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의 기업 경쟁은 전사적자원관리(ERP)·고객관계관리(CRM)·공급망 관리(SCM) 시스템 등을 통한 업무혁신(PI)을 잉태하며 날로 복잡해지는 IT 자원관리를 위한 ‘고급(?)’ 투자를 동반하고 있다. ERP처럼 복잡한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고도의 기술 및 경험을 보유한 인력과 전산실을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뒤늦게 정보화에 뛰어든 중견중소기업(SMB)은 높은 연봉의 IT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도 어렵고 확보된 인력도 이직이 잦아 제대로 된 시스템 활용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동종 업계에서 가장 먼저 외국계 ERP를 도입했던 A사. 이 회사는 성공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한뒤 얼마 되지 않아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6명의 전산인력 중 5명이 외국계 소프트웨어 업체로 이직하는 바람에 지난 2000년 시스템 가동 중단사태를 빚으며 기업경영에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비단 A사만의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전략이 없이 ERP를 도입한 상당수 국내 기업들이 직면한 과제라는 점이다. ASP는 이런 문제인식 위에 지난 99년부터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가트너와 IDC 보고서는 ASP가 ERP와 같은 고가의 애플리케이션을 중소중견기업(SMB)에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최적으로 대안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되는 IT아웃소싱 성장률 보고서를 보면 ASP가 일반 IT 아웃소싱 분야에 비해 2배 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ASP센터에 설치된 서버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고 모듈화된 범용 애플리케이션 및 산업별 템플릿을 재사용할 경우 발생하는 기간 및 비용 효과는 확연해 진다. ASP 전문업체인 N사가 지난 3년간 ASP 방식으로 구축한 15개 오라클 ERP 고객사의 평균 구축기간은 4.8개월로 최소 8개월 이상 소요되던 기존 시스템통합(SI) 방식에 비해 구축기간과 비용을 절반이상 단축한 것으로 분석됐다. 네트워크의 발전으로 ASP는 다양한 서비스를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고 있으며 수요 기업들은 IT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을 자체적으로 보유하지 않고도 시스템 운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ERP 운영을 위해서는 하드웨어, 네트워크 등 시스템 관리 전담인원이 1명 이상, 회계·생산·물류 등 각 업무별 전담인원이 3명 이상이 필요하다. 결국 기업은 이같은 인원을 확보, 유지하기 위해 매달 최소 1500만원(월급여 250만원×4명 + 재경비 125만원×4명)이 필요하지만 ASP는 서비스 제공업체에 소속된 1명의 전문가가 온라인을 통해 최소 2개 이상의 고객사를 동시에 운영 및 관리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단순 비교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는 물론 일반 중소기업에서 확보하기 어려운 고급 IT 인력과 서비스 품질을 맛볼 수 있다는 장점도 뒤따른다. 이처럼 애플리케이션 시스템 구축과 운영을 기본으로 발전돼온 ASP는 지난 2001년 이후 ‘xSP’ 등으로 진화되고 있다. 최초로 ASP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IDC의 클래어길런 부사장은 2001년 보고서에서 렌털방식의 ASP가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MSP(Management Service Provider), CSP(Contents Service Provider), BSP(Business Service Provider) 등을 모두 포함하는 xSP(x Service Provider)로 진화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이는 세계 컴퓨팅 시장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유틸리티 컴퓨팅의 확장된 개념으로도 이해할 수 있으며 IBM의 온디맨드, HP의 어댑티브,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H1 전략 등과 맞물려 급속한 발전이 예상되고 있다. IDC는 유틸리티 컴퓨팅만으로 지난해 10억달러에서 올해 20억달러, 오는 2007년에는 46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 성공사례 `셀빅` PDA 전문업체인 셀빅(구 제이텔·대표 박영훈)은 지난 2000년 4월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ASP 전문업체 넥서브와 오라클ERP ASP 도입을 결정했다. 