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시대, 우리나라가 그리는 성공모델은 지정학적 위치를 이용한 비즈니스 거점이다. 임진왜란, 러일전쟁, 중일전쟁 등 대부분의 전쟁도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위치와 연관지어 있다. 이른바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 구축도 바로 국제화시대에 지정학적 위치를 이용한 전략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일본 사이에 있다. 시장규모나 기술면에서 어느 것 하나 자랑할 만한 게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품을 만들 첨단 기술력도, 제품을 판매할 시장도 우리에게는 없다.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 구축은 바로 이러한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동북아 거점이란 기존 홍콩, 싱가포르처럼 생산자서비스 중심의 지역본부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생산기반과 제품개발 관련 연구기술기반 및 부품조달과 제품공급에 유리한 물류기반이라는 전략적 자산을 활용하는 생산중심형 지역거점까지를 포괄하는 의미다. 외국기업이 우리나라에서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통관, 부동산 매입, 유통 등의 부대서비스를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행정서비스 마련도 필수다. 현재로서는 요원한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중국과 일본에 비추어 볼 때 입지여건에서 유리하다. 우선 부산에서 광양에 이르는 다도해 해양벨트는 중국과 일본의 교차점에 위치하고 있다. 게다가 남태평양에서 중국의 중공업지대인 황해 연안, 러시아의 극동연안에 이르는 최단거리 항로는 우리 남해안을 거쳐가는 ‘코스’다. 대륙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큰 배를 입항시킬 수 있는 깊은 수심을 갖고 있다는 것도 유리하다. 이점이 우리의 최대 장점이다. 이런 지정학적 위치를 이용해 동북아 물류 유통 허브 축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서 동북아 물류중심지라 함은 동북아지역을 세계 각 지역경제권으로 연결하는 물류시스템에서 동북아경제권의 주변지에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으로 개념화할 수 있으며 글로벌물류의 동북아센터, 동북아 본부 혹은 동북아 관문을 말한다. 경의선철도 연결이 가시화됐고 러시아 등은 한반도를 관통해 부산이나 광양 등지에까지 이르는 ‘물류루트’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에서 파리행 기차표를 사는 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또 싱가포르나 홍콩과 달리 한국은 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 등 기간산업 및 관련 R&D기반이 강하다. 새로이 부상하는 IT분야에서 한국은 높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한국을 각종 첨단 물류정보화시스템의 테스트베드로 삼아 외국기업들이 다양한 가능성을 시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경쟁도 만만찮다. 중국은 상하이에 2000만 TEU를 처리할 수 있는 동북아 최대의 신항만을 건설하고 있다. 통관, 국내물류, 수출물류, 창고 등 자유로운 종합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입주기업에는 50년간 토지를 무상으로 임대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이미 포천 500대 기업 중 400개 기업이 진출해 있어 세계화 속도도 우리를 압도한다.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도 저마다 항만건설과 투자에 나서며 밀리지 않는 세를 과시한다. 김재철 무역협회 회장은 “연안 수심이 얕은 중국해안이나 동북아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일본 해안도시들보다는 우리가 지리적인 위치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부산에서 광양까지 다도해 연안 전체를 동북아 해양허브로 발전시키겠다는 긴안목을 갖고 ‘그랜드 플랜’을 짜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전자물류는 선택 아닌 필수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허브, 전자물류로 구현하자.’ 국가 경제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나 되는 우리나라가 동북아 허브로 우뚝서기 위해서는 IT와 물류를 접목시킨 ‘전자물류’를 적극 추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세계 12위의 무역강국이면서 아시아 최하위권의 물류 후진국 △기업의 물류비용이 일본의 두배 △수출입 물류의 50% 이상을 외국계 물류업체에 내주고 있는 등 열악한 물류 현실을 감안한 발상이다. 전자물류란 수작업과 문서로 이루어지던 복잡한 물류 프로세스 일부 또는 전부를 온라인에서 구현하는 신물류 개념. 온·오프라인이 접목돼 물류 가치사슬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물류는 후진국이면서 IT는 선진국인 우리나라에 적합한 패러다임이라는 평가다. 더욱이 전자물류는 무역이 e트레이드(전자무역)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처럼 물류 온라인화에 따른 시대적 요청사항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전자물류추진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기본적으로 추진주체가 확실해야한다. 현재와 같이 물류분야를 6, 7개 정부기관이 분점해 협조와 호환성이 없다면 동북아 물류 허브 구축은 요원하다. 국무총리 산하에 물류진흥원 설립도 검토해 볼만하다. 