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의 산업과 경제는 다른 지역보다는 비교적 자립화가 정착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여러가지 일을 추진하다 보면 서울로 직접 가지 않으면 안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산관학 공동프로젝트에 다수 관여하고 있는 최형도(가명 46세)교수는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씩은 서울과 부산을 오가야 한다. 부산은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인 배경으로 인해 서울과는 독립된 문화와 산업을 형성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일을 하다보면 진정한 자립형 분권화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최교수는 말했다. ‘서울·수도권 이외지역은 모두 베드타운(?)’. 좀 과장된 표현이지만 현재의 국토면적 대비 기업밀집도를 생각하면 부정할 수 만도 없는 상황이다.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100대기업 본사의 95%, 500대 기업본사의 80%,국세 및 지방세의 79.9% 집중돼 있다. 중추기능에 있어서는 국가공공기관의 경우 정부부처의 100%, 공기업 본사(정부출연기관, 정부보조 위탁기관 등을 포함함)의 83.2%가 수도권에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우리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효율적인 구조로 계속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과도한 개발과 교통난으로 몸살을 않으면서 사적비용이 증가해 국가경쟁력을 갉아 먹고 있다는 점이다. 참여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국정과제로 꼽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국민소득 2만불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경제구조를 타파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지방분권화는 초기 비용이 적지 않게 소요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방의 자립형 분권화는 많은 긍정적인 발전과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이외 지역의 입장에서는 중앙집중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해소 만으로도 보다 발전적인 에너지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노무현대통령이 “내 목표는 대통령 재임 5년동안 내리막으로만 치닫고 있는 지방의 경제력과 문화를 오르막으로 바꾸어 놓은 전환점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강조한 것도 ‘경제와 산업의 집중화’ 이상으로 ‘지역공동체 구성원의 박탈감’이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지금까지 지방은 서울과 수도권을 향해 떠나는 곳, 그로인해 공동화되고 황폐화된 곳으로만 인식돼 왔다”며 “지식기반시대의 도래로 경제활동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면서 지역의 잠재역량을 극대화해야만 지속적 국가발전이 가능한 새로운 환경을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 지역간 불균형의 문제는 정보화, 네트워크화로 풀어나가야 한다는데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다. 지역정보화가 중요한 이유는 지역경제활성화에 중요한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지역의 확실한 경제기반이 없이는 지역의 자립형 분권화는 존재할 수 없다. 현재 IT는 산업분야에서 중요한 전략적 자원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치열한 산업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안에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특별법의 취지는 역시 균형없는 집권집중발전모델을 성장과 균형이 병행하는 새로운 분권·분산 발전모델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소득 2만달러시대 진입에는 많은 장벽과 과제가 있다. 국가균형발전은 소득 2만달러시대 개막을 위한, 선진국 반열 진입을 위한 기반공사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지역별 특색있는 산업과 문화의 정착은 곧 전국이 개성있게 골고루 잘사는 사회의 실현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의 가장 원초적인 동력은 역시 돈이다. 노무현대통령이 최근 한 모임에서 한 말은 이같은 문제의 핵심을 꿰뚫고 있다. “지금 지방세에는 전체 국가 세수의 20%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실제로 중앙정부가 받은 국세의 상당부분이 지방에서 쓰여집니다. 실제 국가 전체 재정 중에서 결과적으로 쓰고 있는 돈은 지방이 55%, 중앙정부가 45%로 문제는 중앙정부가 지방에 돈을 줄 때 어디에 쓰라고 꼬리표를 붙여 준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는 그 돈을 효율적으로 지방의 상황에 맞게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균형발전의 시작은 지방의 자주권 확보에 있습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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