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희망이다.’ 전자신문이 창간 21주년을 맞아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국내 통신·반도체·컴퓨터·인터넷·가전·부품·소재 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1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침체가 거듭되고 있는 국내IT경기에 대한 전망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CEO들은 비록 지금은 힘겨운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국내 IT경기에도 조만간 봄바람이 불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이같은 전망은 특히 올들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는 포털 업체들과 무선통신업체 CEO들에서 강하게 나타났다. 경기 회복 걸림돌로는 이구동성으로 노사문제를 1순위로 꼽았다.기업 투자 위축의 주범으로 꼽히는 노사문제는 국내는 물론 외국기업의 투자까지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CEO들은 우려했다. 참여정부 정책에 대한 만족도는 그다지 높게 나타나지 않았다. 만족한다는 답변과 매우 만족한다는 답변이 각각 6%와 2%에 그쳐 전반적으로 ‘만족 수준’이 10%가 채 안됐다. 이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기업인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이 부재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으며 IT관련 부처간 고질적 영역싸움도 이유로 지적됐다. CEO들은 정부 IT 부처들이 정부 조직 개편을 염두에 둔 기세 싸움보다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조성과 벤처 및 중소기업에 대한 직접적 자금 지원 같은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기업에 대한 직접적 자금 지원 같은 것은 과거의 예에서 보듯 역효과만 초래한다는 입장 이여서 이 부분에 있어 정부와 업계 간에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해외 판매를 위한 공동인프라 구축도 거의 모든 CEO들이 요구한 대 정부 건의사항이었다. 지난 6월 30일 착공식을 한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예상외로 반응이 ‘뜨악’했다. 개성공단이 제조업 공동화에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는 대답이 10%도 채 안된 반면 남북한 간 ‘상징적 사건’에 그칠 것이라는 답변이 우세했다. 하지만 일부 CEO들은 개성공단이 중국보다 훨씬 가까우면서 땅 값도 저렴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답했다. 참여정부의 국정 화두로 부상한 소득 2만달러 실현 과제로는 ‘글로벌 스탠더드’ 정착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지목됐다. 참여정부는 향후 5년 간 2만달러 시대를 위한 토대를 마련한 후 10년 후에 비로소 2만달러 시대를 구현한다는 방침인데 37%의 CEO들이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글로벌 표준 도입과 함께 각종 규제 철폐가 이를 위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산업공동화라는 ‘불청객’을 추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책으로는 제품 개발, 부품 국산화, 해외 시장 개척 등 여러 방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적절한 협력을 CEO들은 주문했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이공계 전공자의 공직 진출 확대에 대해서는 “21세기 지식 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며 대부분 긍정적 답변을 했다. 참여정부가 큰 공을 들이고 있는 10대 신성장 동력은 CEO들에도 가장 큰 이슈였다. 38%의 CEO들이 IT업계 최대 이슈로 이를 지목한 데 이어 각각 16%는 통신·방송 융합과 통신산업 구조조정을 들었다. 10대 신성장 동력은 계획대로 실행만 되면 140만여명의 고용 창출과 1000억달러 이상의 수출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CEO들은 정부 부처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훈수’했다. 10년후 우리를 위협할 최대경쟁국으로는 중국이 압도적(84%)로 많았다. 수개월 전만 해도 ‘세계의 공장’이라던 중국이 이제는 ‘세계의 연구소’로 다가서고 있음을 실감한 것이다. CEO들은 특히 한국이 비록 현재 일부 IT 분야에서는 중국을 앞서고 있지만 고급인력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일부마저 중국에 추월당하기는 시간문제라고 우려했다. 10대 신성장 동력이 김대중 정부의 6T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일부 있었지만 대다수 CEO들은 빠른 세계 경제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가 하루 빨리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결정된 정책을 조속히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 100대 CEO들의 초상
100대 CEO들은 ‘국내서 가장 영향력 있는 IT인물’로 진대제 정통부 장관을 가장 많이 꼽았다. 복수로 응답한 이 항목에서 진 장관은 압도적 차이로 다른 사람들을 따돌렸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구자홍 LG전자 회장이 그 뒤를 이었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는 잭 웰치 전 GE회장이 1위를 차지했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도 상당수 나왔다. 정문술 전 미래산업 사장, 안철수 안연구소 사장, 박태준 전 포철 회장, 윤윤수 휠라코리아 사장 같은 이들도 거론됐다.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을 비롯해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마이클 델 델컴퓨터 회장 등이 지목됐다. 최근에 읽은 책으로는 경영관련 도서가 압도적이었다. 주요 목록으로는 루이 거스너 전 IBM 회장이 저술한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를 비롯,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원칙 중심의 리더십’ ‘로열티 경영의 원칙’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끝없는 도전과 용기’ 같은 경영서적들 많았다. 또 ‘차이나 임팩트’ ‘중국을 보는 눈’ 같은 중국 관련 서적과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마음의 평화 얼굴에는 미소’ 같은 마인드컨트롤류 같은 서적도 즐겨 읽는 책으로 꼽혔다. 업무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높았다.만족과 매우 만족한다는 답변이 각각 50%와 26%에 달했는데 보통(21%)을 합할 경우 90% 이상이 대체적으로 CEO직에 만족해 했다. CEO가 갖추어야 할 가장 큰 덕목으로는 리더십(결단,추진력)이 53%로 가장 많았으며 통찰력(33%)이 뒤를 이었다. 이어 전문성(7%), 포용력(6%),인간관계(1%)의 순으로 나타났다. ‘당신 회사의 최대 관심사’는 신제품 개발(38%)이 가장 많았으며 사업확장(26%)과 해외시장 개척(25%)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주5일제(4%)와 사원복지(2%)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골프는 거의 모든 CEO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필수 운동’이였다. 골프 외에 조깅, 등산, 산책, 운동, 국선도, 명상, 숙면, 사우나 등이 뒤를 이었다. CEO에 오른 나이는 40대가 37%로 가장 많았고 50대(29%)와 30대(26%)가 뒤를 이었다. 20대도 2명이나 됐다. IT업계에 근무한 연수는 10∼20년이 최다(34명)였으며 10년 미만(33명)과 20∼30년(23명)이 뒤를 이었으며 30년이상인 CEO도 4명이나 됐다. 한편 CEO들은 창간 21주년을 맞이한 전자신문에 대해 신기술 정보와 뉴트렌드 대한 심층 분석 기사를 가장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다 빠르고 새로운 해외정보, 정치·문화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기보다는 하나의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 전문뉴스,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 표현, IT저변 확대 기여 등을 주문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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