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5월, 지하철 송내역에서는 50대 1급 시각장애인이 추락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송내역은 승강장 내 물청소 중이었고 사고자는 평소 이용하던 계단을 이용할 수 없게 되자 다른 출구를 찾아 헤매던 중 맞은 편 선로에 떨어져 때마침 들어오던 급행열차에 치어 사망에 이른 것. 시각 장애인이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면서 다치거나 죽는 안타까운 일들이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지하철 7호선 이수역에서 40대 시각장애인이 선로로 추락해 역으로 진입하던 전동차에 치여 숨졌다. 4호선 동대문운동장역에서는 한 시각장애인이 선로로 떨어졌다가 시민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휠체어 리프트 사고도 끊이질 않는다. 지난 9월 서울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 계단을 내려오던 한 지체장애인이 굴러 떨어져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실제로 지하철 역사의 안전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안전펜스 없는 승강장, 자주 고장 나는 휠체어 리프트, 엉터리 점자 유도블록 때문에 장애인의 이동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 지하철 뿐 아니라 도로 위 건널목 버스 승강장 등도 장애인들을 위한 안전 시설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지하철은 장애인들로부터 ‘공포철’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장애인들은 미흡한 안전 시설보다 더 큰 문제는 장애인에 대한 불합리한 현실을 방관하고 있는 사회의 차별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유비쿼터스 컴퓨팅 세상에서는 대중 교통 환경에서 사회적 약자인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러한 차별이 누그러질 전망이다. 발달된 과학 기술에 힘입어 앞을 보지 않고도 위험을 알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한 발 앞의 상황을 감지해 위험을 경고하고 길을 안내하며 장애인들의 이동 경로를 파악해 안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반의 시각장애인 안전 교통 시스템이 바로 이러한 시대를 구현해 준다. ◇ 유비쿼터스 안전교통시스템=시각장애인 안전교통시스템은 시각장애인들에게 간단한 전용 단말기를 보급해 지하철 입구, 계단, 엘리베이터, 건널목, 육교, 교차로, 공사 현장 등 보행하기 위험한 지역이 나타나면 사전에 음성으로 안내를 해 줌으로써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한 예로 시각장애인이 지하철 입구에 들어오면 시각장애인 안전교통시스템을 통해 지하철역 CCTV에 연결되어있는 관제 센터에 자동으로 연락된다. 관제 센터는 이를 다시 해당 역사의 역무원들에게 통보해 지하철 내에서 이동하는 시각장애인을 주시하며 보호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또한 시각장애인은 전용단말기를 통해 지하철 역사 내 보행의 위험지역 곳곳을 음성으로 안내받을 수 있다. 즉 사람이 눈으로 보지 않고도 위험을 감지할 수 있도록 주변 환경 전체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스스로를 제어하고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다. 지하철 뿐만이 아니다. 시각장애인 안전교통시스템은 미래 거리의 모든 보도블럭에 설치된 RFID 칩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각장애인이 가고자하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보행하면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게 된다. 이 ‘똑똑한’ 보도블럭이 도로에 깔리게 되면 시각장애인들은 안내견 없이도 거리를 활보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위의 사례들은 고비용의 인프라를 필요로 하지 않고 기존 환경을 활용해 구현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의 단면일 뿐이다. 지하철과 함께 대표적인 대중교통 수단의 하나인 시내버스에도 유비쿼터스 컴퓨팅 칩을 장착해 시각장애인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버스교통정보시스템 혹은 차량정보시스템(BIS: Behicle Information System)이라고 불리우는 이 시스템은 시내버스의 도착예정시간과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의 예상 소요시간, 도로의 교통상황들을 제공함으로써 시각장애인들이 버스 승강장에서 보이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불편함을 덜어줄 수 있다. 시각장애인들은 집에서 PC로 버스의 현재 위치와 주행속도를 확인한 후 버스 도착 시간에 맞춰 승강장으로 향할 수도 있다. 