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1년 12월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덕수상업고등학교(현 덕수정보상업고등학교)에 신기한 ‘물건’이 도착했다. 이 물건은 당시 대기업에서도 거의 찾아볼수 없었던 ‘카드 천공기’였다. 우리나라 초·중·고교 교육현장에 처음으로 컴퓨터 주변 장비가 도입된 순간이자 우리나라 e러닝 역사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당시 도입된 장비는 △IBM 029 카드 천공기 2대 △CDC 224-2 카드 리더기 1대 △CDC 222 라인 프린터 1대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온전한 컴퓨터시스템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이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 교육 현장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초·중·고교에서 컴퓨터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초중고등학교의 70%는 2Mbps 이상의 인터넷 접속 장비를 갖춘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으며 학생 5.8명당 1대 꼴로 컴퓨터가 지급됐다. 특히 매년 전체 교원 중 30%가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교육 연수를 받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30만건에 이르는 교육정보자료가 온라인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e러닝, 확산일로=e러닝은 90년대들어 교육부 주관 아래 ‘교육정보화 종합추진계획’이 수립되면서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1단계 사업(1997년∼2000년)과 2단계 사업(2001년∼2005년)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모든 학교 현장에 인터넷이 연결되고 교사 개인당 1PC가 보급되는 등 세계적인 수준의 e러닝 인프라가 갖춰졌다. 물적 인프라 구축에 이어 이를 활용하기 위한 교육용 콘텐츠 보급도 활기를 띠었다. 민·관·학·연 차원에서 각종 교육용 콘텐츠가 만들어지면서 우리 교육 현장도 양적·질적으로 풍부한 콘텐츠를 확보하게 됐다. 지난해에는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비 경감대책’과 ‘e종합발전방안’ 등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e러닝은 단순한 교육·학습방법을 넘어서 사회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학교, 안방으로=지난해부터 정부 차원에서 △EBS수능 강의서비스 △사이버가정학습체제 △중앙교수학습센터·에듀넷 등 다양한 e러닝 사업이 전개되면서 e러닝 환경도 많은 변화를 맞게됐다. 바야흐로 학교와 유사한 수준의 교육서비스를 각 가정에서도 누릴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난해 4월 1일,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EBS 수능강의 서비스가 선보였다. 교육부는 전국 모든 학생들이 수능강의를 볼 수 있도록 PC 및 인터넷 업그레이드 작업을 병행, e러닝 효과를 높였다. 5개월 후인 지난해 9월에는 대구·광주·경북 시도 교육청에서 사이버 가정학습 시범서비스가 시작됐다. 사이버 가정교사 1인당 30여 명의 학생들로 편성된 학급 환경에서 교사는 ‘사이버 담임’ 역할을 하며, 학생들은 자신에게 적합한 학습 모형에 따라 학교와 유사한 교육을 제공받는다. 이 서비스는 일방형 교육이었던 EBS 수능강의와 달리 교사-학생 간에 양방향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e러닝 효과를 극대화시킬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학생, e러닝 중심으로=올해도 e러닝 사업의 안정적인 정착과 확대를 위한 노력이 이어지면서 공교육 현장의 e러닝화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교육부는 다음달 중으로 초·중·등 교육정보화 3단계 발전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올해 교육부 e러닝 사업의 초점은 수용자인 학생들에게 맞춰졌다. 기존 공교육 정보화 사업에서 교수학습 비중이 컸던 것에 반해 올해는 학생들의 편의 개선과 학습 능률 향상에 더 많은 힘이 실릴 예정이다. 유비쿼터스·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공교육 정보화 사업도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교육부는 지금까지 추진된 각종 교육정보화 사업 결과에 새롭게 등장한 IT서비스를 접목시킨 e러닝 정책을 준비 중이다. 교육부 교육정보화기획과 이만희 연구사는 “내달 공청회를 거쳐 교육정보화 3단계 발전방안의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것”이라며 “학습자 중심의 e러닝 서비스와 함께 학교 구내 어디에서도 교육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교육환경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고: 정금배 교육인적자원부 ICT활용교육 담당장학관 PC 1대당 학생 수 5.8명, 통신속도 2Mbps 이상인 학교 70.7%, 전국 교육정보공유 자료 30만 건, 전 교원에게 1인 1PC 보급, 전 국민의 64.1%(2,861만 명)가 인터넷 활용. e러닝 준비도 세계 5위. 