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세계는 무한 경쟁을 요구하고 있다. 경쟁에서 뒤지는 기업은 가차없이 도태된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글로벌화 진전으로 경쟁의 끝을 가늠할 수 없다. 앞선 기술력은 이제 기본이다. 디자인이나 마케팅·생산시스템, 나아가 인력 및 조직력이 경쟁력의 요체다. 기업은 특히 글로벌화 진전으로 전혀 낯선 상대와 경쟁을 벌여야 한다. 때로는 기술력이 성패를 좌우하기도 하고, 비용의 높고 낮음에 따르기도 한다. 디자인이나 마케팅에서 결판이 나는 경우도 많다. 치열한 경쟁을 극복하는 길은 그만큼 앞서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월드베스트 제품만이 살아남는다. 궁극적으로는 월드베스트가 아니면 앞날을 보장할 수 없다. 이 같은 시장환경에 비해 우리의 사정은 아직 열악하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가 전세계에서 일등인 제품은 77개 품목. 일본은 이보다 5배 가량 많은 321개 품목에 달한다. 무려 그 차이가 244개에 이른다. 본지는 이에 따라 244개 일등 제품을 추가해 일본을 따라잡자는 취지에서 ‘월드베스트 +244’란 기획 시리즈를 삼성경제연구소와 공동으로 마련했다. 월드베스트의 요인과 사례, 선진기업 탐방 등을 통해 우리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월드퍼스트 월드베스트 제품을 만들자’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월드베스트 +244’ 달성을 위한 월드베스트 5대 전략을 2005년 어젠다로 제안, 앞으로 1년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지난해 8월 한국무역협회는 의미 있는 통계치를 발표했다. 우리 제품의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이 77개(2002년 기준)에 달하고, 전년에 비해 5개 품목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통계치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은 중국과 인도의 비약적인 성장세에 놀라움과 두려움을 나타냈다. 중국·인도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을 쏟아내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1위 품목 증가가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도 비약적 성장=우리나라는 지난 99년 91개 품목을 정점으로 2000년 87개, 2001년 72개 등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02년에 5개 품목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이는 증가 현상이라기보다는 하락세가 잠시 주춤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 2001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이 725개에서 2002년에는 62개 늘어난 787개를 기록해 우리나라보다 10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역시 세계 1위 품목이 지난 2001년 99개에서 2002년엔 127개로 1년 만에 28개 품목을 늘려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별로는 1위 품목의 경우 미국이 884개로 가장 많다. 독일은 808개, 중국 787개로 각각 2, 3위를 기록했다. 또 일본은 321개로 5위, 인도는 127개로 8위에 랭크된 반면 우리나라는 2년 연속 13위에 그쳤다. ◇“월드베스트만이 살길”=이제는 이등 제품을 키워 일등 제품화하는 일에 좀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월드베스트 제품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계 경제는 블록 단위에서 단일 경제권으로 묶이고 있다. 물류·교통체계와 기술의 발전, 글로벌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이전의 경제 단위와는 체질적으로 전혀 다른 통합경제 체제로 진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 더욱 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의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유럽 각국은 이미 단일 경제권으로 통합됐고 북미 지역도 마찬가지다. 남미 지역도 브라질을 중심으로 묶이기 시작했고, 아시아 역시 아세안 6개국이 시장을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일본 등 동북아 3국은 시장 상황이 현격히 다르다. 통합경제 체제 출범에 뜻을 모은다 하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다. 유럽과 북미·남미·동남아 등 각국이 하나로 묶여 장벽을 쌓거나 역내 무역을 권장할 경우 우리나라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5대 어젠다에 주목하자”=‘월드퍼스트 월드베스트 제품’을 만드는 길이 살길이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디자인·마케팅·기술·생산시스템·인재 등 5대 어젠다가 필수적이다. 