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위기관리통신망이 위기(?)를 맞았다. 정부가 지난해 말 기술방식과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구축을 추진중인 국가통합지휘무선통신망(이하 통합망) 사업이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형국에 빠져들었다. 예산확보는 물론 이미 결정된 기술표준과 이에 따른 장비·단말기 국산화, 주파수 대역, 통합망 포함기관 등에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통합망 구축의 취지로 돌아가 문제를 하나 하나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통합망, 왜 구축하나=대형사고시 재난구조기관 간 통신망 단일화가 안 된다는 감사원 지적이 발단이 됐다. 대형사고시 소방, 경찰 등 기관 간은 물론 지역별로도 서로 다른 통신망을 써 단일 지휘체계를 위해선 별도의 단말기를 지급해야 하는 문제가 지적된 것. 통합망 논의는 지난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사건을 계기로 본격화해 국무조정실이 정통부에 의뢰, 기술표준(디지털TRS 테트라방식)과 주파수 연구결과를 확보했다. 이를 중앙안전대책위를 통해 확정한 다음 구축을 전담키로 한 행자부가 추진전담반을 꾸려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중이다. 통합망 포함 대상기관은 재난관리법에 따른 22개 기관. 기본계획상 소요 예산은 3600억원이다. ◇통합망은 반쪽짜리?=구축을 주관한 행자부는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7월께 나오는 기획예산처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야 예산확보와 구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세부시행계획수립을 위해 설치된 추진기획단도 개점휴업 상태다. 추진기획단엔 경찰청, 소방, 지하철공사 등 주요기관이 참여했으나 국방부가 빠져 있다. 국방부는 통합방위법상 통합방위무선지휘망을 설치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통합망 논의로 전면 중단한 상태다. 국방부가 빠진 채 시행세부계획을 세우면 별도 망을 구축하거나 계획을 재검토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행자부 관계자는 “타당성 조사결과가 나온 뒤 계획수립이 본격화되면 국방부가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하철공사 등도 기존 VHF무전망 유지를 원하는 가운데 “테트라TRS를 지하철까지 확장할 경우 수 천 억원의 추가 예산이 소요되며 망연동을 통해 기존망으로도 통합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내고 있다. ◇장비는 모토로라가 싹쓸이?=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운용중이거나 구축중인 테트라 통신망은 서울, 부산, 대구, 광주 4개 도시와 고속도로순찰대, 부산지하철 3호선으로 모두 여섯 곳이다. 여섯 곳 모두 기지국 등 시스템과 단말기가 100% 모토로라 제품이다. ‘모토로라가 싹쓸이 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재로선 유효하다. 테트라를 이미 도입한 유럽국가들의 경우를 보면 서로 다른 제조사의 단말기를 쓰는 경우가 있지만 시스템을 호환해 상용화한 경우는 여지껏 없다. 최소한 시스템 부문에서는 모토로라의 싹쓸이가 유력한 실정이다. 모토로라 측은 “정통부가 추산한 3600억원의 구축예산 중 시스템부문은 1000억원에 그쳐 단말기 부문의 복수 메이커가 진입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말기 국산화 가능할까?=국내 무전기 생산업체는 유니모테크놀로지, 에어텍정보통신 등이고 S사가 사업을 타진중이다. 단말기 국산화 가능성은 ‘가능하지만 어렵다’는 게 정답이다. 테트라 표준 공유를 위해 테트라MOU에 가입하는 것은 손쉽지만 수 백만 달러를 들여 현지 개발업체들의 힘을 빌려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들이 국내 시장만을 보고 투자하기 어려운 액수다. 게다가 대부분 유럽국가가 300MHz대에서 테트라TRS를 운용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800MHz대에서 운용할 전망이어서 개발시 호환성 확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출시장을 노리기도 쉽지 않다. 한 단말기 업체 관계자는 “대구지하철 참사를 분석한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무전망 문제는 거의 없었다”며 “재난관리 현장에서 시급한 것도 아니고 국내 산업발전에도 의미가 없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통합망 구축계획인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무선통합망 관련 일지 2002년 6월 감사원 지적 2003년 2월 정통부를 기본계획수립 주관부처로 지정 7월 정통부 기술방식 확정 12월 중앙안전대책위 기본계획 확정 2004년 7월경 예비타당성 조사 완료 2006년 전국 통합무선망 구축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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