 레이저 시장은 올해 4만2000대에서 2007년 7만800대, 2008년 8만8300대로 커질 전망이다. 황유천 후지제록스프린터스 사장은 “레이저 프린터 시장은 아직은 9대1 정도로 흑백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흑백 제품은 이미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이 자리를 컬러 제품이 급속하게 대체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잉크젯 방식에서 레이저로 제품의 수요가 넘어가고 레이저 제품의 수요를 주도하는 키워드가 ‘컬러’라는 것이다. 컬러 열풍은 가격과 속도 때문이다. 엄청난 고가로 그동안 엄두도 못 냈던 컬러 레이저 제품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 2년 전만해도 200만원에 달하던 제품 가격이 지금은 60만원대 제품까지 나온 상황이다. 아직도 전문가를 겨냥한 프리미엄 시장은 존재하지만 보급형 제품이 잇따라 쏟아지면서 선택의 폭이 그 만큼 넓어진 셈이다. 후지프린터스가 최근 출시한 야심작인 ‘다큐 프린트’ 일부 모델은 흑백 레이저 가격 대인 60만원 수준이다. 일부 업체가 시장점유율을 목적으로 가격 경쟁에 나서고 신규 업체의 진출이 잇따르면서 가격은 더욱 추락할 전망이다. 느린 출력 속도도 이제 옛말이 됐다. 흑백 인쇄물과 비슷한 속도로 컬러 출력이 가능해진 것이다.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최근 선보이는 컬러 제품 대부분은 흑백 모델과 비슷한 첫 출력 속도와 분당 속도를 지원한다. 컬러의 보급을 더디게 했던 유지비용도 저렴해지고 있다. 컬러 제품은 그동안 토너와 소모품 교체 비용과 같은 유지비가 비싸다는 이유로 구매를 망설여 왔던 게 사실이다. 최근에는 고체 잉크 방식 혹은 필름 방식의 컬러 레이저 제품이 선보이고 여러 가지 색깔의 토너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색깔 수 만큼 유지비가 늘어날 뿐 특별히 유지비가 비싸지 않아 컬러 제품의 보급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 게 업체 측 설명이다. 박명철 한국엡손 전무는 “프린팅 시장의 컬러 바람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대부분의 업체가 프린팅 시장의 최종 승부처를 컬러 제품에 두고 있어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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