최근 들어 디자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첨단 휴대폰의 디자인 기능을 미리 공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것이다. 이제 디자인은 일반 디자인이 아닌 유니버설 디자인, 즉 휴먼 인터페이스를 강조한 개념이 급속하게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마케팅의 경우도 문화와 접목되는 현상을 보이면서 가치 향상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기본적인 요건으로 인식되는 기술에도 감성과 아웃소싱 개념이 접목되고 있다. 생산시스템 또한 예외는 아니다. 최근 들어 자동화 추세와 함께 기업기술 비밀 유지 등 보안적인 요소가 부각되면서 생산시스템의 리턴 현상이 시작되고 있다. 자국산업 보호와 기업 보안을 위해 이른바 저비용·고효율이 아닌 고비용·고효율을 추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일본 기업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문인력과 핵심인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법. 최근에는 인재야말로 한 번 놓치면 기술과 경쟁력을 한꺼번에 상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요소로 부각됐다. ◇“새로운 일등 제품을 만들자”=우리나라는 1∼5위권에 올라 있는 품목 수가 549개(무역협회 자료)로 일등 상품에 근접해 있는 제품이 상당수에 달한다. 1∼10위권을 합하면 1287개 품목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여러 가지 접근법이 나오겠지만 ‘우리 하기 나름’이라는 결론이 가능하다. 을유년 새해에는 새로운 일등 제품이 쏟아져 나오길 기대한다. 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
◆인터뷰-윤종언 삼성경제연구소 기술산업실장(상무) 삼성경제연구소 기술산업실장인 윤종언 상무는 새해 새 기획시리즈에 앞서 ‘월드베스트 제품’은 시대적인 요청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글로벌 환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월드베스트 제품을 더욱 많이 만들어내야 하며, 산·학·연이 앞장서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게 요지다. 전자신문·삼성경제연구소가 공동으로 기획한 ‘월드베스트 +244’를 위해 아낌없이 팔을 걷고 나선 윤종언 상무를 만나봤다. -왜 월드베스트 제품인가. ▲시장개방과 세계화의 영향으로 경쟁의 공간적 영역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한 국가 내에서만 안주하던 시대는 끝나고 글로벌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따라서 월드베스트 제품이 아니고는 의미가 없다. 이제 우리나라도 경쟁력 있는 부문에 집중해 다양한 세계 1위 제품을 만들어야 안정적인 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월드베스트 제품을 만들자’는 캐치프레이즈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우리나라도 월드베스트 제품이 있나. ▲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77개 가량 된다고 한다. 적지 않은 수이긴 하지만 일본이나 미국 등에 비하면 현격하게 적다. 지난 60년대에는 가발·합판·신발 등 경공업 제품이 수출을 주도했다. 가격 외에는 우위요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70년대 들어서는 흑백TV와 라디오·섬유 등으로 주력 수출상품이 교체됐다. 80년대에는 컬러TV·VTR 등의 수출이 본격화됐다. 90년대 들어서는 반도체를 비롯, TFT LCD·CDMA 등이 부상했다. -기업 환경의 변화인가. ▲생존의 법칙이 아닌가 생각된다. 특이한 것은 개방형 경제로 들어서면서 세계시장의 과점화가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등 제품을 가진 기업만이 생존하고 이익을 낼 수 있다. 선도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고 가격결정권을 행사, 초과이윤을 획득할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월드베스트 제품을 만드는 기업만이 발생한 이익을 기술과 설비에 재투자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어떤 대비책이 있을 수 있나. ▲기업으로서는 항상 글로벌 경쟁을 의식해야 한다. 남보다 한 발 앞서고 한 차원 높지 않으면 즉시 경쟁자에게 밀려나게 돼 있다. 그런 의미에서 ‘월드베스트’를 위해 전자신문·삼성경제연구소가 공동으로 제시한 디자인·마케팅·기술·생산시스템·인재 등 5대 어젠다는 의미가 있다. 그동안 강조해온 것처럼 새롭게 다가오는 기업환경을 맞아 더욱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244개 일등 품목을 육성, 일본을 따라잡자는 취지의 ‘월드베스트 +244’가 다양한 기획을 통해 많은 기업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명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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