당시 매출목표 200억원, 직원 30명 수준의 개인휴대단말기(PDA) 생산 업체였던 셀빅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직원은 소수정예로 움직이고 시장경쟁의 승리를 위해 최신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는 당시 최고 경영진의 이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렌털기반의 ASP를 선택한 데는 저렴한 도입비용과 전문인력의 고품질 운영지원이라는 장점이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셀빅은 총 3개월의 프로젝트 계획에 따라 넥서브에서 회계·판매·생산 관리 분야의 컨설팅과 함께 오라클ERP 시스템을 도입했다. 판매관리에는 주문입력, 출하가 포함됐고 생산관리에는 재고, 규격·부품 구성도(BOM), 기획, 구매 등이 들어갔다. 또 회계관리에는 총계정 원장을 비롯해 외상 매입·매출금, 고정자산 등이 포함됐다. 물론 서비스 도입이 처음부터 직원들의 호응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오프라인 작업에 익숙한 직원들에게 처음 상대하는 ERP 활용은 가욋일로 여겨졌고 새로운 업무방식에 적응하는 데는 적잖은 진통도 필요했다. ERP를 통해 각 부서별 권한과 책임, 프로세스에 대한 정의가 이뤄졌다고 해도 각 분야별로 직원들이 초기에 입력해야 할 기존 데이터량은 방대했고 운영과정중 정의되지 못했던 예외상황이 등장해 공백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통과의례를 거쳐 정의된 프로세스는 현재 안정된 시스템에서 구현되고 있다. 특히 초기에 거쳤던 홍역은 ASP의 진가로 인해 알찬 강의를 위한 수강료가 됐다. 기존의 시스템통합(SI) 및 컨설팅 업체들이 시스템 구축의 종료와 함께 사라지고 고객 혼자 모든 운영상의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자체 구축방식과 달리 ASP의 지속적인 온라인 운영 및 컨설팅 서비스는 공급자와 수요자간 윈윈을 위한 자산인 신뢰를 낳았다. 이는 곧 지난해 7월 3년간의 ASP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재계약으로 이어져 일반의 우려와 달리 ASP 서비스가 고객의 신뢰속에 자리잡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 기고 - 서삼영 한국전산원장 세계 ASP시장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조정기를 지나 확산기로 접어들고 있다. 가트너 그룹은 한걸음 더 나아가 ASP는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기업정보화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미 선진국 기업은 정보화의 단계를 넘어 이제는 과감하게 ASP의 채택을 통해 경쟁우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업정보화는 세계 최고의 IT 기반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ASP방식의 정보화는 이제 착근을 위한 시험 단계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국내 ASP의 성장은 전체 기업체수의 99%, 고용규모 68%, 국내총생산(GDP) 30%를 점유하고 있는 302만개 중소기업들의 채택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단순한 정보화라도 수행한 기업은 전체의 25%(75만개)에 지나지 않으며 업종별 ASP를 채택한 기업은 16만여개에 불과하다. 국내 ASP시장의 진척이 더뎠던 주요 이유로 우선 많은 잠재고객들이 자사 정보를 제3자에게 맡기는 것을 여전히 꺼리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기업의 정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 기반과 서비스의 영속성과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투자대비 회수기간이 장기간 소요되는 ASP의 특성으로 ASP사업자들도 다양한 업무처리 시스템 개발을 주저하고 있다. 그러나 희망적인 징조도 보인다. 국내 ASP시장이 연평균 50%로 꾸준히 성장을 보이며 2005년 35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ASP서비스 이용자의 만족도와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ASP는 징조를 떠나 조기에 정착시켜야만 하는 국가적 사업이다. 그렇다면 ASP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중요해진다. 우선 공신력 있는 정부가 앞장서 ASP 사업자 인증제도를 도입해 사업의 영속성과 서비스의 안정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또 중소기업 지원에 임대방식의 설비투자도 포함하고 솔루션 개발비용에 대한 금융지원을 통해 ASP공급기반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ASP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해 사업촉진과 청년실업 해소에 기여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ASP 솔루션 및 비즈니스 모델의 수출 기반을 마련해 ASP사업자들의 글로벌화도 모색돼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은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기업간 정보화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이다. 세계 최고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바탕으로 저렴하고 용이한 ASP 방식을 통해 지속적인 기업 정보화 촉진과 국가경쟁력 제고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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