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쟁력 강화는 경영자의 영원한 숙제다.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위한 노력은 기업 경영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에서 제품가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바로 물류비용이다. 특히 올해는 경기 전망이 어두운 데다 외형보다는 수익이 당면과제로 떠오르며 물류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기업 경쟁력 확보의 유력한 대안으로 등장한 기업물류의 현황·과제·전망 등을 집중 점검한다.
연초부터 제조와 유통업체들이 물류망과 시스템, 서비스의 대대적인 정비에 숨가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할인점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가 오는 4월 충남 목천에 아시아 최대 물류센터를 본격 가동한다고 밝힌 데 이어 제조업체와 인터넷쇼핑몰 등도 이같은 움직임에 예외가 아니다. 삼성은 연초 물류혁신 방안을 제시한 가운데 물류 전담사인 ‘토로스 물류’를 국내영업본부로 귀속시키고 동서울 물류센터와 김해·대전 거점에 대한 재정비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삼성은 결품률을 절반정도 낮춘 15%로, 대리점 재고율도 11% 이내로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도 서울 물류그룹을 동서울과 서서울 그룹으로 나누는 등 물류 자회사인 ‘SLS’ 조직을 새롭게 정비해 물류 서비스를 위한 혁신 활동을 가속화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는 이례적으로 연초에 서적 도매 유통업체 한국출판유통과 물류기반 활용을 위한 양해 각서를 교환했다. 제조와 유통업체가 이처럼 물류망 정비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상품 관리의 효율성 및 가격경쟁력 제고가 물류 합리화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그동안 국내기업들이 그만큼 물류 투자에 인색했고 이 분야 경쟁력이 크게 뒤처지고 있음을 말해 준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 조사결과는 우리기업의 물류에 대한 현주소를 보여준다. 지난 2001년 ‘기업 물류비 실태’ 조사결과 기업이 평균 물류비로 쓴 돈은 매출액 대비 11.1%였다. 1000원짜리 상품을 팔면서 111원을 물류비용으로 뿌렸다는 이야기다. 이 수치는 미국과 일본 등 물류 선진국 기업들이 사용한 비용을 2배 이상 넘어선 수치다. 우리의 물류 비효율 정도가 미국기업(9.17%)은 물론 일본기업(5.4%)의 2배를 넘어서면서 제조유통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유통업체의 경우는 그 비중(9.6%)이 일본(4.3%)의 2.5배에 달해 허약한 경쟁력의 극단을 보여준다. 굳이 외국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할인점·TV홈쇼핑·인터넷쇼핑몰 등 새로운 유통 채널의 마진율이 평균 10∼15% 수준인 현실에 비춰 볼 때도 지나치게 높다. 물류와 배송은 혈액을 공급하는 ‘대동맥’이다. 델·월마트 등 세계적 기업들이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자신감의 배경에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최첨단 물류 시스템과 노하우가 있다. 우리기업은 글로벌화는 둘째치고, 동맥 경화로 더 큰 병을 얻을 위기에 처해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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