영국의 컨설팅 기관인 EIU는 인터넷 기반 학습의 생산·활용·확장 역량을 의미하는 e러닝 준비도 평가에서 한국이 전세계 총 60개국 중 세계 5위의 e러닝 준비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최근 발표했다. 지난 97년 1단계 교육정보화 종합계획에 의해 기초 인프라가 완비된 이후 우리 교육정보화는 교육부의 강력한 실천의지와 더불어 고도의 압축성장을 거듭해 왔다. 이어진 2단계 교육정보화 종합계획(2001-2005)에서는 교육정보화의 핵심 사업 부문을 인프라 구축에서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수업 개선으로 발빠르게 전환해 기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 ICT를 통해 교육내용과 방법의 혁신을 시도하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그 결과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학교현장에 교수학습 방법 혁신을 꾀하는 ICT 활용교육이 자리잡게 됐고 최근에는 보다 근본적인 교육개혁을 위한 e러닝이 도입되면서 3단계 교육정보화로의 도약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사이버가정학습체제, 중앙교수학습센터(http://www.edunet.net)가 본격 출범함으로써 ‘e러닝을 통한 교육혁명’이 촉발된 원년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우리나라 교육정보화의 괄목할 만한 성과의 이면을 살펴보면, 중앙과 지역, 학교현장을 연결하는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발견할 수 있다. 교육정보화 마스터 플랜을 창출하고 정책을 총괄하는 교육인적자원부와 정책을 실제 집행하는 시도교육청, 중앙기관의 정책방향을 지원하고 대민 교육정보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 국가 교육정보화 전담기관의 추진 체계가 고도의 압축 성장을 일구는 기반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 교육부는 e러닝 체제 고도화를 통한 유비쿼터스 기반 학습 체제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모바일이나 PDA, 태블릿PC등 첨단 교육장비가 일차적인 관심을 끌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변화는 학생이 의도적으로 접속해야 하는 전통적인 ‘풀(Pull) 방식의 교육’에서 맞춤형 학습이 상시화되는 ‘푸시(Push)형 학습’으로의 교육 패러다임 전환에서 비롯된다. 잘 하는 학생은 더욱 능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미흡한 학생은 일정 수준으로 책임있게 이끌어 줄 수 있도록 개별화된 맞춤형 학습체제(Edu-care system)가 유비쿼터스 기반의 e러닝 학습체제인 것이다. 인터넷기반의 맞춤형 학습체제인 이 서비스를 내달 부터 전국의 시도교육청에서 희망하는 학생에게 서비스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 교육정보화는 우리 교육의 수월성을 높이는 데에 더욱 강력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공교육의 경쟁력 또한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joungkp@moe.go.kr *중앙교수학습센터 `에듀넷` 지난해 9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원장 황대준)이 개통한 ‘중앙교수학습센터-에듀넷’(http://www.edunet4u.net)은 시도 및 교육 유관기관의 연계를 통해 풍부한 교수·학습 정보와 전문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원스톱 교육서비스다. 에듀넷은 △중앙 및 시도 교수학습센터가 연계되는 포털 서비스 구현 △우수 교육정보의 통합 검색서비스 △우수 자료 및 수업 컨설팅을 통한 교수 지원서비스 강화 △다양한 자기 주도적 활동 및 학습 체험 기회 확대 △교사·학생·학부모 간 정보 교류의 장 확대 등을 목표로 운영된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학생 채널의 경우 학기 중 수업 내용을 정리하고 심층·보충 학습을 지원하는 ‘정리학습’을 비롯해 ‘교과서 따라하기’, ‘사이버 강의’ 등의 코너가 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수준으로 제공된다. 특히 초등학생을 위한 코너는 개인학습 중심으로 구성돼 학습이 부진한 초등학생들도 쉽고 흥미롭게 학습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에듀넷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양방향성이다. 인터넷을 통해 질의 응답을 하고, 단순한 학습뿐 아니라 교육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전현직 교사 250여 명으로 구성된 사이버선생님은 학생 질의에 대한 3시간 내 답변율이 70%를 넘고 있다. 앞으로 에듀넷은 기존 양방향 교육 및 정보 공유 기능을 더욱 강화하면서 사이버가정학습체제 및 학교도서관정보시스템(DLS)과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는데 힘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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