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플래시메모리시장이 반도체시장의 새 격전지가 되고 있다. 3세대 휴대폰, 휴대형 저장장치, 디지털카메라 등 새로운 응용분야가 등장하면서 선두업체 순위가 하루아침에 바뀌는가 하면 시장성장세를 보고 앞다퉈 생산능력을 증대했던 것이 되레 가격속락에 발목이 잡혔다. 여기에 신규 후발주자까지 속속 진입하고 있어 말그대로 선후발업체간 생사를 건 무한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외형적으로는 ‘낸드형 대약진, 노어형 수익성 극도 악화’라는 이분법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과당경쟁으로 인한 가격하락과 신규 업체들의 진입으로 극도의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이같은 환경변화는 머지 않아 플래시메모리시장에서도 D램시장처럼 구조개편의 바람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환경변화에 따른 업계 순위변화=최근 플래시메모리 시장의 최고 화두는 삼성전자의 대약진과 AMD의 쇠락이다. 만년 후위권에 머물렀던 삼성전자가 휴대형 저장장치에 탑재되는 낸드(NAND:데이터저장)형 시장의 폭발적 성장세로 지난해 8위에서 2위로 오른 것. 매출도 4배 가까이 성장했다. 물론 낸드형 기술업체인 도시바 역시 50%의 성장으로 업계 5위에서 3위로 올랐다. 반면 인텔에 이어 노어(NOR:코드저장)형 시장의 2위를 달렸던 AMD는 지난해 30%가 넘는 역성장세로 업계 4위로 떨어졌고 만년 우군이었던 후지쯔 역시 3위에서 5위로 떨어졌다. 이같은 변화는 기존 플래시메모리시장의 주 응용분야였던 휴대폰시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 않은 반면 USB 플래시 드라이버, 디지털카메라 등 새로운 응용분야가 낸드형 시장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과당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현재 플래시메모리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노어형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다. 업계 1위인 인텔을 비롯, AMD, 후지쯔, ST마이크로, 샤프, 미쓰비시, 히타치 등이 공히 겪고 있으며 ‘찍어내면 찍어낼수록 손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월에는 인텔이 손을 들고 주요 고객들과 가격인상 협상에 나섰으나 수요부진과 이라크전 등을 내세운 휴대폰업체의 반격에 손을 내리고 말았다. AMD·샤프 등도 당초 예상과는 달리 가격인상에 동조하지 않고 고객의 눈치만 보다 최근 2분기 고정거래가 협상에서 가격을 낮춰준 것으로 알려졌다. AMD와 후지쯔가 최근 통합회사(FASL)를 출범시킨 것도 이같은 위기감에 공동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낸드형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도시바가 시장 1위를 놓고 앞다퉈 생산능력을 증대하면서 가격인하를 부추기고 있다. ◇영역구분 없는 생존경쟁=그러나 무엇보다도 향후 시장개편을 점쳐볼 수 있는 대목은 인피니온·난야가 플래시메모리시장에 신규 진입하기로 한데다 고유 영역이 무너지고 있다. 하이닉스와 ST마이크로가 손을 잡고 낸드형 제품을 개발중인데다 삼성전자가 노어형 제품을 연산 6000만개로 늘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휴대폰 및 휴대형 저장장치가 점차 복합칩(MCP) 형태로 바뀜에 따라 단일 제품만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는다”면서 “노어형 제품군까지 갖춰 올해 2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증산경쟁은 결국 가격하락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 한 애널리스트는 “과당경쟁으로 인해 업체들의 체산성이 악화되고 플래시메모리시장이 2004년을 정점으로 시장이 역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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