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무기기를 찾는 해외 기업들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3년전 자가 브랜드 수출 정책으로 전환하며 세계 프린터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델사로부터 프린터 공급을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얼마전 신도리코가 일 리코사에 자체개발한 제품을 전량 공급하기로 한데 이어 두번째다. 삼성전자측은 “델로부터 프린터 공급 요청을 받았으며 현재 이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거래 초기이기 때문에 많은 물량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HP와 전쟁을 선언하며 프린터 시장 진출을 선언한 델은 그동안 미국 렉스마크사를 통해 잉크젯 및 레이저 프린터를 공급받아 왔지만 공급선 다변화와 제품 라인업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에 프린터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가 브랜드 수출을 추구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델 이름으로 프린터를 개발, 생산해 줄 지 현재로서는 미지수이지만 이번 제안은 삼성전자가 세계 프린터 시장에서 격상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프린터 시장의 후발 주자로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인 델이 삼성전자에 공급을 요청했다는 것은 삼성 프린터가 그만큼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강점을 가졌다는 걸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게 대부분의 분석이다. 이에앞서 지난 8월에는 신도리코가 일본 리코사의 차세대 주력 기종인 디지털 복합기를 전량 개발, 생산하기 시작했다. 신도리코 관계자는 “올 초까지만 해도 일본 리코사는 국내 기술로 디지털 복합기를 개발하는데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완성품을 본 후에는 대단히 만족스러워 했다”고 전하며 “세계 시장에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제품이 선보인데 대해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본 리코사는 지난 30년간 신도리코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복사기 등을 공급 받아왔지만 주력 제품을 전량 신도리코에서 생산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신도리코 관계자는 “그동안 리코는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산지 다변화 정책을 고수했지만 이번 수출품은 전량 신도리코에서 담당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디지웍스(사진)’란 브랜드로 판매되는 이 디지털 복합기는 일본 리코사를 통해 전 세계에 ‘아피시오’란 이름을 바꿔달고 판매된다. 세계 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큰 20∼30매급의 출력 속도를 가진 제품이어서 리코사의 차세대 주력 기종으로 손꼽히고 있다. 해외 유명 사무기업체들이 단순 위탁 생산이 아닌 개발 단계부터 최종 생산까지 국내 업체들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은 국내 사무기업체들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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