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공업단지인 ‘구로공단’이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이름을 바꾼 지 4년. 그동안 이곳에선 가히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국내 첫 벤처빌딩인 키콕스벤처센터를 선두로 첨단화계획이 추진되면서 고층의 아파트형 공장들이 속속 들어섰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조성태 부장은 “서울디지털단지의 외형적인 변화는 17층짜리 고층 아파트형공장들이 주도하고 있는 데 올해에만 무려 25개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서고 3200여개 업체가 새로 입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디지털단지를 향한 벤처업체들의 대이동이 시작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수치를 통해 더욱 확실해진다. 현재 이곳에는 3300여 개 업체가 입주해 있으며 총 5만30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6년 전인 98년에 비해 업체 수는 6.8배, 고용은 2.1배, 생산액은 1.8배로 늘어났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2006년에는 입주업체 8500개사에 고용 규모는 1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서울디지털단지는 지난 70년대 까지 만해도 국내 수출의 10%를 넘는 ‘수출역군’으로 전성기를 구가했었다. 하지만 의류·봉제 등 노동집약 산업의 집적지였던 이곳은 80년대 들어 노후화되면서 경쟁력이 급속히 약해졌다. 사람들에겐 그저 여공이 많이 일하던 곳으로 잊혀져 갔다. 그러나 97년부터 연구개발(R&D) 및 첨단정보·지식산업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지금은 우리나라 첨단 제조업과 지식·정보통신산업의 새로운 메카로 떠올랐다. 전체 입주기업 3300여 개사 가운데 1900여 개사가 IT업체다. 특히 지난해 신규 입주기업 1200여 개사 가운데 75%가 IT업종일 정도로 서울디지털단지의 성장 잠재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전국 주요 산업단지 가운데 서울디지털단지는 향후 수년간 생산·수출은 물론 고용에 이르기까지 단연 최고 빠른 증가율을 보일 전망이다. 이처럼 양적 성장 측면에서 서울디지털단지의 눈부신 발전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사례다. 이런 서울디지털단지의 눈부신 발전은 서울이라는 위치적 장점이 크게 작용했다. 테헤란밸리와는 달리 저렴한 땅값과 유사업종의 네트워크, 세제 등 국가단지에서 누리는 혜택 등으로 다양한 벤처기업들이 대거 몰리면서 이른바 ‘구로밸리’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전국 산업단지로는 처음으로 제조업 외에 고도기술·벤처·지식산업 등 다양한 첨단 업종의 입주가 허용되면서 97년 22%의 첨단화율이 82%까지 높아졌다. 서울디지털단지의 변신은 외형적인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제조환경의 변화로까지 이어졌다. 최근 건설되는 아파트형 공장들 대부분이 인텔리전트 빌딩들이다. 호텔수준의 내부 인테리어에 실개천·옥상정원·분수대 설치는 기본이고 화장실에 덴털존(Dental Zone)까지 갖춘 곳도 있다. 에이스종합건설 최의태 이사는 “외관에서 공장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공장 같지 않은 공장’이 지금의 아파트형 공장”이라며 “특히 스트레스 강도가 높은 IT업종 근무자들을 위한 친환경적 설계로 웰빙 오피스를 구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변화를 통해 일궈낼 실질적인 성과다. 수도 서울의 유일한 국가산업단지로서 서울디지털단지가 맡는 역할이 다른 지방도시의 산업단지와 같을 순 없다. 결국,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세계 일류 기업들을 얼마나 많이 탄생시키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서울디지털단지는 우리 경제의 최우선 과제인 고학력 청년실업을 서울 한복판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기도 하다. 김칠두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은 “기업 규모는 작지만 기술집약적이고 연구개발형의 강소기업이야말로 2000년대 후반을 이끌 신성장 산업의 가장 큰 밑천”이라며 “10년 후 서울디지털단지 입주기업 가운데 10분의 1만 성공하더라도 한국의 미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옛 구로공단이 ‘공단 1번지’로 우리나라에 ‘공단 붐’을 일으켰듯이 ‘디지털 1번지’로 변신한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우리나라에 새로운 ‘디지털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
<박스>공장 같지 않은 공장, 아파트형 공장 옛 구로공단역에서 이름을 바꾼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을 모처럼 찾은 사람들은 예전의 ‘굴뚝공단’이 맞느냐며 어리둥절하기 십상이다. 고층의 벤처타워와 아파트형 공장들이 숲을 이루듯 들어서 옛날 단지의 스카이라인을 완전히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지금도 단지 곳곳엔 대형 타워크레인이 늘어선 공사현장들이 잇따라 펼쳐진다. 올해만도 아파트형 공장 19개소가 건설되고 3200여 개사가 새로 입주해 연말이면 단지 입주기업 수는 6500개사에 이를 전망이다. 또 건설계획이 승인된 20개소가 단계적으로 준공되면 2000여 개사가 새로 들어와 오는 2006년 말경 총입주업체 8500개사로 늘어날 예정이다. 그 결과, 현재 45만 평의 산업용지 면적에 연 건축 면적 201만 평으로 단지 규모가 더욱 고밀도화된다. 단지 전체를 흡사 5층짜리 공장들로 완전히 뒤덮는 셈이다. 올해만도 9·10차 에이스테크노타워를 비롯해 코오롱싸이언스밸리, SJ테크노빌, 우림e-비즈센터, 이앤씨드림타워, 한원아파트형공장 등 25개 아파트형 공장이 준공될 예정이다. 이 곳에 건설되는 아파트형 공장들 대부분이 통합방범시스템, 빌딩무인안내시스템, 초고속정보통신망 등 인텔리전트 기능과 아파트형 공장을 접목해 최상의 근무환경을 제공한다. 아울러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구조고도화계획과 구로·가리봉동 뉴타운개발계획 등으로 볼 때에도 서울디지털단지 주변 교통 및 지원시설은 더욱 편리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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