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일 앞으로 다가온 미 대통령 선거에서 부시 진영과 케리 진영 간의 하이테크 표심 잡기가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하이테크업계에서는 선거 결과에 크게 영향을 받는 기업군과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기업군에 따라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갈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실리콘밸리발 기사를 통해 두 후보와의 거리를 신중히 재고있는 하이테크 기업과 경영자들의 관점을 소개했다. 역대 선거전과 비교해 하이테크 공약에서 별로 차별화 되어 있지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두 후보에 대해 일단 IT업계의 반응은 무덤덤한 편이다. ◆하이테크 정책, 두 후보 ‘대동소이’=지난 달 7일 샌프란시스코에 존 케리 후보가 나타났다. 그는 헌금 모금회장에서 하이테크기업 간부들을 상대로 “최근 4년간 캘리포니아주에서 34만2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열변을 토했다. ‘중산층이야말로 미국의 기둥’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그로서는 부시를 공격할 수 있는 좋은 재료인 셈이다. 그러나 이 지역의 정책 논쟁은 그다지 열기가 뜨겁지 않았다. 엘 고어 민주당 후보가 ‘정보 고속도로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선풍을 일으켰던 지난 2000년 대선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 선거 열풍이 일지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두 진영의 하이테크 정책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두 후보 모두 고속대용량의 인터넷 접속 보급 촉진을 선언한 상태다. 부시는 2007년까지 저가의 고속통신망을 구축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케리는 고속통신망을 위한 투자 감세안을 내놓았다. 나노테크놀로지(NT) 등 분야의 과학기술 예산을 증액하겠다는 부시 진영에 맞서 케리는 하이테크기업의 연구개발(R&D)비 감세를 공약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우대세율을 적용한 현 부시 정권에 대해 케리는 벤처기업 주식 투자에 대한 ‘캐피털게인(자본 이득)’의 감세를 제안했다. 이처럼 IT공약은 대부분 엇비슷하다. ◆하이테크 업계 표는 ‘유동적’=‘공화당이냐 민주당이냐’ 하이테크 업계의 선택은 미온적이기만 하다. 원래 하이테크업계는 공화당 색채가 짙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선 정보고속도로 구상을 들고 나온 민주당의 고어 후보 지지가 우세했다. 오라클 래리 엘리슨 CEO의 경우 공화당 지지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민주당으로 지지노선을 바꿨다. 이번 대선에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결국 업계 전체가 ‘유동 표밭’이 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도 일부 CEO들은 지지여부를 명확히 하고 있어 주목된다. 시스코시스템즈의 존 체임버스 CEO는 “요즘같은 어려운 시기에는 부시와 같은 기댈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반면 오라클의 척 필립스 사장은 “미국에는 정치·경제적 안정이 우선”이라며 케리 지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테러’와 ‘강한 미국’이 유독 강조되는 이번 선거에서 하이테크업계의 ‘소외감 표’도 적지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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