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번호이동성 시차제 시행 석달째, 제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당초 정책 목표와 효과에 대한 평가가 업계 주변에서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시행 갓 두달을 넘겨 다소 때이른 감이 있지만, 소비자 후생증대와 경쟁활성화라는 당초 정책취지가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 중간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특히 선후발사업자들 사이에서 번호이동성 시차제 도입효과에 대한 판단이 여전히 상반된 가운데, 우리보다 앞서 번호이동성 제도를 도입했던 해외 선진국들 또한 시장환경에 따라 제도활성화 정도에 현저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어 다소 성급하지만 반성론이 제기되는 것이다. ◇시장추이=지난 두달간 SK텔레콤에서 KTF·LG텔레콤으로 빠져나간 가입자는 모두 48만8411명으로, SK텔레콤 전체 가입자중 2.7%의 이탈률(번호이동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1월 한때 2만명 이상에 달했던 일평균 번호이동 가입자는 최근 들어 6100여명 안팎으로 급감, 갈수록 번호이동 수요가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해와 명절, 신학기 특수에도 불구하고 2월 한달간 번호이동 가입자수가 18만5343명으로 1월 30만5108명에 비해 무려 39%나 줄어든 것이 단적인 사례다. 대신 지난달부터는 010 신규가입 고객이 100만명 수준에 근접, 전달에 비해 7%나 증가하며 번호이동 수요를 5배 가까이 앞질렀다. 시행 초기만 해도 엄청난 수요를 기대했던 번호이동 가입자 규모가 한풀 꺽이면서 후발사업자들은 제도 활성화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며 벌써부터 우려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해외 주요사례와 시사점=이미 수년전부터 번호이동성 제도를 도입했던 홍콩·영국·호주·네델란드 등 해외에서는 각국의 독특한 제도와 시장상황에 따라 제도활성화 정도가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시장경쟁상황 척도인 시장집중도(HHI)가 높고 단말기 보조금이 금지된 영국·호주·네덜란드 등의 경우,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후 1년간 번호이동률이 3% 미만으로 극히 부진한 상황이다. 반면 1위 사업자의 점유율이 낮고 다수의 경쟁사들이 존재했던 홍콩에서는 제도 도입후 1년간 20%가 넘는 번호이동률을 기록, 4년째인 지난해말 기준으로 누적 전환비율이 무려 82.7%에 달했다. 특히 홍콩에서는 단말기 보조금 정책까지 맞물리면서 번호이동성 제도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관계자는 “해외사례를 보면 단말기 보조금 등 번호이동 유인책이 있다면 제도의 효과에 분명 힘이 실리고 있다”면서 “그러나 소비자 후생이라는 1순위 정책목표는 달성하고 있으나, 부차적 목적인 시장경쟁상황 개선에는 별 효과가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번호이동성 제도가 시행된 미국에서도 단말기 보조금 허용으로 가입자 전환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1위 사업자인 버라이존의 점유율은 더욱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때문에 앞서 제도를 도입했던 영국·네덜란드에서는 1위 사업자의 지배력을 견제하기 위해 3, 4위 사업자에게 재판매 의무를 폐지하는 등 번호이동성 보완책을 시행하고 있다. ◇소비자후생이냐,경쟁활성화냐=후발사업자들은 정부가 번호이동성에 시차제를 도입한 이유가 소비자후생 증대와 더불어 경쟁활성화라는 분명한 목적이었던 만큼, 지난 두달간의 시장추이를 볼때 보다 강도높은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해외사례와 비교해 지난 두달간 2.7%의 번호이동률이 미미한 수준에 그쳐, 향후 제도 활성화나 시장쏠림 현상완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다소 성급한 지적이다. KTF 관계자는 “시장집중도나 보조금 허용 여부 모든 측면에서 경쟁활성화라는 정책취지를 무색케하고 있다”면서 보조금 차등허용이나 번호이동 시차제 연장, 번호이동 기변보상 허용 등 시장쏠림현상 개선을 위한 추가 조치를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당국인 정보통신부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후발사업자들이 자체 경쟁력은 뒷전인 채, 제도 도입 취지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인위적인 시장점유율 조정까지 거론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해외사례를 봐도 번호이동성 제도의 가장 큰 목적은 소비자 후생증대라는 점이 분명하다”면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시차제까지 적용해 오히려 제도의 근본취지를 희석시킨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이같은 주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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