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C업계의 자금 및 인력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제품 상용화에 성공해 100억원대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업체들에는 자금과 인력이 대거 몰리면서 문전성시를 이루는 반면, 아직까지 연구개발(R&D) 단계에 머물러 있는 기업들은 추가 투자는커녕 핵심 인력 이탈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LCD 구동드라이버IC와 카메라폰 컨트롤러 칩 등을 국산화해 폭발적인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리디스테크놀로지, 엠텍비젼, 다윈텍 등 선두그룹은 국내외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대만의 투자 회사인 CDIB의 켄 왕 부사장은 “투자 매력이 있는 기업에 국내외 투자기업들의 관심이 높아 투자경쟁이 붙으면서 서로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지만 해당업체들이 더 이상 자금이 필요없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그러나 이들 기업 외에 하위 그룹에 뒤쳐진 기업은 투자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과 함께 이들 선두 기업에는 인력도 모여들고 있다. 다윈텍의 황금천 이사는 “지난해만 해도 설계 엔지니어 등 핵심 인력을 뽑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으나 최근에는 채용공고를 내지 않아도 하위 그룹의 핵심 엔지니어들이 이직 의사를 타진하는 등 상위 그룹으로 인력 이동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놓인 기업들은 투자자들의 관심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물론, 정부과제 확보도 어려워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ASIC설계사협회 관계자는 “형편이 어려워진 일부 회원사들이 전업을 하거나 회비를 납부하지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선두업체들이 대대적으로 설계인력과 백엔드, 품질관리(QC) 인력 등을 수급하려고 채용 공고를 내면서 인력 단속에 비상이 걸렸다. 한 ASIC업체 사장은 “투자 회사들이 단기간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프리코스닥 기업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어 투자 유치가 만만치 않다”며 “최근들어 선두 기업들이 좋은 조건에 인센티브까지 제시하며 인력 수급에 나서면서 핵심 연구자들이 이탈하고 있어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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