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에서 현장 영업직원에 이르기까지 실적을 가장 중시하는 모습으로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5만명 가까운 직원들이 똘똘 뭉쳐 기업의 이익을 위해 단결력을 보이는 것은 예전보다 훨씬 나아진 점이지만 늘 실적과 경영효율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피곤한 것도 사실이다.”(KT 내부직원) “현장영업을 뛰는 모습을 보면 여타 민간 통신사업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공격적이다. 공기업 시절 느끼지 못했던 KT의 조직력이 새삼 눈에 띈다. 예나 지금이나 KT는 역시 통신시장의 철옹성이다.”(통신업계 관계자) 민영 KT호가 출범한 지 첫돌을 맞았다. 지난해 8월 20일 임시주총을 통해 민영법인 설립과 이용경 사장 선임을 결의한 지 꼭 1년째다. 따라서 지난 1년간은 또한 ‘전화국-한국통신-KT’로 이어진 우리나라 통신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KT 민영화 1년을 맞아 지금까지의 공과와 현주소 그리고 미래를 조망해본다. ◇무엇이 달라졌나=민영 KT는 농어촌 벽지의 전화국 일선직원에서 사장 등 최고경영진에 이르기까지 한마디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완전 개조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홍보실 신병곤 상무는 “지난 1년간은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이 모든 변화는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해야 할 경쟁력 있는 민간기업으로서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두드러지게 달라진 모습은 고객중심의 경영철학과 투명한 기업지배구조, 사회공헌과 투명성에 역점을 둔 기업문화 그리고 기업의 본질인 실적위주의 경영목표다. 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바뀌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찾아 보기 드문 지배구조를 갖추었다. KT는 특히 전문경영인 체제외에도 사외이사 위주의 이사회가 막강한 경영감시권한을 갖고 있는 구조로, 사장선임을 비롯한 모든 경영현안을 이사회가 직접 챙긴다. 덕분에 KT는 국내외 유수 평가기관으로부터 국내 최고의 우수지배구조 기업으로 여러차례 선정되기도 했다. 품질경영실·사회공헌팀 등을 신설하고 올 들어 경영혁신 프로그램인 ‘6시그마’를 전사적으로 추진하는 등 서비스와 투명성, 업무효율성을 강조하는 것도 전에 없던 변화다. 이용경 사장은 올초 6시그마 경영선언 당시 “지금까지 KT의 전통적인 역사를 마감하고, 앞으로 100년을 준비해야 한다”며 내부의 변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모든 직원들에게 압박감을 주고 있는 것은 ‘실적’을 챙겨야 한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단순히 전화개통 업무만 해도 하루를 다 보냈던 현장 직원들은 네스팟·비즈메카·스마트카드 등 KT의 신규 서비스 판매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실적을 강조하는 분위기탓에 여러가지 부작용도 겪었다. 한때 현장 직원들에 대한 영업할당과 강제판매로 물의를 빚기도 했고 이로 인해 지난 5월부터는 영업전략을 전면 수정하기도 했다. 또한 외부의 협력사들도 어려워지기는 마찬가지다. KT가 워낙 비용효율과 투명성을 내세우는 바람에 최저가입찰은 물론이고, 예전처럼 KT 발주공사를 따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KT 협력사 관계자는 “KT가 민영화한 뒤부터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경영효율을 강조하는 만큼 마진은 더욱 박해졌고, 거래선도 KT의 전략적인 협력사들 위주로 재정비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고민과 미래의 활로=민영 KT의 여러가지 경영혁신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역시 미래의 ‘먹거리’ 발굴이다. 지난해 11조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KT는 비록 회계방식의 변경(총액기준에서 순액기준으로)을 감안하더라도 사상 처음 제자리 걸음에 그칠 전망이다. 주력인 유선전화 시장은 내리막길을 걷는 가운데 네스팟·비즈메카·스마트카드 등 신규 수종사업들이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윤종록 마케팅기획본부장은 “여러가지 신규사업들을 추진중이지만 1000억원 이상 단위의 굵직한 사업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 어려움”이라며 “향후 몇년간은 각종 신규사업들의 시장조성에 주력하는 가운데 기존 시장영역을 수성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앞으로 민영 KT호의 운명을 가늠할 잣대는 결국 지속성장과 수익성을 담보할 신규 사업을 얼마나 빨리 안정화시키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날로 거세지는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비대칭규제 속에서 정책적 배려를 기대하기 힘든 탓이다. 결국 휴대인터넷·무선랜 등 유무선통합사업과 차세대통합네트워크(NGcN), 비즈메카·스마트카드·동영상·홈네트워킹 등 고부가가치사업이 KT의 비전인 ‘밸류네트워킹 컴퍼니’의 성패를 좌우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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