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부터 사흘간 치러질 기상청 슈퍼컴퓨터 도입 설명회에는 당초 예상보다 많은 9개 업체가 참여해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기상청이 “정해진 예산 3500만달러(한화 450억여원)를 모두 투자하는 대신 최고 성능을 구현하는 업체를 선정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공급 업체 입장에서는 최저가 낙찰의 압박에서 벗어나 모처럼 각사의 기술 우위와 알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더욱이 향후 성능보강 및 유지보수까지 고려할 경우 총 사업 예산이 980억여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다국적 기업들은 본사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어 일대 결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슈퍼컴 시장에 등장한 새로운 주자들=이번 프로젝트에는 당초 예상과 달리 새로운 주자들이 대거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국산 클러스터 전문기업인 이파워게이트나 포스데이타 외에도 KISIT 클러스터 프로젝트에서 아이겟리눅스와 파트너십 관계를 맺고 국내에 처음 데뷔했던 미국 리눅스클러스터사가 참여했다. 리눅스클러스터는 이미 세계적으로 클러스터 전문 슈퍼컴퓨터 기업으로 현재 전세계 슈퍼컴퓨터 성능(톱500.org 기준) 3위에 자사의 시스템을 랭크시켰으며 11월 추가로 대형 사이트를 다시 랭킹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전문 기업이다. 애플컴퓨터코리아의 도전도 주목받고 있다. 애플컴퓨터코리아는 최근 미국 버지니아대학에 자사 ‘파워맥’이라는 데스크톱PC 1100대를 클러스터하며 슈퍼컴퓨터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파워PCG5’ 칩을 사용한 이 시스템은 세계 슈퍼 컴퓨터 성능 5위권에 들뿐 아니라 구축 기간도 3개월 정도 짧아 관련 업계를 놀라게 했다. ◇수백대 클러스터 가능한가=이론성능 최소 10테라플롭스를 구현하려면 단일 박스의 CPU 성능이 상대적으로 높은 벡터형 장비 조차도 복수의 서버를 클러스터링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업체들은 적정 규모의 기종 선택에 고민하고 있다. 32·64웨이급의 유닉스 및 아이테니엄 하이엔드 장비를 택할 경우 클러스터 규모가 수십여대에 달하는 반면 2·4웨이와 같은 로앤드 기종은 수백여대에 달해 서버 대수에서 큰 차이가 난다. 아이테니엄 서버로 승부할 것이 확실시되는 한국HP의 경우 이론적으로 64웨이 HP의 인테그리티 슈퍼돔 30대를 묶거나, 650여대(330개 랙) 2웨이 인테그리티 서버를 병렬처리해야 10테라플롭스를 구현할 수 있다. 업체들의 고민은 하이엔드를 채택하면 네트워크 속도 저하가 심각해지고, 로앤드를 채택하면 서버 대수가 급증하는 만큼 안정성과 관리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공개로 진행되는 이번 설명회에서 공급업체들은 경쟁사의 히든 카드를 읽기 위한 치열한 정보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 방식 도입 가능성도 높아=업계에서는 기상청의 핵심 5개 업무(애플리케이션)에 적합토록 시스템을 분리, 제안(하이브리드)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론적으로 아이테니엄이든 파워칩 모두 2·4웨이급 로앤드 모델을 대량 클러스터링하는 게 성능면에서는 효과적이지만 ‘전통적인’ 하이엔드 기종으로 승부해야하는 주장이 지배적일 경우 두가지 방식을 섞는 방법이 나올 수 있다는 것. 일단 벡터진영의 크레이와 NEC는 알려진 대로 각사의 최고 기종인 X1과 X6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NEC와 공조하는 삼성전자의 움직임을 들어 아이테니엄 서버 제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국IBM은 하이엔드 유닉스 기종으로 승부할 것이 유력해 보이며, 한국HP는 로앤드 및 하이엔드 아이테니엄 기종 선정을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이테니엄 진영의 한국실리콘그래픽스는 기존 밉스 칩 대신 아이테니엄 2칩을 장착하고 기존 오리진 아키텍처를 적용한 하이엔드 시스템 ‘알틱스3000’ 시리즈를 제안키로 했다. 한국실리콘그래픽스는 아이테니엄 클러스터로 비용을 벡터보다 절감시키고 ‘글로벌쉐어드메모리(현재 2048개의 CPU를 단일한 메모리가 공유)’라는 기술을 적용해 다른 클러스터 진영이 고민하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클러스터 전문업체인 이파워게이트는 로앤드 기종으로 승부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파워칩 기반의 서버와 로엔드 아이테니엄 서버 채택을 두고 서버 업체와 마지막 협상을 진행중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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