또 물류를 국가의 지속발전을 위한 필수분야로 인식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물류를 천연자원과 노동력에 이어 국가의 3대 자원으로 보고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단 입주시 제조업보다 3배나 비싼 용지대를 부담한다. 전기세도 제조업보다 1.5배 비싸고 물류분야 노동자가 야간근무나 휴일근무시 받는 수당에 대해서도 비과세 혜택이 없는 등 제도 및 정책적으로 산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실정이다. 투자 마인드의 확보도 중요하다. 전산업에 걸쳐서 IT에 대한 투자는 지속되고 있으나 물류분야는 여전히 푸대접을 받고 있다. IT투자 규모에서 물류는 심지어 농업, 광업에 이어 3대 취약분야로 취급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쟁력이 충분한 국내 IT기술을 활용해 전자물류를 추진한다면 적은 비용으로 단기간에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 물류전문가들은 “열악한 물류상황을 해소하지 않고는 동북아 경제중심국 실현이 요원하다”며 “다국적 물류업체나 경쟁국들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IT와 물류의 접목을 통한 전자물류를 추진한다면 전자상거래와 전자무역에 이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가치사슬을 혁신하는 또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기고:물류 선진화를 위한 제언-박용찬 인터젠컨설팅그룹 대표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가 참여정부의 경제 및 산업정책의 큰 흐름으로 제시된 가운데 특히 ‘물류’ 문제가 핵심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물류가 주요한 국가과제로 제시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글로벌 구도 하에서 국가발전의 중심 테마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케 한다. 새 정부에서는 동북아 경제 중심을 이루기 위한 물류 측면의 이슈로 공항과 항만, 해운 그리고 남북 철도에 이르기까지 일단의 큰 골격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물류 인프라를 기초로 한 동북아 중심국가 구현의 가장 중요하고도 기초적인 요소들이 잘 포함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관련부처에서 세부전략 마련과 정책 실행과제의 도출이 뒤따르겠지만 이에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몇가지를 제언해 보고자 한다. 첫째, 물류의 문제는 공항, 항만 등 거점 마련과 확충에 못지않게 이들간의 효율적 흐름을 기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조의 플로(flow) 메커니즘이 더욱 중요하다. 물류는 물적 흐름을 의미한다. 물적 수단과 시설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흐름을 꿰뚫어보는 혜안과 기획이 전제될 때만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바로 이점에서 물류와 IT의 접목은 큰 의미를 지닌다. 다른 영역에서와 마찬가지로 IT는 물류 문제에 있어서도 효율적 흐름과 네트워크적 생산성을 제고시켜줄 수 있는 최선의 수단적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추진돼온 항만·공항·해운·무역 등 각 분야의 정보화는 상호 단절된 형태로 진행돼왔다. 다양한 물류 주체와 기반시설 간에, 그리고 전체를 아우르는 물류 정보전략기획(BPR)에 기초를 둔 네트워크 개념의 효율화를 기할 수 있는 포괄적, 연계적 의미의 IT 및 정보화가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둘째, 물류는 산업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과거에도 산업배치, 권역별 주력산업, 신산업의 육성, 산업과 연계된 기술혁신 등에 힘써왔지만 산업의 문제와 물류의 문제를 체계적으로 살펴본 흔적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새 정부에서 클러스터링의 개념으로 권역별 산업구도를 내놓은 것은 무척 다행이다. 산업의 경쟁력은 많은 부분 물류의 경쟁력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이제 부연설명의 필요조차 없다. 권역별 산업재편 또는 트랜스포메이션도 물류의 문제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부산과 인천의 경우 지역산업을 어떤 방향으로 재편해갈 것인가를 생각하기 전에 지역산업의 기반이 돼온 물류 인프라와의 연계성 속에서 나아갈 방향과 지향점을 찾아가는 것이 옳다. 셋째, 공급자 중심보다는 수요자의 현실적 수요를 염두에 두는 발상전환이 필요하다. 영종도를 비롯한 특구 형태의 기획작들이 비판을 받는 것도 많은 부분 공급자 위주의 관점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본다. ‘지어놓으면 누군가는 들어오겠지’라는 발상은 이제 아파트 건축시장에서조차 통하지 않는다. 국가의 백년대계 차원에서 국가 포지셔닝과 국가 경쟁력을 염두에 둔 물류정책이라면 당연히 수요자의 요구와 기대, 그리고 잠재 수요시장을 현실적으로 정확히 예측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반영한 기획을 전제로 해야하며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피나는 ‘영업’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본다면 당연히 동북아 물류 허브로서의 기본구상과 설계도 우리의 판단과 결정에 달린 문제가 아니라 잠재고객의 몫이 될 수도 있고 고객에 대한 체계적 분석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한시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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