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신의 심장부는 여전히 도쿄 한 복판에 위치한 천황궁이다. 도쿄에는 우리나라 2호선에 해당하는 야마노테선이 있다. 귀에 익은 ‘신주쿠’ ‘긴자’ ‘시부야’ ‘롯폰기’ ‘우에노’ ‘하라주쿠’ 등이 야마노테선에 포진해있고 그 중심에는 천황궁이 우뚝 서 있다. 그리고 천황궁 가까운 곳에 일본 두뇌의 중심부인 노무라연구소가 위치해 있다. 일본 고도 성장기를 이른바 ‘기업 전사’들이 선두에서 이끌었다면 이를 뒷받침한 싱크탱크가 바로 노무라다. 3000명이 넘는 노무라의 컨설턴트들은 첨단기술 연구보다는 실제 비즈니스 모델에 총력을 기울인다. 그런 그들이 99년부터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 바로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다. 노무라의 유비쿼터스 전략은 곧 일본의 산업 전략이기도 하다.
취재팀의 관심을 끈 대목은 역시 유비쿼터스로 ‘어떻게’ 돈을 버는가하는 점이다. 멀게만 느끼지는 유비쿼터스 혁명이 이미 시작됐다면 최소한 몇 개의 비즈니스 모델(BM)은 이제 우리 눈 앞에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노무라측은 ‘콘텍트 마케팅’의 초기 사례로서 구(GOO)패스를 케이스 스터디 대상으로 내놓았다. 구패스 프로젝트는 자동개찰기 제조업체인 옴롬을 중심으로 티켓판매 및 콘텐츠업체인 피아, 사설전철업체인 도큐전철이 제휴를 통해 만들어낸 프로젝트다. ◇구패스의 비즈니스 모델=구패스 프로젝트에 가입한 이용자가 A역을 지나가면서 옴롬의 자동개찰기에 전철표를 집어넣는다. 이용자가 전철에 탔다는 정보는 네트워크를 통해 구패스 시스템에 들어간다. 그리고 이용자가 B역에서 나올때 이용자의 휴대폰을 통해 정보를 발송해준다. 예를 들어 B역 근처의 도시락집, 식당, 미용실 등이 있을 수 있다. 만약 이용자가 하차한 시간이 퇴근 시간이라면 주변 슈퍼의 물건 할인 정보가 발송된다. 콘텐츠업체인 피아는 전철 안에서 이용자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인 점성술, 연예점 등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해 고객 충성도를 높인다. 프로젝트 시행 결과 이용자가 전송된 광고 정보 중 20∼25%를 열어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냥 무차별적으로 휴대폰을 통해 광고를 보낼 경우 이용자가 읽어보는 확률인 3∼4%를 월등하게 뛰어넘는 수치다. 나카지마 상급컨설턴트는 “한 명이 하루에 4∼5건을 열어보는 것이 습관이 될 정도”라며 BM으로서 성공가능성을 지적했다. ◇성공을 위한 전제=이용자는 사전에 자신이 직접 구패스 서비스를 받겠다고 등록한다. 이는 사후 관리를 철저하게 해 줄 수 있는 기반 정보가 된다. 이 모델이 강점을 갖는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신뢰도가 높은 전철회사가 직접 이용자 모집을 맡는다는 것. 나카지마 상급컨설턴트는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BM은 초기에 제공자가 이용자에게 새 서비스를 침투시키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을 것”이라며 “전철회사같은 이용자와 가까운 곳에 있는 회사들을 거점으로 이용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구패스 모델의 시사점=취재팀은 곧바로 구패스 모델의 헛점을 찾아 들어갔다. “하루 4건 정도의 광고를 뿌려서 이같은 모델이 수익 사업이 될 수 있나”라는 근본적인 의문이었다. 나카지마 상급컨설턴트는 “유비쿼터스 모델이라고 해서 반드시 모델 자체에서 수익을 내겠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자른다. 그는 “이 모델의 핵심에는 옴론이란 자동개찰기제조업체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 자동개찰기 시장의 최대업체인 옴롬은 이 모델을 통해 직접적인 수익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서비스가 이용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을 경우 전철회사는 이를 지속하려고 할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옴롬은 자동개찰기의 교체 수요가 발생할 경우 유리한 입장에서 입찰에 나설 수 있는 카드를 손에 쥔 셈이다. 이미 경쟁사들이 옴롬의 이런 전략을 막기 위해 기를 쓰고 아이디어 찾기에 나섰다고 나카지마 컨설턴트는 덧붙인다. IT 자체가 돈이 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만들어 주는 도구이며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도 연장 선상이란 설명이다. 옴롬은 지난 4월 다른 사설전철업체인 오다큐와 이 비즈니스 모델의 상용화를 개시한 상태다. ◇코카콜라도 유비쿼터스 전략를 활용한다=옴롬과 유사 전략을 들고 나온 곳이 바로 코카콜라다. 