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산업은 약점이자 기회.’ 한국IT리더스포럼은 18일 이용태 삼보컴퓨터 회장(전경련 부회장)을 초청해 지식산업을 기반으로 한 선진국 도약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회장은 “인도의 SW산업은 98년 30억 달러에서 2003년 120달러로, 5년만에 4배 성장을 이룩했다”며 “충분한 인프라없이 짧은 시간에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은 지식산업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언어와 시장규모 문제를 감안, 우리가 선택할 전략으로 소프트웨어, 그중에서도 임베디드SW 분야, 오픈소스코드SW가 제격”이라고 말했다. ◇인력부족 절감= 소프트웨어 부분임베디드SW에 대해서는 인력이 태부족이라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 회장은 “현재 필요한 리눅스 엔지니어가 2000명 수준이지만 이에 크게 못미치는 것이 현실”이라며 “삼성SDS에 300여명 등이 있지만 드라이버 콘트롤러 등 소스코드를 해독할 정도의 고급 인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을 담당할 교수들도 분야에 대한 확신이 없어 연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악순환이 거듭된다는 것. 이에 앞서 지난 4월 강연했던 진대제 정통부 장관도 “임베디드SW 분야에 대해 인력 부족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베디드SW엔지니어를 200명 만 더주면 수출을 두 배까지 하겠다는 경영자가 있을 정도”라며 “하드웨어의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결국 임베디드SW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진 장관이 진단하는 인력부족의 이유는 “이른바 3D업무로 알려져 엔지니어들이 꺼리는 분야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양성과 실업극복 차원에서 청소년 소프트웨어 인력양성프로그램을 통해 3만4000명에게 전문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해 12월 한 행사에 참석해 2007년까지 1조 2000억원을 투자, GDP비중을 디지털콘텐츠와 합쳐 3%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인력양성에 주력해야 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와 민간의 노력 필요= 이 회장은 “한국에 연구센터를 세우지 않으면 바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1년 1조원씩 10년을 투자해야 10만 고급기술자를 양성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가 세계적 SW제품의 개발지로 부상한다는 것. 그러나 이같은 과감한 투자를 할 확신이 현 정부에 부족하다는 것이 이 회장의 진단이다. 이 회장은 “전 현직 대통령은 물론 정통부와 산자부 등 유관부처에 여러차례 이를 제안했으나 이렇다할 정책이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산자부를 설득, 30억원의 파일럿 프로젝트 예산을 따냈으나 산자부가 제시한 조건이 임금의 50%만 지원, 석사 박사 인력에만 한정한다는 내용이어서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경상현 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전 정통부 장관)는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민간의 투자를 유치해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것도 모색해봐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소규모라도 성공모델이 나와줘야 한다는 전제아래 민간이 협력하는 선행사례 구축도 검토해볼만 한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단형 한국정보통신대 교수는 “시도해볼만한 인력양성 프로그램이라고 본다”며 “고용창출을 위해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단순 업무를 발주하는 것 보다 훨씬 건설적인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이모저모 ○...포럼은 창립 1주년을 맞아 베트남을 방문, IT교류 협력 및 유대강화를 위한 국제세미나를 개최한다. 포럼 창설후 처음 갖는 해외 세미나로, 우리나라와 IT협력관계가 돈독한 베트남에서 6월 21일 개최키로 했다. ‘한-베 IT포럼’에서는 베트남 전자정부의 추진전망과 이동통신서비스의 발전전략을 주제로, 한-베트남간 협력방안을 모색한다. 우리측 발표자로는 양승택 전장관, 정장호 정보통신산업협회장, KISDI와 이통사, SI사업자 관계자가 나선다. 베트남과는 SK텔레콤, LG전자, 동아일렉콤 3개 회사가 공동투자한 SLD의 자회사 S텔레콤이 이동통신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LG전자와 베트남 기간통신사업자 VNPT의 합작투자법인인 VKX도 10년째 전자교환기 생산 및 설치 사업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자정부 컨설팅을 제공키로 하는 등 협력을 돈독히 하고 있다. 특히 이번 방문 기간중에는 VKX 10주년 행사를 하노이 대우호텔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이용태 회장은 발표중 전현직 대통령과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만나 100만 IT인력 양성론을 설득한 뒷얘기를 소개해 눈길. 3년전 전경련 정보통신위에서 구상을 가다듬은 이 회장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독대하며 이를 설득했다. 김 전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이기호 경제수석에 검토를 지시했으나 실현되지는 않았다. 이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2시간에 걸쳐 이를 설명했으나 역시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이 회장은 그러나 “노 대통령이 간혹 연설에 100만 인력 양성론을 인용하는 것을 들었다”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정동영 전 의장을 만나서도 설득에 나섰으나 당내에서 주도권을 얻지 못한 당시 정 의장은 “공감은 가지만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이 없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이용태 회장 강연 요지]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고학력 실업이다. 임금이 10분의 1에 불과한 중국으로 대기업 공장이 이전해 가는 추세다. 더구나 한국에 남아있는 기업들은 성장을 계속해도 고용이 늘지 않는다. 이를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식산업을 육성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우리나라는 기초체력이 강하다. 지식은 결국 교육에서 나오고, 우리는 세계최고의 교육열을 갖고 있기 때문. 지식산업은 5∼10년이면 후진국이 선진국의 위치에 오를 수도 있다. 인도와 아일랜드, 핀란드가 단적인 예이다. 인도는 부가가치가 높은 소프트웨어(SW) 생산에 집중했고 핀란드는 산학협동으로 경쟁력을 높였다. 아일랜드는 정부의 파격적인 정책으로 외국 기업을 끌어들였다. 모두 단기간에 초고속 성장을 이룩한 경우다. 지금은 정책만 잘 세워 추진하면 단시간 내에 지식사회를 일으키는 것이 가능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맞는 지식산업 분야는 임베디드SW다. 언어 문제가 크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불황중임에도 SW는 2자리수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IBM의 총생산비용중 SW가 40%를 차지한다. 자동차 산업도 2010년이면 34%를 SW분야가 차지하게 된다. 인력양성이 가장 큰 과제다. 고급인력 양성은 평범한 수단으로는 불가능하다. 파격적 조건으로 외국기업을 끌어들인 아일랜드와 같은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임베디드SW 디벨롭먼트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외국 기업이나 기술자가 국내에서 세계적 기술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첨단기술 개발시 이를 돕는 인력의 임금을 5년간 우리측이 대신 내주고 과정중 카네기멜론 등 유명 대학의 석사학위도 이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정부가 매년 1조원씩 10년동안 10조를 투자해 고급인력을 창출한다면 이들과 함께 일하는 저급인력까지 포함 100만명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재래 산업의 경쟁력도 더불어 높아질 것이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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