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로봇강국 일본의 소니는 ‘아이보(AIBO)’라는 애완견 로봇을 발표, 세계를 놀라게했다. 살아있는 듯한 앙증맞은 몸짓과 귀여운 목소리가 소비자들을 매료하며 로봇역사를 다시 썼다. 얼마후 혼다는 사람처럼 두다리로 걸어다니는 이족보행로봇 ‘아시모(ASIMO)’를 발표,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 시대를 열었다. 사람이나 강아지, 혹은 원숭이나 독수리 같은 생명체의 뛰어난 기능을 기계나 로봇에 접목하는 이른바 ‘생체기능 모방 지능형 에이전트(응용대상) 시스템’이 각광받고 있다. 특히 지능형 로봇기술의 급진전과 맞물려 차세대 핵심 IT 요소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잠자리나 벌새의 날갯짓을 응용해 제자리서 회전 가능한 초소형 비행체가 등장했으며, 무용수의 몸짓을 분석해 자연스런 춤을 구현하는 인간형 로봇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에선 고양이 다리근육에 전기적 충격을 주고 신호를 측정한 결과를 네발로봇에 응용, 실제 고양이와 같은 부드럽고 날렵한 걸음새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생체 기반의 감각 제어기술이 진화를 거듭하며 메카트로닉스산업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 향후 이런 기술은 인간형 로봇은 물론 첨단 자동차, 무인 정찰기, 무인 잠수정, 감시로봇, 지뢰제거 및 무인 탐사로봇 등 메카트로닉스 전반에 응용될 전망이다. 과기부 국가지정연구실(NRL)인 KIST의 생체모방시스템연구실. 이곳 연구원들은 현재 사람의 망막구조와 피부를 모방한 시각 및 접촉센서 개발을 통해 한차원 높은 ‘생체 모방지능형 에이전트 시스템’ 개발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정보의 80% 이상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눈 구조와 압력, 온도 등 여러 정보를 감지하는 사람의 피부 원리를 실생활속 메카트로닉스분야에 응용하기 위해서다. 이 연구실의 유범재 박사는 “보통 시각센서는 정해진 영역의 모든 영상신호를 고른 밀도로 얻는데 반해 사람의 눈은 응시하는 영역의 중심부는 고해상도지만 외곽은 해상도가 낮다”며 “이 원리를 이용할 경우 로봇이나 각종 시스템에 이용되는 시각센서의 데이터처리속도, 시간,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연구원들은 이같은 사람의 기능을 모방한 센서들의 감지기능에 학습기능과 행동제어기술을 연계, 자체 개발한 70cm 세살박이 아이 크기의 로봇인 ‘베이비봇(BabyBot)’에 이식할 예정이다. 마치 사람처럼 눈 하나로 사물이나 환경변화를 감지, 이에 맞춰 행동하는 사람 닮은 로봇을 내년안에 구현한다는 목표다. 전문가들은 “모든 생명체는 ‘적자생존’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름대로의 특기를 갖고 있다”며 “생체의 이런 장점이 하나하나 로봇에 응용되고 학습기능과 지적능력까지 갖춘다면 SF영화 속 초강력 로봇의 출현도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진단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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