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시장에 ‘메이드인코리아’ 깃발이 휘날리기 시작했다. 그간 삼성전자를 제외하곤 유럽시장 진출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국내업계가 유로화 강세 등에 힘입어 전략적으로 유럽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유럽 강호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유로화 상승 ‘기폭제’=유로화는 최근 두 달여 만에 1300원대에서 1500원대로 12∼13% 가량 상승하면서 유럽이 단숨에 북미보다 매력적인 시장으로 떠올랐다. 올해 번호이동성·GSM 도입 등으로 북미 지역이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었지만, 유로화 강세에 따른 달러화 약세로 매력도가 떨어졌다. 이에 비해 유럽은 유로화 상승으로 수출을 통한 매출 확대는 물론 수익 향상도 꾀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유럽연합(EU)에 81억1000만달러를 수출한 국내 휴대폰업계는 올해 유로화 상승 등으로 20∼25% 가량 수출 규모를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유럽 휴대폰 시장은 그 동안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만이 수출에 나섰지만, 올해에는 최근 몇 년 동안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인 중견·중소업체들도 가세해 유로화 상승에 따른 수혜폭이 클 것”으로 예측했다. ◇“업그레이드 시장 잡자”=유럽 휴대폰 시장은 올해 2.5세대(G)인 GPRS의 확산과 3세대 WCDAM 도입으로 지난해보다 20%늘어난 1억5000만대를 형성할 전망이다. 국내 메이저업체들은 3G 휴대폰에, 중견·중소업체는 2.5G에 집중, 유럽 시장에서 코리아 돌풍을 일으킨다는 전략이다. 노키아·지멘스와 함께 유럽의 3대 브랜드로 부상한 삼성전자는 특히 올해 3G 휴대폰과 카메라폰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 향후 유럽 시장을 삼성 대 노키아의 양강구도로 재편할 계획이다. CDMA 휴대폰에 비해 GSM 휴대폰이 취약해 유럽 시장에 공략에 어려움을 겪은 LG전자는 상반기 WCDMA 단말기를 공급을 시작으로 ‘LG 브랜드’ 강화에 들어간다. 중견·중소업체들은 카메라를 탑재한 2.5G 휴대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유럽 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맥슨텔레콤 관계자는 “지난해 말 GPRS 방식의 맥슨 카메라폰이 영국 시장에서 판매율을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유럽에서 한국 휴대폰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자와 윈윈 모델=국내 휴대폰업계가 유럽 시장에 자신감을 보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사업자 때문이다. 유럽의 이동전화서비스업체들이 공룡 노키아를 견제할 수 있는 모델을 최근 급성장한 한국 등 아시아에서 조달하길 원하고 있다. 이 같은 조류에 힘입어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맥슨텔레콤 등이 사업자시장에 이미 진출했으며 최근에는 팬택계열도 독자브랜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벨웨이브이나 기가텔레콤과 같은 연구개발(R&D)체도 사업자와 제휴를 추진중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럽은 한국과 달리 휴대폰 메이커가 서비스 업체보다 파워가 막강한 제조업체 주도의 시장이다”며 “서비스업체들이 발빠른 서비스 도입을 위해 ‘입맛’대로 제품을 개발해주는 한국 업체를 유럽 업체보다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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