그밖에 육교나 횡단보도, 지하보도 등 도로의 다양한 지형지물에 유비쿼터스 컴퓨팅 칩을 장착하면 시각장애인이 휴대한 단말기와 교신해 스스로의 위치를 얘기하고 시각장애인이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정보기술이 발달할수록 정보에 접근이 쉬운 식자층 및 젊은 세대와 노약자, 주부, 빈곤층, 장애인 등 소외계층 사이의 정보격차가 더욱 커진다는 속설을 깨고 오히려 사회 평등과 분배의 원칙을 지키는 훌륭한 수단이 될 전망이다. ◇규제와 법 제도, 기업마인드 개선= 시각장애인을 위한 각종 유비쿼터스 컴퓨팅 서비스가 현실에서 이뤄지려면 과학 기술 뿐 아니라 사회 제도 및 법규와 기업 및 대중의 인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장애인들을 위한 제반 인프라가 특정 계층을 위한 특혜가 아니라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동등한 권리를 행사하는데 필요한 기본적 장치라고 지적한다. 한상진 건국대 법대 교수는 최근 서울대 BK21 법학연구단 공익인권법안연구센터와 국제인권법학회 주최로 열린 ‘장애인 인권문제의 법적 대응’ 토론회에서 “현재 우리 나라의 장애인과 관련된 법제들은 장애인의 인권이나 기본권적 권리와 그에 대한 국가의 기본권보장의무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배려로서의 장애인 생활보장에 중점이 놓여져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법이 장애인의 인권과 비장애인의 인권을 동일한 것으로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이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인권이 국가가 베푸는 시혜로 변질된다는 것이다. 이윤 창출을 최고 가치로 꼽는 기업의 사회 참여 인식도 필요하다. 지난 9월 영국 BBC 인터넷판에는 ‘시각장애인용 휴대폰이 첫 선을 보였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스페인의 오아시스사가 만든 ‘22C’라는 시각장애인용 휴대폰은 영국 왕립맹인연구소(RNIB)의 전시회에 출품된 것으로 시각적인 디스플레이가 없는 대신 스크린에 나오는 모든 것을 음성으로 알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 제품의 주요 기능은 △휴대폰으로 전송된 문자메시지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서비스 △수신번호 음성통보 서비스 △버튼을 누르면 음성으로 버튼의 기능을 설명하는 서비스 등이다. 핀란드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나 미국의 모토로라 등 세계 유수 휴대폰 업체들은 청각장애인용 제품과 시각장애인용 제품, 언어 장애인용 제품, 지체 장애인용 제품 등 다양한 기능의 장애인 전용 휴대폰을 시판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시각장애인용 기능 연구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불과하다. 휴대폰은 시각장애인들에게 꼭 필요한 통신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품들은 음성통화와 번호 음성안내 기능 외에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배려가 없는 것이 보통. 국내 주요 휴대폰 개발업체들은 고해상도 카메라를 탑재한 휴대폰 개발 경쟁에 혈안이 돼 있으면서도 장애인들을 위한 기능을 갖춘 제품 개발에는 소홀하다는 것이 장애인 권익보호 단체들의 지적이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시각장애인용 u컴퓨팅 개발: 유비테크놀로지스 시각장애인용 유비쿼터스 컴퓨팅 서비스 개발에 뛰어들어 몇 년째 관련 연구를 수행 중인 국내 벤처 기업이 있다. 유비테크놀로지스(대표 손대일 http://www.u2p.co.kr)가 그 주인공. 이 회사는 △음성안내기술을 골자로 한 시각장애인 보행 자동 안내 시스템 외에도 △유비쿼터스 문화, 관광 단지 서비스, 센서를 활용한 홈네트워킹과 홈 원격 제어 서비스 등 △u홈네트워킹 서비스, 공영주차장이나 우선주차제 공간을 관리하는 △유비쿼터스 주차장 시스템 및 불법주차차량 관리시스템 등 네 가지 주요 솔루션을 개발해 상용화했다. 이 회사의 손대일 사장은 정보통신부와 u코리아 포럼이 운영하는 한국형 유비쿼터스 비즈니스 모델 분과위원회 부위원장이자 유비쿼터스 소기업 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우리나라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장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손대일 사장은 “유비테크놀로지스가 설계하는 유비쿼터스는 (LT)2 즉 Life(생명 : BT,NT), Truth(진리), Light(에너지 ), Tech(IT)의 컨버징”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에게 생명, 진리의 사고, 빛과 에너지에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냄으로써 따뜻한 사랑과 생명이 넘치는 인간중심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 유비테크놀로지스가 추구하는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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