코카콜라는 NTT도코모와 함께 휴대폰으로 콜라를 뽑아먹고 결제할 수 있는 ‘시모드(Cmode) 서비스’를 마련해 주요 젊은이의 거리에 자동판매기를 설치하고 있다. 올해말까지 2000군데 이상 설치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음료회사의 경우 이른바 목이 좋은 곳에 자사의 자동판매기를 가져다 놓는 것이 성패를 좌우한다. 막강한 코카콜라조차도 지역 상권과 밀착한 일본 음료회사의 도전이 만만치 않다. 코카콜라는 일본 젊은이들이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서비스를 시험해보기를 원한다는 점을 활용하기로 전략을 세운 셈이다. 정확하게는 편의점 등 자판기 설치 권한을 가진 업체들에게 이런 서비스를 가진 자판기가 일반 자판기보다 보다 많은 고객을 불러올 수 있다고 설득한 것. 아직 코카콜라의 전략이 대박을 쳤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시장에서 일정 정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나카지마 컨설턴트는 평가했다.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사실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는 마크와이저가 제시한 유비쿼터스 컴퓨팅과는 다소 상이하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주변의 모든 물체에 컴퓨터(칩)가 내장돼 네트워크로 연결된 환경에 주목하는 데 비해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는 사람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환경 자체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이에 따르면 이미 사람들은 PC, 휴대폰 등을 통해 네트워크에 연결돼있어 초기 비즈니스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노무라는 또한 PC, 휴대폰 등이 중심인 현재의 네트워크가 앞으로 게임기, PDA, 정보가전, 센서, 무선태그(RFID) 등으로 확대되고 고도화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현재 43억개 주소를 가진 IPv4를 IPv6로 바꿀 경우 부여할 수 있는 주소는 340간(간은 10의 36승)에 달해 사실상 모든 물체에 주소를 부여할 수 있다. 노무라 역시 최종단계에서는 마크와이저의 주장대로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가 오리라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모든 물체에 컴퓨팅이 내장되기까지는 여러가지 단계를 거쳐야하며 초기 단계가 바로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란 설명이다. 따라서 기존에 존재하고 발전 중인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야하고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본은 노무라의 전략을 받아들여 ‘e재팬전략Ⅱ’에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전략을 포함시켰다. 거함 일본이 노무라라는 조타수를 통해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라는 방향타를 잡았다. <특별기획팀>
<왜 유비쿼터스 네트워크인가> 노무라가 제시하는 유비쿼터스 전략은 철저한 수익 모델 창출이다. 그동안 유비쿼터스와 연관된 논의들이 테크놀로지 혁명에 집중되온 상황을 환기시키고 ‘돈버는 산업’으로서의 유비쿼터스를 제창한다. 그런 그들에게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당신들은 왜 지금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를 말하는가”다. 나카지마 히사오 그룹 매니져 겸 상급컨설턴트는 원론적인 답을 먼저 내놓는다. “2000년 3월까지 전자상거래 붐, 주식시장 활황, 뉴 이코노미(신경제론)로 (IT업계가) 들끓었다”며 말을 끊어 놓고 “그러나 다들 알듯 (결과는)IT는 버블처럼 붕괴했다”고 단언한다. “결국 투자가를 위한 IT였을 뿐이며 기대와 현실 간 괴리를 확인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제1차 네트워크시대가 개막됐다는 점은 확실하며 이제 새 시대로 나아가야하는데 바로 해답이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란 설명이다. 그렇다면 새 시대라는 유비쿼터스 네트워크의 전제조건은 무엇인가. 나카지마 상급컨설턴트는 “IT가 낳을 수 있는 효용가치를 재인식해야하며 또 IT가 이용자를 위한 테크놀로지로 거듭나야한다”며 “이미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시대는 개막됐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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