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회전하는 통신·방송 융합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별도의 추진위원회를 설립하거나 법체계를 재정비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융합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 대표들이 이에 대한 논의를 위해 한 자리에 모인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과 노성대 방송위원장은 15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이재웅 의원이 주관하는 ‘방송과 통신이 하나되는 시대-우리는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주제의 정책토론회에 축사자로 참가, 통·방 융합에 관한 각자의 정책견해를 밝힌다. 지난해 DTV 전송방식 합의 이후 진 장관과 노 위원장이 공통된 현안을 두고 공식석상에서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날 자리에는 통·방 융합 구조개편을 위해서 방송위와 정통부가 아닌 별도의 합의제 행정기구를 설립하자는 발제에 대한 토론이 예정돼 있어 이해당사자인 양측의 입장표명에 관심이 집중된다. 세부 토론에는 김춘식 방송위 정책실장과 새롭게 정통부 통신방송융합전략기획단장을 맡은 이기주 국장이 참가해 팽팽한 설전이 예상된다. 방송위 측은 “방·통 융합서비스를 ‘산업’의 관점보다는 ‘공익성’과 ‘공공성’이라는 방송의 기본 정신”이라는 점을 강조해 조화와 균형을 위한 ‘열린 논의구조’를 제안, 방·통 융합의 물꼬를 튼다는 전략이다. 반면 정통부 측은 “통신망의 광대역화, 방송망의 디지털화 등의 기술변화로 더는 이분법적 접근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네트워크와 콘텐츠 분리규제를 전제로 하되 기존 법체계에서 서비스를 먼저 개시하자는 주장을 펼칠 예정이다. 이재웅 의원은 “통·방 융합에 대한 주체들의 명확한 입장정리가 필요한 때가 됐다”면서 “추진위 설립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하루 빨리 해법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방송·통신 통합 규제기구의 한국적 모델-김대호 언론정보학과 교수 현재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로 이원화돼 있는 우리나라 구조에서는 미국식 독립기구보다는 합의제 행정기구 형태가 더 낫다고 본다. 독립기관 형태는 방송위원회의 선례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가 실현되지 않은 가운데 오히려 법령 정비, 정책추진 과정에서 정부와의 갈등이나 지연을 초래하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반면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기관이 될 경우, 조직구성의 대표성과 부처와의 독립성 등의 확보가 국무조정실 산하보다 유리하다. 여기에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 수행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입법부 또는 사법부의 참여 보장과 위원 자격조건의 법정화, 위원선임의 투명성 확보 등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 위원회는 산업지원 같은 정책기능과 경제적·기술적·문화적 규제 기능을 통합해야 한다. 우선 방송위·정통부가 가진 사업자 허가 및 규제 기능과 전반적인 정책 기능을 이관받아야 한다. 또 정보화 정책과 각종 기금 관리도 맡아야 한다. 문화관광부의 방송정책(방송광고 포함)과 공정거래위원회의 방송과 통신관련 규제 기능도 필요하다. 반면 콘텐츠(문화·윤리적) 규제는 네트워크와 분리해 별도로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신·방송 융합에 대응한 법·제도 정비 방향-초성운 KISDI 통방융합실장 통·방 융합 환경에서 현행의 법제도는 중첩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방송사업의 소유 및 내용에 대한 규제는 방송법에서, 무선방송사업의 허가 및 설비에 대한 규제는 전파법 등으로 나뉘어 있다. 기관 간 정책 역할도 분리돼 있다. 방송 기본계획 수립이나 허가는 방송위가, 전파자원(주파수) 분배와 전송망 이용 촉진 등은 정통부가 나눠 갖고 있다. 내용 규제 역시 전기통신법과 방송법으로 나눠 관리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정책 추진이 어렵고 융합서비스에 대한 법제는 미비하다. 앞으로는 망과 콘텐츠가 융합형으로 변하는 데 대한 규제체계 마련이 필수적이다. 규제 기준 역시 융합형으로 바뀌어야 하고 규제기구 정비도 필요하다. 프랑스의 경우 통신과 방송을 분리하되 규제 범위와 관련해서는 통신이 모든 네트워크 규제를, 방송이 지상파 콘텐츠 내용 규제를 담당한다. 영국은 통신과 방송을 하나의 규제기구로 통합하되 내부에서 네트워크와 콘텐츠를 규제하는 조직을 구분한다. 이 같은 분리적 접근이 우리나라 실정에 더 효과적이라는 평가도 많다. 더 중요한 것은 정책 및 규제기구를 통합 또는 분리하거나 네트워크 부문과 콘텐츠 부문을 분리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잘 이끌어 내는가인 만큼 단계별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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