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 만들어져 최초의 컴퓨터라고 불리는 에니악(ENIAC)은 1만8800개의 진공관으로 이뤄진 30톤의 거대한 시스템이었다. 게다가 군사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졌기에 당시에는 요즘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컴퓨터가 개발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날 현대인에게 필수품이 되어 버린 개인용 컴퓨터(PC)는 말 그대로 개인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컴퓨터다. PC의 발달과 함께 요즘은 ‘퍼스널로봇’이란 용어가 자주 쓰인다. 개인마다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요즘 시대처럼, 곧 다가올 미래에는 개인마다 로봇을 하나씩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에서 나온 말이다.
대표적인 지능형 로봇 : 퍼스널로봇 1990년대 초까지는 ‘로봇’을 말할 경우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사람의 팔을 닮은 제조업용 로봇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어릴 적부터 공상과학만화나 영화를 통해서 접해보고 상상했던 로봇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든 지금, 다양한 지능형 로봇이 선을 보이고 있다. 정보통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사회의 구현을 위해 사람과 함께 동일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사람에게 즐거움과 유익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로봇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때문이다. 퍼스널로봇은 결국 지능을 가지는 인간 공존형 대인지원 로봇이다. 우리와 함께 집에서 생활하는 로봇으로, 산업용 로봇처럼 주어진 장소에서 주어진 일을 단순반복적으로 작업하기보다는 우리 생활에 편리를 제공하기 위한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능력이 더 중요한 개념이 됐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동이 자유로워야 하고, 주변 환경뿐만 아니라 사람도 인식할 줄 알아야 하고, 통신 및 대화가 가능한 인간친화적인 지능형 로봇이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인간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는 보행로봇의 개발과 인식 및 인지시스템, 자율제어기술과 관련된 ‘연산지능’이 매우 중요해졌다.
◇국내외 퍼스널로봇과 시장 가능성 퍼스널로봇은 국내에서는 아직 선진국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는 않으나, 21세기 산업과 생활 패턴의 변화로 신규 유망산업분야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퍼스널로봇은 시장도 크고 기술적으로도 이제는 접근이 가능한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2020년께 그 시장규모가 4000억달러 정도이고, 자동차산업의 규모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로봇산업을 이끌 인력과 기술력은 어느 정도 보유한 상태다. 세계 수준의 전자정보통신기술과 메카트로닉스 기술을 로봇과 접목해 집중적인 연구와 투자를 한다면, 이른 시일 안에 선진국 수준의 제품이 개발되어 이 시장을 주도적으로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중소기업에서는 가정용, 엔터테인먼트용 퍼스널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유진로보틱스에서 개발한 페가수스는 국내 최초의 가정교사로봇이고, 조이메카의 조이로봇은 집청소·화재신고 등 다양한 기능을 갖췄으며, 토마(로보티즈 제작)와 아로(보스텍 제작)는 대표적인 완구용 지능로봇이며, 최근 개발된 토보(이지로보틱스 제작)는 통신망과 연결된 IT 기반의 로봇이다. 또한 대기업인 LG전자에서도 최근 가정용 로봇인 청소로봇 로보킹을 상품화했고, 삼성전자는 가정용 로봇인 아이코마를 개발·발표했다. 이런 대기업의 퍼스널로봇시장 참여는 로봇 상용화 및 보급화에 박차를 가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이제 막 상용화가 시작된 가사용 로봇 외에 장애인이나 노약자를 도와주는 생활 도우미 로봇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4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국제재활로봇학술회의를 통해 국내외에서 개발되고 있는 장애인 지원 재활로봇이 선보여 사회적 주목과 함께 그 실용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영국 및 일본의 집 지키는 경비용 로봇의 등장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미 일본 후지쯔연구소에서는 집 밖에서 휴대폰을 이용해 원격조정할 수 있는 ‘집지킴이 로봇’을 개발했고, 영국의 로보사이언스에서 개발한 로보도그는 인터넷에 연결되어 주인이 부재중일 때 외부에서 집 주변을 감시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보안경비회사들의 투자와 개발을 통해 보안로봇이 등장, 개 대신 로봇개가 집과 건물을 지키는 날이 조만간 올 것이다. 