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2월 19일, 전 세계 이동통신 시장은 한 낯선 업체의 이름 때문에 술렁거렸다. 동양의 한 작은 벤처기업의 무선인터넷 동화상 솔루션 SIS가 퀄컴사의 동화상 표준 솔루션으로 채택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전 세계 IT 업계가 치열한 표준화 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 원천기술을 보유한 퀄컴사가 이 업체의 SIS(Simple Image Service) 기술을 전 세계에 판매하는 CDMA 동화상 표준으로 채택했다는 것은 곧 전 세계 CDMA 시장의 사실상 표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이동통신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킨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한국의 벤처기업 네오엠텔(대표 김윤수 http://www.neomtel.com). 네오엠텔은 이제 전 세계 국가로부터 매년 엄청난 CDMA 원천기술 로열티를 받는 퀄컴으로부터 오히려 로열티를 받고 있는 유일한 국내 기업으로 유명하다. 퀄컴 뿐만이 아니다. 같은 해 8월에는 자사의 솔루션이 모토로라 GSM 표준으로 채택됐으며 2003년 3월에는 중국 제 1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과 독점계약을 체결, 중국에서 서비스중이다. 네오엠텔의 솔루션이 국내 표준으로 자리 잡은 것은 퀄컴과의 계약 훨씬 이전의 일이다. 자본금 18억 원, 종업원 수 123명의 한 중소벤처기업이 글로벌 업체들이 버티고 있는 전세계 무선인터넷 시장서 사실상 표준 위치(de facto standard)를 점했다. 무선인터넷 멀티미디어 솔루션에만 집중된 기술개발 전략이 주효했다. 이 같은 네오엠텔의 성공에는 이를 가능케 한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핵심 원천기술이 관건= 네오엠텔이 퀄컴·모토롤라 등 외국 업체들에 그래픽솔루션을 수출할 수 있었던 것은 한마디로 이들 업체로부터 인정받는 기술 때문이다. 초기단계부터 무선 인터넷 분야의 핵심기술이라는 한 분야만을 집중적으로 파고 든 데 첫 번째 성공의 열쇠가 있다. 규모가 작은 벤처기업이라도 원천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불황의 파고에도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 원천기술이라는 샘으로부터 뿜어지는 로열티라는 단물이 있기 때문이다. 윤성균 부사장은 “원천기술은 어떤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핵심 기술로 특허나 저작권에 의존하지 않는 독창성을 지니고 이로부터 다수의 응용기술을 낳을 수 있는 생산성을 갖춘다.”며 “이를 토대로 기술적 진화를 꾸준히 일궈낼 수 있어 일단 원천기술만 확보하면 정글의 법칙이 판치는 비즈니스세계에서도 무한 생존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네오엠텔은 창립이후 지금까지 모든 제품과 솔루션을 새롭게 업그레이드 해왔다. 지난해 매출이 120억 원으로 2003년의 108억 원보다는 늘었지만 순익은 25억 원으로 2003년보다 줄었다. 연구개발(R&D)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최고의 기술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올해는 이 같은 원천기술의 응용폭을 확대할 방침이다. 그래픽 솔루션의 활용범위를 넓혀 단말기 그래픽사용자인터페이스(GUI) 분야에도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미래시장을 겨냥하라”= ‘남들이 하지 않는 기술을 생각한다.’ 네오엠텔이 제시하는 또 하나의 성공모토다. 지금은 전 세계 모바일 분야에서 필수 솔루션으로 사용되는 네오엠텔의 기술들이 불과 5∼6년 전만 해도 지금의 상황 같지는 않았다. 휴대폰의 각종 콘텐츠들이 텍스트를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을 때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던 분야가 바로 먼저 그래픽·멀티미디어 베이스의 콘텐츠였던 것이다. 네오엠텔의 한 연구원은 “초기 연구과제는 당장 시장에서 돈이 되지 않는 것으로 대부분의 업체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며 “외로운 개발인 만큼 무선 멀티미디어 분야에 특화된 네오엠텔의 주요 제품들은 대부분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는 즐거움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개발한 네오엠텔의 무선인터넷용 그래픽 솔루션인 SIS를 비롯해 벡터그래픽, VIS, MSF 등은 지금에 와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현재 네오엠텔의 새로운 중장기 비전은 내놓고 있다. 마찬가지로 경쟁업체의 시선이 적게 몰리는 분야다. 새로운 정보전달 플랫폼인 XML시장에서 멀티미디어 기술에 대한 투자가 바로 그것이다. 이 분야는 여전히 미성숙 단계로 아시아, 미국 그리고 유럽 등지에서 확산추세에 있을 뿐이다. 초기단계의 시장에서 전략적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시장 선점을 통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네오엠텔의 확신이다. ◇“무대를 세계로 넓혀라”= 네오엠텔은 창업초기부터 국내시장에 국한하지 않고 해외 전역에서 사업을 전개했다. 한국·일본을 중심으로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인기를 누리고 있을 때조차 국내 전문가들은 해외시장에서는 성공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워낙 거대회사가 많아 아무리 국내 표준이라고 해도 이들의 틈을 뚫고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1999년 당시, 가능성으로만 제기됐던 모바일 그래픽 솔루션에 대해 당시 해외의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 대부분은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네오엠텔 직원들은 무모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해외시장 개척에 열을 올려 허치슨 등 해외 고객사 임원들을 만나 모바일 환경에서 그래픽이 각광받을 것이라는 것을 설파했다. 결국 1년 가까이 집요하게 퀄컴을 설득한 끝에 결국 2001년 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실적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모토로라, 차이나모바일 등 대표적인 휴대폰 제조사와 이통사를 고객으로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해외시장에서 라이선스 등을 통해 45억 원의 매출을 올린 네오엠텔은 올해 아시아와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70억 원의 해외시장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올해 전체 매출 목표의 40%에 이르는 수준이다. 대기업에 비하면 푼돈일 수도 있지만 이 분야 전문업체로 보면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R&D 인력을 키워라”= 네오엠텔의 전체 직원 가운데 50%가 연구인력이다. 