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은 유럽과 아시아의 통신업체 투자자들에게 매우 힘든 시기가 될 것이다.” 올해 세계 IT경기가 되살아나는 가운데 유럽, 아시아 통신업체들의 주가는 각국 정부의 주식 투매로 약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라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J)이 최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 각국 정부가 지난 수년간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국영통신업체 지분중 200억유로(250억달러)어치를 연말까지 매각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우선 프랑스 정부가 프랑스텔레콤 주식의 11%, 최소 60억유로어치를 처분할 계획이다. 또 독일 정부가 비슷한 액수의 도이치텔레콤 지분 10%를 매각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며 대만과 호주, 이스라엘 정부도 각각 소유한 국영 이통업체의 주식을 처분할 방침이다. 이처럼 정부주도로 주요 이통업체의 주식 매물이 대규모로 쏟아질 경우, 주가하락은 필연적이며 증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AWJ는 분석했다. 이는 최근 주요 이통업체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상태가 크게 개선되고 중국계 대형 이통업체의 대규모 기업공개가 추진되는 등 2004년 한해는 세계 이통업계의 주가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과 상반되는 것이다. 투자은행인 UBS워버그에 따르면 현재 유럽과 아시아 두 지역 정부들은 국가통신망 장악과 재테크 차원에서 각각 1150억달러, 1800억달러 어치에 달하는 대규모의 통신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통신산업이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각국 정부는 한 때 보물처럼 여기던 국영통신업체 지분을 싼 값에 팔아치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도이치텔레콤의 경우, 지난해 큰 폭의 흑자를 거뒀지만 주가는 지난 1996년 독일 정부가 처음 공개했던 상장가 이하로 거래되는 실정이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국영통신업체의 정부지분 비율을 50% 이하로 낮출 수 있는 통신법안을 통과시키고 프랑스텔레콤의 지분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호주 정부도 국영 통신업체 텔스트라 지분의 절반 이상을 외국 투자가에 판매할 수 있는 법안을 올초 의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세계 통신업계가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을 올리겠지만 주가측면에서 볼 때 상승세보다는 정체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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