이러한 지능형 로봇이 가정용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지난 20년 동안 PC가 보급되는 과정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최근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일본의 개인용 애완로봇은 비교적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그 귀여운 행동에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예견하건대 미래에는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출현할 것이고, 그 시장은 가정용 로봇, ‘지능형 이동 PC’와 엔터테인먼트 및 사람의 동반자로서의 로봇을 통해 열릴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이용 가능한 유비봇(UbiBot) 퍼스널로봇의 상용화에 따라 로봇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도록 하기 위한 주거환경도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독립된 하나의 로봇으로 자체 지능을 높여 어떤 가정에서 생활하더라도 그 가족의 사랑을 받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연구노력과 함께 결국 이 로봇이 거주할 주거환경을 지능화함으로써 로봇은 우리생활에 더욱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로봇은 주거환경내의 컴퓨터와 각종 디지털 가전기기, 환경 센서 등 단위 요소기기들과 인간 사이의 정보전달 및 상호작용을 더욱 극대화해줄 것이다. 이를 위해 집안 전체가 웹으로 연결된 지능형 디지털 주거환경이 디지털 사회의 주택에 필수적이 될 것이다. 인터넷의 발전과 더불어 유무선 통신 인터페이스의 발전은 가상 인터넷 공간 및 현실세계에서의 사람과 사람 또는 컴퓨터와 컴퓨터 사이의 정보전달뿐만 아니라, 컴퓨터와 사람 사이의 양방향 정보전달과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지능형 디지털 주거공간의 컴퓨터 및 디지털 기기와 연동되어 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한 유비쿼터스로봇(UbiBot), 이른바 ‘유비봇’은 디지털 사회를 이끌 주요 신산업 동력이 될 것이다. 유비봇은 스마트센서, 지능형 정보입출력장치 등을 지니고 다양한 컴퓨터 및 디지털 기기와 스마트 환경센서 등을 제어할 수 있고, 정보를 전달하는 통신능력을 지닌다. 결국 유비봇이란 가정이나 사무실의 디지털 환경이 분산 네트워크와 다양한 유무선 통신수단에 의하여 통합되는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와 더 나아가 여기에 지능을 부여하여 효율을 극대화하는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을 갖춘 디지털 생활환경을 총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훌륭한 인터넷 기반을 확보한 우리나라는 절대적으로 웹 기반 퍼스널로봇의 개발과 상용화가 우세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화된 디지털 환경은 유비봇의 출현을 앞당길 것이다.
◇유비봇 이후의 미래 로봇 로봇은 결국 이동형 컴퓨터다. 따라서 컴퓨터의 관점에서 로봇의 진화과정을 예측해보면, ‘40년대 최초 컴퓨터인 에니악 이후 80년대 PC가 개발되었고, 이어 90년대 휴대형 컴퓨터(휴대폰), 이어 21세기 초에는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이동 컴퓨터(유비봇)가 우리 생활의 일부를 차지할 것이다. 그 후에는 사람의 몸속에서 또는 부착되어 이동 가능한 생체 내장형 컴퓨터, 즉 엠봇(EmBot:Embeded Robot)이란 과정을 거쳐 크게 두가지로 진화할 것이다. 먼저 터미네이터와 같은 연산지능 기반 인간형 컴퓨터인 휴머노이드(humanoid robot), 그리고 사이보그와 같은 생체지능 기반 생체 컴퓨터인 ‘바이오봇(BioBot:Bio-Robot)’의 출현이 예상된다.
◇미래 사회를 위한 로봇 문화 로봇의 보급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 열쇠다. 가정용 로봇은 여성의 사회진출에 따른 ‘여성의 가사역할 공백’이란 틈을 메워줄 것이고, 노령화 사회로의 진입에 따른 실버산업을 지원하는 노약자 지원 로봇도 등장할 것이다. 물론 장애인 생활지원 로봇과 같은 생활 도우미 로봇도 등장하리라 본다. 로봇은 훗날 어린이들 사이에서 ‘몇대를 보유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면서 자랑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시각을 돌려보면 전쟁조차도 로봇 병사에 의하여 치러지리라는 예상까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로봇 개발의 기본 전제가 어디까지나 삶의 질 향상에 있고, 복지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 때 ‘국민PC’ 정책이 나왔던 것처럼 우리는 ‘국민 로봇’ 정책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에 앞서 우리 사회에서 로봇을 이해하고 사랑하여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게 하기 위한 로봇 문화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종환 KAIST 교수 johkim@vivaldi.kaist.ac.kr>
<약력> △1957년생 △서울대학교 및 동대학원 학사, 석사, 박사(전자공학) △1995년 다개체 로봇시스템을 응용한 로봇축구대회 창안 △1997년 세계로봇축구연맹(FIRA) 창설 △2001년 IEEE 국제진화연산학회 대회장 △현재 세계로봇축구연맹 회장, 대한로봇축구협회장, KAIST 마이크로로봇 설계교육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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