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세계 IT업계 종사자들에게 성공신화의 꿈을 심어줬던 스톡옵션제도가 마침내 수술대 위에 올랐다. 요즘 실리콘밸리에서는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새 회계기준법의 통과여부를 놓고 IT업계와 미국 정부당국이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3월 말 미국의 재무회계표준위원회(FASB)는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간주하는 ‘스톡옵션 회계기준개혁법’ 초안을 발표했다. 기업들의 과도한 스톡옵션이 경영의 투명성을 해친다는 것이 법개정의 이유였다. 새 기준을 따르면 기업들의 순익은 대폭 감소한다. 특히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스톡옵션을 내세워 우수 인재를 손쉽게 영입해온 실리콘밸리의 IT기업. 이들 하이테크 기업은 여타 업종에 비해 스톡옵션을 훨씬 많이 사용해왔고 타격도 그 만큼 크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간주할 경우 지난해 미국내 IT기업들이 발표한 순이익은 무려 57%가 줄어든다. 반면 굴뚝업종이 많은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상장업체들은 새 회계기준을 적용해도 순이익이 5∼6% 감소할 뿐이다. 전문가들은 회계기준이 바뀌면 미국 IT업체들의 주가는 지금보다 10∼15%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은 스톡옵션을 규제하는 것은 정부가 스스로 IT산업의 성장동력을 끄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스톡옵션 제도는 또 미국 대선전을 앞두고 경제분야 주요 정책이슈로 떠올라 워싱턴 정가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존 체임버스 시스코회장은 “스톡옵션 제도가 사라지면 더욱 많은 하이테크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사견임을 내세워 스톡옵션의 비용 처리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화당 소속인 리처드 셸비 상원 금융위원회장은 강력한 입법화 의지를 재천명해 스톡옵션의 비용처리는 법제화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새로운 회계기준에 반대하는 시스코시스템스, 선마이크로시스템즈 등 주요 IT업체 직원 수백명은 24일(현지시간) 개최된 FASB의 실리콘밸리 공청회에 맞춰 대규모 시위를 벌이면서 정부 측을 격렬히 성토했다. 시위를 이끈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공동 창업자인 앤디 베크톨샤임은 “정부의 관료적 결정으로 IT업체의 창조적인 기술혁신이 저해되는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며 FASB측에 반감을 표했다. 이런 반발에도 불구하고 스톡옵션에 대한 규제는 대세로 판단된다. 정부 방침에 강력히 반대해온 대기업들조차 스톡옵션의 효용성에 회의를 품고 투쟁대열에서 속속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IBM은 스톡옵션을 비용처리 하기로 입장을 바꾸었다. 지난해 말 마이크로소프트는 스톡옵션 대신 주식을 성과급으로 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나머지 기업들도 스톡옵션 행사규모를 줄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인텔은 지난 2001년 직원들에게 2억3800만달러의 스톡옵션을 행사했으나 지난해는 절반 이하인 1억1100만달러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시스코도 직원들에게 나눠준 스톱옵션 규모가 30% 이상 줄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거품의 소멸, 주식시장의 침체로 스톡옵션의 금전적 가치가 크게 줄었기 때문에 IT업계 종사자들도 벼락부자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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