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비트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시장을 놓고 반도체업체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8비트 MCU는 당초 16비트·32비트 등 고성능 MCU에 밀려 점차 사양화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휴대형 정보기기, 지능형 자동차 등 MCU가 내장(embeded)되는 IT·전자 제품이 늘어나면서 연간 10% 가량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세미코리서치는 올해 8비트 MCU 시장이 9.5% 가량 성장해 4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으며 내년에는 48억달러(10.1% 성장)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트너데이터퀘스트도 지난해 이 시장이 5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최근 집계한 바 있다. 이처럼 8비트 MCU 시장이 21세기 들어서도 노익장을 과시하자 그동안 고성능 제품 위주의 전략을 펼쳐온 모토로라는 저가 제품을 내놓고 시장 1위 고수에 나섰으며 마이크로칩·ST마이크로·삼성전자 등 후발 업체들은 가격인하로 맞대응하고 있다. ◇모토로라-마이크로칩, 1위 신경전=MCU 시장의 선두자리를 놓고 모토로라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마이크로칩테크놀러지코리아는 가트너데이터퀘스트의 최근 분석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8비트 MCU 시장에서 출하량 1위를 달성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국내에서도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해 전년대비 판매량이 30% 늘었으며 출하량 기준으로 16.3%를 점유, 시장 1위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프로그래머블 제품(플래시), 1회성 제품(OTP), ROM(Read-Only Memory) 제품 등에서 180여종의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는 기술력이 배경이 됐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에 모토로라코리아는 “시장 1위는 단연 모토로라”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모토로라는 단순한 출하량이 아니라 제품의 매출을 기반으로 시장순위가 매겨져야 한다며 8비트뿐만 아니라 16비트·32비트에 이르기까지 전체 시장에서 모토로라가 1위를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저가형 ‘나이트론’ 시리즈와 고가형 ‘HCS08’을 양대 축으로 자동차 및 전자제품, 산업용 기기에 이르기까지 풀 라인업을 갖추고 있음을 강조했다. ◇심화되는 가격인하 경쟁=이처럼 8비트 MCU 시장경쟁이 격화되면서 단가인하 경쟁도 잇따르고 있다. 국내외 백색가전용 8비트 MCU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NEC·히타치·도시바 등은 고객별 맞춤형 기능을 부가한 매스킹 웨이퍼를 공급함으로써 사실상 단가경쟁을 부추기고 있고 새롭게 8비트 MCU 시장으로 떠오른 충전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T마이크로는 마진률을 대폭 낮춰 원가에 공급하는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월 300만∼400만대에 달하는 휴대폰 충전기용 MCU를 자사 무선사업부에 공급하면서 외국 업체들의 공급가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8비트 MCU의 공급가가 2년 전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는 조만간 손을 들고 나가는 업체들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에 MCU를 공급하는 한 외국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8비트 MCU 시장의 성장세는 높아 외형은 커질지 몰라도 이를 겨냥한 업체간 과당경쟁에 수익성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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