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억달러에 달하는 오라클의 피플소프트 적대적 인수에 대해 미 법원이 9일(현지 시각) 이를 승인함에 따라 앞으로 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판결 직후 크레이그 콘웨이 피플소프트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1만2000명의 자사 직원에게 전자메일을 보내 “반독점 문제가 (판결의) 핵심이 아니다. 법원의 판결은 오라클이 피플소프트를 인수하라는 것이 아니다”면서 기존의 반대 입장을 재확인 했다. 반면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 등 오라클 경영진들도 판결 이후 피플소프트 대주주들을 만나 합병에 완강히 저항하고 있는 콘웨이와 피플소프트 이사들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양측이 판결 이후에도 여전히 날카롭게 대립했다. 워커 판사의 판결로 오라클이 1차 승리를 거두었지만 오라클이 피플소프트 인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법무부가 지난주 내려진 법원 판결에 항소한다면 오라클은 또 한번 법정에서 법무부와 싸워야 한다. 유럽연합(EU)이라는 관문도 넘어야한다. 지난해 11월부터 반독점 여부를 조사해온 EU는 당초 올 3월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미 사법부의 판결 이후로 미루었다. 전문가들은 EU가 내릴 결정에 대해 “미국을 따를 것이다” “아니다”로 의견이 분분한데 아멜리아 토레스 유럽위원회 대변인은 “우리(EU)는 독자적으로 판결할 것이다. 미 법원의 판결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는 요식적인 반응만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EU 경쟁 당국 총책임자인 마리오 몬티가 오는 11월 네덜란드 출신 닐리 크로에스에게 자리를 넘겨 줄 예정이기 때문에 이 때까지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오라클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피플소프트 측이 여전히 합병에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라클은 현재 인수가격으로 피플소프트 1주당 21달러를 제시하고 있다. 9일 판결 직후 장외에서 피플소프트 주가는 전날보다 14% 상승한 20달러 41센트를 기록한데 이어 10일에는 19달러79센트로 마감했다. 피플소프트 일부 주주들은 오라클에게 주식을 넘기기도 했지만 아직 대부분은 오라클의 인수 제안가격이 낮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피플소프트 직원들은 오라클 인수 후 벌어질지도 모르는 대규모 해고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 오라클 경영진은 피플소프트를 인수하게 되면 대량 해고가 불가피 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적대적 인수·합병의 방어책인 독소조항(포이즌필·poison pill)도 피플소프트가 넘어야할 장벽이다. 피플소프트는 오라클의 적대적 인수에 대항, 신주 수백만주를 저가로 발행하는 포이즌 필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라클은 이를 막아달라는 소송을 델라웨어 법원에 제기, 오는 27일 이에 관한 심리가 열린다. 이런 절차를 거쳐 오라클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 방법은 주주 위임장 대결을 통한 경영권 찬탈이다. 이는 콘웨이가 10일(미국시각) 직원들에게 보낸 전자메일에서도 언급된 바 있는데 당시 콘웨이는 “오라클이 내년에 있을 우리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찬탈을 노릴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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