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간 유지보수를 포함해 98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기상청 슈퍼컴퓨터 2호기 도입 프로젝트가 17일 조달청을 통해 입찰이 실시됨에 따라 드디어 닻을 올렸다.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슈퍼컴퓨터 프로젝트 사상 SI 업체들이 대거 참여하고, 클러스터 전문 국내 기업들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등장하는 등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여 결과에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조달청에 최종 제안서를 제출한 곳은 △벡터 진영의 경우 삼성SDS· NEC 컨소시엄과 크레이 △유닉스 진영에서 LG CNS· 한국HP 컨소시엄과 한국IBM △클러스터 진영은 LG엔시스 · 이파워게이트 컨소시엄과 포스데이타 등 6개 업체(컨소시엄)이다. 우선 기상청 슈퍼컴퓨터 1호기 장비(SX-5)를 납품한 NEC는 삼성SDS와 컨소시엄을 구성, 내년 초 출시 예정인 SX-6X 기종을 중심으로 제안서를 제출했다. NEC측은 SX-6X가 기상청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SX-5보다 크기는 20분의 1로 줄어들고, CPU 당 성능은 3배 가량 향상되는 만큼 수주에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NEC 컨소시엄측은 기상청이 허가한 ‘2단계 구분 공급’ 전술을 활용할 계획을 공식 적으로 밝혔다. 크레이는 현 X-1 장비 후속으로 출시될 예정인 X-1E 제품을 중심으로 제안서를 제출했다. 크레이측은 2단계 납품 계획에 대해선 가능성이 있다고만 언급할 뿐 공식 입장을 회피했다. 벡터 진영과 전면 승부를 벌이게 된 유닉스 진영 중 한국HP는 LG CNS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아이테니엄 칩이 장착된 슈퍼컴퓨터 전용 모델 XC6000을 주력 제품으로 내세웠다. 한국HP측에서는 XC6000 단일 서버의 CPU 개수나, 내년 7월경 아이테니엄 차기 칩 출시와 관련 2단계 공급 제안 등에 대해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국IBM은 하반기 출시 예정인 차세대 칩 ‘파워 5’ 기반의 장비인 미드레인지 유닉스 서버(p655)로 시스템을 구성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제품은 지난해 독일 기상청의 슈퍼컴퓨터로 납품된 제품으로 4웨이나 8웨이 구성이 가능한데 한국IBM측은 ‘단일 시스템으로 구성한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클러스터 진영에서는 LG엔시스와 이파워게이트가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며, 포스데이타가 단독으로 참여했다. LG엔시스·이파워게이트 컨소시엄은 LGIBM으로부터 옵테론 4웨이 서버인 x350을 활용해 대규모 리눅스 클러스터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을 밝혔다. 포스데이타는 단독으로 한국HP의 아이테니엄 4·8웨이 서버인 rx4640·rx5670을 공급받아 클러스터 시스템을 제안했다. 모든 컨소시엄은 제안서를 제출하는 마지막까지도 단일 기종의 CPU 개수는 물론 전체 시스템 규모를 공개하지 않으며 자사의 전략이 경쟁사에 노출될 것에 극도의 우려감을 나타냈다. 수주전에 참여 업체의 관계자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벡터나 스칼라, 클러스터 등 모든 기술 분야에서 완전 경쟁이 이뤄지는 상황이라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 “단일 시스템 사양(CPU 개수)이 알려지거나 노드 수가 공개될 경우 각사의 BMT 성능이 공개되기 때문에 보안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최종 선정된 업체라 할지라도 시스템 납기를 지키지 못하거나 당초 제안한 시스템과 사양이 다를 경우 강도 높은 패널티를 물리거나 극단적으로는 공급자격을 박탈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어 업체들 모두 ‘현실적인 제안서 작성’에 고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기상청 슈퍼컴퓨터추진단은 6명의 외부 기술자문위원회와 함께 사흘간 모처에서 제안서 검토 작업을 진행한 후, 다음 한 주간 각 컨소시엄이 제출한 제안서와 실제 시스템 성능간 차에 대한 실사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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