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4월 한국전력공사의 발전사업부문이 6개 발전회사로 분리되면서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민영화’라는 일대 변혁에 놓이게 됐다. 민영화의 촉발로 지난 40여년간 독점체제를 유지해온 전력산업에 ‘경쟁과 효율’이라는 새로운 숙제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전력산업 IT화’가 최대 현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편집자
전기는 일반상품과 달리 저장이 불가능하고 매순간 생산과 소비가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전력산업에 자유시장체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무리라는게 지금까지의 일반적 정설이었다. 또 전력산업에는 수십조원대의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은 지난한 작업으로 여겨져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2000년 12월 전력산업 구조개편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하면서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된 것이다. 한전 1사가 반세기 가까이 발전·송전·배전·판매 등 전력산업 전 부분을 독점해왔던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에 경쟁체제가 도입될 수 있던 근본적인 배경은 뭘까. 이에 대한 해답은 90년대 들어 발전을 거듭해온 정보통신기술, 즉 ‘IT’에서 찾아야 한다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우리 사회의 자유화, 다원화의 물결과 함께 IT의 발달이라는 기술적 지원이 뒷받침됨에 따라 독점체제 유지를 위한 갖은 논리와 명분은 설 땅을 잃게 됐다는 얘기다. 일방적 전력공급과 수동적 수요관계를 경쟁적 시장기능에 맞추기 위해서는 △수요대응시스템 △주문형 다품질 전력공급 △공급자 자율선택 및 즉시 정산 등과 같은 다양한 전력부가서비스의 제공을 전제로 한다. 이같은 서비스에는 모두 △지능형 원격검침 △실시간 거래 △양방향 통신과 같은 첨단 IT환경이 요구된다. 전력IT화의 대표적 모델로 꼽히는 송전망 중앙감시 시스템(SCADA:Supervisory Control and Data Acquisition)을 비롯해 △급전자동화시스템(EMS:Energy Management System) △배전자동화시스템(ADS:Automatic Distribution System) 등은 모두 IT가 전력산업과 융합된 결과라 할 수 있다. IT시스템의 이같은 뒷받침이 없다면 발전은 물론 송·배전 및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력계통의 완전 민영화는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미국 전력중앙연구소(EPRI)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비효율적인 아날로그 전력시스템으로 인한 미국 내 경제적 손실은 연간 1190억∼1880억달러에 달한다. IT선진국을 자부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전력부문은 여전히 IT화의 골깊은 사각지대로 여겨지는게 현실이다. 전력연구원의 안정식 전력계통연구실장은 “전력산업은 자동차, 기계, 조선 등 타 전통산업의 IT화와 달리 기술접목형 개발이 극히 미진한 부문”이라며 “전력산업의 경우 가스, 수도, 통신 등 소위 네트워크(망)를 기반으로 하는 ‘공익적 유틸리티산업’으로의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범국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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