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포화와 성장의 둔화로 수익성이 날로 악화된 유선 통신사업자들이 탈출구 찾기에 몸부림치고 있다. 시내전화에 이어 시외전화, 국제전화까지 다수 사업자의 참여로 과당경쟁의 ‘전쟁터’가 되자 기존 사업만으로 거대한 몸집을 유지하기도 역부족여서다. 더욱이 휴대인터넷, 위성DMB, 원폰 등 새 성장엔진으로 기대를 모은 신개념 서비스들도 아직 규제와 기술 문제가 걸려 있는 데다 실제 수익으로 열매를 맺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유선사업자들은 단기 방편으로 부동산을 활용해 매출과 수익을 올리는가 하면, 게임이나 솔루션임대 등 부가 사업에 다리를 걸치고 있다. ‘재벌 흉내내는 문어발식 경영’ ‘투자의 분산’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으나 통신업체들은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부동산 사업도 탈출구=KT는 최근 서울 성수동과 부산 가야동 등 전국에 흩어져 있는여유 부지에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을 짓는 부동산 사업에 착수했다. KT가 시행사가 되고 건설을 담당할 전문 시공업체를 선정중이다. 부동산 개발사업자로 등록도 했고 전담부서도 만들었다. 그동안 KT는 전국에 흩어진 전화국의 공간을 임대해 지난 해에만도 약 480여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기술의 발달로 교환기 크기가 작아지면서 전화국 공간이 남아도는 것. 더욱이 대부분 노른자 위 땅에 위치해 있어 앞으로도 임대수익을 꾸준히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KT측 기대다. KT는 임대 사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여유 공간이 늘어난 건설국 부지를 아예 아파트 부지로 바꿔 건축에 나섰다. 건설국은 통신망 공사를 위해 굴착기나 포크레인 등 각종 장비와 자재를 쌓아두던 야적장인데 공사가 줄어들고 납품업체들의 현지 조달체계가 구축되면서 노는 땅이 많았다. 그냥 매각해 영업외 수익을 거둘 수도 있겠지만 재개발하면 더 큰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게 KT 경영진들의 판단이었다. 이 회사 재무실 관계자는 “어떤 시공사를 잡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크게 차이가 나나 앞으로 3년간 약 5000억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자신한다”면서 “‘뭐 그런 것까지 하냐’는 곱지않은 시선도 있지만 투자비는 적고 수익성은 높은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안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후발업체인 데이콤과 하나로통신도 직접적인 개발사업에 나서지 않으나 임대 사업만큼은 관심을 보였다. 짭짤한 수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 역삼동 테헤란로에 데이콤 본사 사옥의 경우, 세입자인 다음·한화증권 등으로부터 거두는 연간 임대수익이 200억원이 넘는다. ◇게임과 솔루션 임대 등 부가사업도 강화=사업자들은 기존사업의 연장선에서 게임이나 솔루션 임대사업도 적극 추진한다.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를 활용해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되는 온라인 게임 등을 공급하고 해외 진출시 패키지 상품을 내놓겠다는 전략이다. 또 유무선 포털 사업을 확대할 때도 캐릭터 활용 등 필수적인 콘텐츠가 바로 게임인 만큼 가능성 있는 게임 판권을 확보해 두는 것이 시급하다는 게 사업자들의 판단이다. 솔루션 사업 역시 인터넷데이터센터(IDC)와 전용회선 등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KT의 ‘비즈메카’와 데이콤의 ‘이비즈마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KT의 경우 지난 2001년 시작한 비즈메카 사업으로 지난해 약 5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데이콤도 엇비슷하다. 그렇지만 게임이나 솔루션을 직접 판매하지 못해 전문업체로부터 판권을 사거나 투자해 되파는 중개자 역할에 국한됐다. 업체 선별도 쉽지 않다. 전문 지식이나 경험이 없어 자칫 잘못하다 가는 중소기업들의 ‘봉(?)’이 되는 실수를 저지르기 일쑤다. 최근 KT가 게임사업을 전면 재검토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며, 협력사를 선정할 때 투자와 과금 문제, 수익 배분 등을 놓고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한 통신사업자 관계자는 “사실 솔루션을 임대해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게 무리다”라면서 “그러나 기 확보한 브랜드와 네트워크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은 다 써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결합 서비스 허용 등 규제가 풀려야=유선사업자들의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결국 통신사업 자체밖에 없다는 지적도 많다. 이러한 의견은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부담은 지워놓고도 기존 사업 영역을 활용 못하는 규제에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LG투자증권의 정승교 연구원은 “유선사업자들이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신규 사업을 벌이나 궁극적인 해결책은 무선사업과의 결합 등 통신사업에 있다”라면서 “KT와 KTF의 합병이나 유무선 결합, 통신·방송 융합에 물꼬가 트여야만 성장의 탈출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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