회사의 모든 무게중심이 연구인력 중심이다. 물론 김 사장과 윤 부사장 역시 연구개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기에 이 같은 경향을 더욱 강하다. 최근 네오엠텔은 사무실을 확장, 이전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채용이 늘면서 현재 120명에 이르는 직원들이 일할 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 직원 수를 150명까지 늘릴 방침이다. 네오엠텔 관계자는 “모바일 플래시 시장이 커지면서 개발과 국내외 영업인력이 필요해졌지만 충원 인력의 상당수는 개발인력”이라고 전했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인터뷰-김주혁 한국무선인터넷솔루션협회장 “3G모바일의 미래는 개인화된 모바일 사이버스페이스, 역동적인 GUI, 인터랙티브 멀티미디어 애플리케이션, 휴대폰 기능의 컨버전스로 요약됩니다.” 김주혁 회장은 앞으로의 모바일 솔루션 시장을 좌우할 핵심요소를 이렇게 예측했다. 향후 모바일은 기존의 음성서비스와는 달리 사용자와의 기본적인 접점이 단말기 스크린에서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컴퓨터에서 그랬듯이 멀티미디어 환경으로의 진화는 필수적”이라며 “그래픽 기술은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기본 요소가 된지 이미 오래”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모바일 및 임베디드 환경에서 필요한 응용 애플리케이션은 부가 서비스 플랫폼으로서의 기능들이 제공되며 적은 단말 리소스를 요구되면서도 경쟁 제품 대비 월등히 빠른 속도, 압축률, 호환성을 제공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제품 전략에 있어 주로 기술 개념에 주도되는 해외 기술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실질적인 서비스 부가가치 창출에 도움이 되는 기능을 적용해 시장을 선도하고 실제 사용자가 이용하는 서비스로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시장도 기술 못지않은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국내에서 개발한 솔루션은 무선 인터넷이 가장 활성화된 시장의 하나인 한국에서의 상용화는 사용자와 시장의 생생한 반응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이것이 기술 경쟁력 확보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에서 단말 임베디드 환경에 많은 경험을 가진 엔지니어를 비교적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었던 점도 국내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에 큰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SW표준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한국이 휴대폰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표준을 장악하면 국내 휴대폰 수출도 그만큼 늘어난다”고도 했다. 그는 “한국 휴대폰업체들이 외국 기업 선호 하는 경향이 있는데 무선인터넷솔루션은 한국 업체가 제일 잘 한다”며 사대주의를 버려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와함께 국산 SW에 대한 국내 시장에서의 외면은 국내 기업이 세계 1등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걸림돌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최근 3년에 걸쳐 삼성, 엘지 등의 선전에 힘입어 한국 휴대폰의 위상은 급격히 상승했지만 아직 국산 SW에 대한 국내의 인식 및 자신감은 낮은 편이어서 실질적인 실력과 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한 모바일 분야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극복 과제 국내 무선인터넷 솔루션 기업들이 전 세계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여전히 내부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들도 적지 않다.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지켜가기 위해서는 이 같은 문제점들을 개선 보완해 나가는 게 시급하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가장 먼저 지목되는 약점이 지속적인 기술개발의 부재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대부분의 한국벤처들은 시장 자체를 만든 경험이 없다. 없는 시장을 만들고, 세계최초라는 지위를 이용해 정상에 서 있던 기업들은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전 세계에서 경쟁우위를 갖는다. 후발기업이 신기술이라는 무기를 갖고도 초기 시장을 구성한 업체들과 버거운 승부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지속적인 기술개발이 지원해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개발에는 장기적인 안목과 투자가 따른다. 그러나 국내 벤처들은 경쟁사인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장기적으로 시장을 바라볼 여유가 적다. 경영능력의 부족도 문제로 지목된다.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 전사원이 단합, 노력하던 기업들이 해외에서 수익이 창출되기 시작할 무렵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기업 내부적인 문제들로 경영권 다툼이나 직원들의 이동 등 경영능력과 관련된 문제들이다. 또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은 연구소, 마케팅중심으로 조직을 성장시킨 후, 문제가 발생한 후에야 인사, 경영관리 등을 돌본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업체 관계자는 “벤처는 사실상 모든 조직상의 경영능력 부재보다 CEO 한 명의 무능력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회사는 100명 이상의 규모로 커졌는데 여전히 CEO는 2-30명 엔지니어들과 고락을 같이하는 수준의 연구소장 CEO인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 밖에 홍보·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것도 벤처의 약점 가운데 하나다. 기술벤처들은 대부분 엔지니어 출신의 CEO가 대다수다. 이들은 자사 기술에 대한 자부심으로 기술만 좋으면 별다른 홍보나 광고의 노력이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은 마케팅능력으로 무장된 거대 글로벌업체를 경쟁사로 부딪친 후에야 반성의 계기를 갖게 된다. 따라서 기술과 함께 고객의 요구, 타깃별 접근성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는 조직을 보유하는 것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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