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원.’ 공공분야 정보화 프로젝트 입찰에서 벌어지는 덤핑 입찰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1원은 장부나 명세서에서 가끔 확인할 수 있는, 더 이상 통용되지는 않는 금액이다. 하지만 최근 공공 시스템통합(SI)프로젝트에서 1원 입찰 행태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실제로 ‘1원 입찰’ 사례가 올들어서만 무려 세차례나 속출하면서 발주기관은 물론 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와 관련 단체들은 1원 입찰의 폐해로 지적되는 최저가낙찰제의 개선을 주장하는 등 저가입찰 관행에 대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동시에 주사업자 자격을 갖춘 SI업체들도 ‘무조건 따놓고 보자’는 식의 덤핑 입찰 관행에 대한 자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속출하는 ‘1원 입찰’=지난주 한국도로공사가 실시한 4억여원 규모의 ‘통행료 전자지불 카드 사업’ 입찰에서는 단돈 1원을 써낸 하이스마텍이 사업권을 따냈다. 역시 도로공사가 지난 2월에 내놓은 13억원 규모의 ‘스마트카드 기반 통행료 전자지불 시스템 구축 시범사업’에서도 1원을 제안한 씨엔씨엔터프라이즈 컨소시엄이 낙찰됐다. 연내 판교·성남·분당 등 3곳에서의 시범운영을 위한 이번 사업에서 씨엔씨엔터프라이즈 컨소시엄은 무상구축을 제안한 셈이다. 지난 2월 금융결제원이 발주한 2억원 규모의 ‘개방형 K캐시 플랫폼 소프트웨어 개발사업’에서도 1원에 응찰한 에스원이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심지어 지난해 말 KT의 스마트카드 발급시스템 구축사업에서는 10원을 써낸 업체가 탈락하고 1원에 입찰한 하이스마텍이 사업권을 차지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법·제도 개선=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도로공사의 시범사업이 두차례나 1원에 낙찰된 것은 발주처의 최저가입찰 관행이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도로공사 측에 해명과 대책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한 데 이어 조만간 사장 면담을 통해 재발방지를 촉구할 계획이다. 협회 김동억 부회장은 “지식기반의 용역사업일 경우 가격평가보다 기술평가에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국가계약법의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라며 “특히 최저가 입찰제의 대안으로 입찰 평균가 또는 하한가 제도 도입에 대한 업계의 의견을 수렴,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에 제도개선 건의서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재정경제부도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에서 최저가 낙찰제를 보완하는 장치로 저가심사제를 도입하는 등 국가계약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중이다. ◇업계 자정 움직임=대형 SI업체들도 입찰관행의 개선 주장과 함께 반 덤핑 경영을 잇따라 선언하는 등 자정노력을 벌이고 있다. 이번 도로공사 입찰에서 기술평가 1위를 차지한 삼성SDS는 가격입찰에 앞서 경쟁사의 ‘1원’ 입찰 움직임을 미리 파악했으나 같은 가격에 응찰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SDS 최현수 공공(BI)사업본부장은 “정부 차원에서 최저가입찰제를 개선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나 우리부터라도 덤핑 입찰을 자제하기로 했다”며 “여러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주사업자가 함부로 덤핑 입찰을 하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쌍용정보통신·포스데이타 등도 “올해 최우선 경영목표는 수익창출이기 때문에 절대 덤핑 수주는 안한다”는 방침이다. 포스데이타는 프로젝트서비스에이전트(PSA)시스템을 도입해 수주단계부터 손익 분석을 함으로써, 적자발생이 예상되는 프로젝트 입찰·수주를 방지할 계획이다. SKC&C 윤석경 사장은 “덤핑 입찰로 인해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발주기관 자신”이라며 “SI업계도 스스로 과당경쟁 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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